노조, 4.1% 임금 인상 부당하다며 재협상 요구
그 과정서 '국제 망신·불매 운동' 언급하며 뭇매
"삼성 직원이냐, 전문 투쟁꾼이냐" 비판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원들이 4일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모습.ⓒ데일리안 임채현
사상 초유의 반도체 불황이라는 동일한 상황 앞에 놓인 삼성전자 직원들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입장 차이는 노조 가입 유무에서 비롯되는 모습이다. 현재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는 지난 4월 사측-노사협의회 합의를 통해 결정된 4.1%의 임금 인상이 부당하다며 재협상을 요구 중이다. 노조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회사가 역대급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도 10%대의 연봉 인상률을 요구하다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경쟁사와의 비슷한 수준'을 강조하며 6%대 인상을 내세우고 있다.
유례없는 영업손실을 경험하게 한 경기 침체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이들이 파업을 빌미로 내세워 재협상을 요구했다는 점이 여론을 더욱 싸늘하게 만든 요인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현재 합법적으로 파업이 가능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조합원 투표를 통해 과반 이상 찬성을 얻을 경우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 다만 노조는 지난해에도 쟁의 조정을 신청해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실제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1969년 창사 이래 파업이 없었다는 점과 불황 속 임금 인상을 전제로 한 파업이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노조는 사측에 경쟁사보다 높은 임금인상률(최소 6% 이상) 또는 일시금 보상, 고정시간외 수당 17.7시간 철회, 재충전 휴가 5일, 교대 수당 인상, 노조창립일 1일 등을 요구 중이다. 노조는 앞서 임금 협상 결렬 후 파업 가능성 시사는 물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국제적으로 삼성 불매 운동까지 나서 뭇매를 맞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흥, 서울, 화성, 평택, 온양 사업장 등을 돌아다니며 임금교섭을 규탄하고 조합원 가입을 독려 중이다. 전삼노는 이달 22일 기준 9952명이 가입했다. 사내 최대 노조이면서도 전체 직원의 약 8%에 불과해 대표성 문제도 불거진 상태다.
단순히 노조의 대표성을 문제삼거나, 반도체 사업 적자의 심각성을 감안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무리한 요구일 수 있고 여론의 외면을 받을 순 있지만, 파업이 합법적으로 얻어낸 노조의 권리인 것은 맞다. 최근 사회적으로 변질된 부분도 상당하지만 표면적으로는 근로자들과 사측의 선순환을 이루어낼 수 있는 도구다. 그러나 불매 운동은 회사의 상품과 고객의 신뢰를 모두 역행시키는 행위다. 본인이 몸 담은 회사의 경쟁력이 후퇴한다면 그 손해는 누구에게 가나. "우리 회사가 어렵다는데 좀 더 힘들게 만들어달라"는 꼴이다.
전문 투쟁꾼이 아니고서야 삼성전자 직원의 입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나와서도 안되는 이야기다. 회사를 망신 줘서 임금을 올리겠다는 협상은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위험한 발상이다. '다같이 죽자는 자멸적인 행태'라는 거센 비판이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며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불매 운동을 언급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설 자리를 뺏는 행위라는 점을 노조는 인식해야 한다. 기업은 근로자와 사업자가 균형을 이루고 협력해 성장해나가야 하는 존재다. 근로자의 운명은 기본적으로 기업과 같이 가는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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