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유동성 역대 최대…리스크 대응 '만전'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3.05.19 10:19  수정 2023.05.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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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현금화 가능 자산 40조

고금리發 돈맥경화에 안전판

서울의 한 저축은행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저축은행들이 확보하고 있는 자산 가운데 석 달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유동성 보유량이 한 해 동안에만 15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4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업계의 이 같은 유동성 자산 규모가 40조원은 물론 30조원을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금리가 치솟으며 금융시장의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심해지자 미리 안전판을 마련하며 위기 대응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이 3개월 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은 총 41조9792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52.4%(14조4359억원) 늘었다. 이전 최대치였던 2010년 말의 28조3113억원보다 13조원 이상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OK저축은행의 유동성 자산이 3조910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8.6% 증가하며 가장 많았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해당 금액도 3조1569억원으로 87.4% 늘며 3조원 대를 나타냈다.


이어 SBI저축은행이 2조7385억원으로, 웰컴저축은행이 2조1351억원으로 각각 38.2%와 58.0%씩 증가하며 2조원을 돌파했다. 이밖에 다올저축은행(1조7127억원)·애큐온저축은행(1조3851억원)·상상인저축은행(1조3077억원)·모아저축은행(1조3077억원)·페퍼저축은행(1조1418억원)·대신저축은행(1조1085억원) 등의 유동성 자산이 1조원 이상으로 많은 편이었다.


국내 저축은행 유동성 자산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단지 관련 자산 금액뿐 아니라 부채 몸집과 비교한 비율 지표로 봐도 저축은행업계의 유동성은 확연한 개선 흐름이다. 조사 대상 저축은행들의 유동성 비율은 지난해 말 평균 177.3%로 전년 말보다 46.1%포인트(p) 급등하며, 이 역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석 달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3개월 이내에 갚아야 하는 부채로 나눈 값으로, 금융사의 단기 채무 지급 여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다. 유동성 비율이 낮으면 자금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저축은행업계가 이처럼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배경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한 금융시장의 여건이 자리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함께 늘어나고, 이로 인해 이전처럼 유동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자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다만 올해 2월과 4월에는 기준금리를 연속 동결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들은 유동성 불안을 우려하는 시장의 공포 심리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날아든 은행 파산 소식에 우리나라 저축은행들도 위기에 직면하는 것 아니냐는 막연한 염려를 받기도 했다.


결국 지난 달 말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직접 나서 사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저축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과 유동성 비율 등은 규제 수준에 비해 크게 여유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같은 달 "건전성과 시스템 리스크와 관련해 저축은행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한다"며 힘을 보탰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등 변동성이 높은 시기인 만큼 불확실성이 클 수는 있지만, 지금과 같은 건전성 지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를 언급하는 건 기우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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