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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 임수정,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다짐 [칸 리포트]


입력 2023.05.28 07:15 수정 2023.05.28 07:15        데일리안(프랑스 칸) =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김지운 감독과 20년 만에 재회

배우 임수정이 20년 만에 김지운 감독과 함께한 '거미집'으로 칸 국제영화제에 입성했다. '장화 홍련'(2003)으로 배우의 출발선에 선 임수정의 가능성을 끄집어내줬던 김지운 감독은 20년이 흐른 뒤에는 새로운 얼굴을 발견해 줬다. 임수정은 자신이 왜 영화를 좋아했고, 연기를 사랑했는지 '거미집'을 작업하면서 다시 한 번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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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임수정을 만났다. 임수정은 25일 뤼미에르 극장에서 '거미집' 최초 상영을 성황리에 마친 후 밝은 미소로 인터뷰에 임했다. 무엇보다 김지운 감독을 비롯해 많은 동료 배우들과 함께 영광의 자리에 함께했다는 것에 감정이 고조돼 있었다.


"영화제를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귀한 기회잖아요. 열심히 노력한 작품으로 오게 되니까 의지도 되고, 긴장되는 것도 풀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제 레드 카펫과 프리미엄 상영을 즐길 수 있었어요."


칸을 여덟 번을 방문한 송강호에게 프랑스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일이 얼마나 특별한 경험인지 들었지만, 직접 체험해 보니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가 얼마나 큰 영광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송강호 선배님이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될 때 이야기를 몇 번 해주셨어요. 스크린이 정말 크고 사운드가 너무 좋아서 배우들 연기나 작품이 더 멋지게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와보니까 정말 그렇더라고요. 배우들의 열연이 다 멋있고 섬세하게 보였어요. 바로 영화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계속 여기서만 영화를 보고 싶더라고요.(웃음) 이 멋진 극장에서 배우로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기분 좋은 고민과 희망을 안고 가게 됐어요."


극중 임수정은 '거미집'에서 이민자 역을 맡았다. 이민자는 톱스타로, 김기열(송강호 분) 감독이 재촬영하는 작품 '거미집'의 주연이다.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에서 톱스타, 김기열 감독의 '거미집'에선 복수와 광기에 서린 며느리를 연기했다.


"김지운 감독님께서 레퍼런스를 딱 주진 않으셨는데 1970년대가 배경이라 영화 '화녀'와 그 시절 영화를 찾아보려고 했어요."


임수정은 배우로서 알을 깨게 만들어준 '장화 홍련',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만들어준 김지운 감독에게 애정이 남다르다.


"감독님의 조용한 카리스마는 여전하시더라고요. 예전보다는 말씀을 하시기는 했는데 건조한 표현, 시크한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으시더라고요. 다만 이번 작품은 유독 현장에서 즐거워하셨어요. 감독님 스스로 재미있어 하는 게 보였어요.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감독님이 익숙한 듯 새롭더라고요. 역으로 감독님도 저를 보실 때 그러실 것 같아요. 주연 역할을 처음 주셨고, 20년이 지나서 경력이 많은 여배우 역을 제안해 주신 것 자체가 특별해요. 20년이란 세월을 다 말해주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너무 감사해요."


임수정은 완성이 된 영화를 본 후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자신 외에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고 새로운 이민자의 얼굴을 통해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연기를 하게 된 것도 즐거웠다. 무엇보다 자신이 연기를 왜 하고 싶은지도 마주 보게 됐다.


"작은 규모의 영화와 드라마를 하다가 개인적으로 상업영화를 오랜 만에 하게 됐어요. 실제로 현장에 왔을 때 '돌아왔다'란 느낌을 받았어요. 그냥 뭘 하지 않아도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더라고요. 이미 여기 있는 모두가 베테랑이었으니까요. 모두 다 알아서 하니 이렇게 손발이 맞는 현장이 과연 얼마 만인가 싶더라고요. 진짜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고 있구나란 인상이 강렬하게 왔어요. 또 정말 내가 영화, 연기를 사랑했었구나 이런 마음이 드는 현장이었죠. 한동안 고집스럽게 '드라마는 안 할래, 영화만 하고 싶어요' 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다시금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영화에 대한 애정이 솟구치더라고요.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어렵고 힘들었던 건 금방 잊고 또 좋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거 보면 배우라는 직업은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이런 과정의 반복인 것 같아요. 배우의 숙명인가 봐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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