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130)] ‘맘마미아!’ 정민희, 나를 믿는 용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3.05.15 12:56  수정 2023.05.15 12:56

'맘마미아!' 앙상블 및 소피 커버 역

6월2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신시컴퍼니

자신을 믿는다는 것은 큰 의지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완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믿음의 힘은 단단하고, 강력하다.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이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으면서 스스로 나아갈 길을 찾는다.


뮤지컬 배우 정민희는 현재 참여하고 있는 뮤지컬 ‘맘마미아!’를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을 믿을 용기를 되새겼다. 극중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의 가사처럼, 믿는다면 이뤄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꿈을 이뤄온 것처럼 정민희는 또 한 번 자신을 믿고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나요?


어릴 때 일상이 춤추고 노래하는 거였어요. 부모님께서 제가 걸음마도 안 뗀 아기 때부터 노래만 나오면 몸을 흔들흔들하며 춤을 췄다고 하시더라고요. ‘모래요정 바람돌이’였던 것 같은데 “카피카피 룸룸~”하는 그 노래에 엉덩이를 계속 흔들었대요. 그렇게 무용 전공을 하게 됐고,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같이 살게 된 룸메이트 언니가 영화를 한편 보여줬는데 그 영화가 ‘시카고’였어요. 록시 역의 르네 젤위거 배우를 보고 홀딱 반해 버렸고, 그때부터 ‘나 저거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됐습니다.


-꿈을 좇는 과정은 어땠나요?


저에게 은인이 한 분 계세요. 무용과 선배님이셨는데 뮤지컬 조안무감독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의를 해주셨어요. 그때 저는 배우를 꿈꾸고 있었던 터라 망설였지만 안무감독님 밑에서 공부가 많이 될 거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죠. 그렇게 1년 정도 있었고 그동안 정말 많이 배우고 공부했어요. 그러다가 선배님의 권유로 첫 오디션을 보게 되었는데 저는 제가 부족하다 생각해서 지원을 하지 않으려고 했거든요. 그때 선배님께서 경험도 공부라고 하시면서 원서 지원 마지막 날까지 전화를 주셔서 지원했냐고 확인하시고 그러셨어요. 그 선배님이 없었다면 오디션을 볼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그게 2016년도 제 데뷔작인 뮤지컬 ‘아이다’ 오디션이었어요.



뮤지컬 '아이다' ⓒ신시컴퍼니

-첫 오디션인데 바로 합격을 했어요. 데뷔작이라 ‘아이다’에 대한 기억이 남다를 것 같아요. 벌써 세 번의 시즌에 함께 하기도 했고요.


데뷔 때 오디션장이 여전히 기억이 나요. 처음 지원한 오디션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갔어요. 그래서 오디션 노래도 가요로 들고 갔죠. 박칼린 감독님 앞에서 춤추면서 가요를 불렀어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네요(웃음). 그리고 최종에서 춤 오디션을 보는데 너무 잘하는 언니 오빠들 앞에서 ‘아이다’에 나오는 패션쇼 장면을 프리스타일로 춰야 했어요.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바닥에서 일명 ‘미국 춤’을 췄어요. 그랬더니 외국 안무가께서 라스베가스 댄서 같다고 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우면서도 그때의 어린 저의 패기가 그립기도 해요.


-현재는 ‘맘마미아!’에 출연 중이죠. 이 작품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제가 고향이 창원인데 고등학교 시절, 한창 무용밖에 모를 때 창원에 지방 투어 공연으로 ‘맘마미아!’가 왔었어요. 저는 공연을 보진 못했는데, 그 당시에 무용선생님께서 ‘맘마미아!’를 주제로 무용 공연의 안무를 맡으셔서 저도 참여를 했던 기억이 나요. ‘Money, Money, Money’ 노래에 맞춰서 스카프를 두르고 춤을 췄었어요. 그래서 넘버들이 저한테 익숙하게 들렸던 거 같아요. 이번에 ‘맘마미아!’에 함께하게 되면서 공연을 처음 보게 되었는데 첫 리딩 때 선배님들께서 ‘Chiquitita’를 부르시는 걸 듣고 눈물이 났어요. 그래서 그런지 ‘맘마미아!’는 제 추억이자 참 따뜻하고, 행복한 작품이라는 인상이 있어요.


-극중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맘마미아!’ 앙상블은 극중 소피와 스카이의 친구들이자 마을 주민들이에요. 저는 의상으로 찾으면 보이실 텐데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나와요. 찡이 박힌 청조끼에 수술이 달린 나팔 청바지를 입은 소피 친구들 중 한 명이죠. 팬분들이 ‘카우걸’이라고 불러 주시더라고요.


-극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맘마미아!’ 앙상블은 에너지가 정말 크게 느껴져요.


저 역시 그 에너지를 매일매일 크게 느끼고 있어요. ‘어떻게 이렇게 매일 큰 에너지가 느껴지지?’ 싶을 정도로 에너지가 정말 좋은 작품이에요. 배우들의 합도 물론이고, 작품이 주는 그 기분 좋은 에너지에 영향을 많이 받는 거 같아요. 그래서 배우분들과 무대에서 호흡도 너무 즐겁고 매일매일 기대되게 만드는 신기한 작품이에요.


-말씀하신 것처럼 배우들의 호흡도 좋다는 것이 느껴져요. 연습실 분위기도 훈훈했을 것 같고요.


‘맘마미아!’는 두 명씩 하는 파트너 안무가 많아서 그런지 빨리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팀별로 연습하는 과정들을 모두가 지켜보면서 각각의 배우들의 색깔과 성향을 알 수 있게 돼서 웃으면서 연습했던 것 같아요. 앙상블뿐만 아니라 엄마들과 아빠들 역의 선배님들과도 함께 춤 연습을 하면서 안무가 힘든 와중에도 웃으면서 정말 즐겁게 연습했습니다.


뮤지컬 '맘마미아!' ⓒ신시컴퍼니

-소피 커버 역도 맡고 계시죠.


아직 소피로 무대에 선 적은 없는데 이상하게 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해요. 소피의 모습이 마치 지금의 제 모습 같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스무 살은 아니지만 스스로가 누구인지 찾고 싶어 하는 그 간절함이 생생하게 느껴져요. 지금 제가 그렇거든요. 그래서 대사를 연습해 보면서 나를 돌아보기도 해요.


-정민희 배우만의 소피는 어떻게 만들어가고자 했나요?


제가 워낙 밝은 성격이라 소피랑 되게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설정을 했다기보다 저를 한번 끄집어 내보았던 것 같아요. ‘나라면 어떨까?’ ‘나라면 이때 어떤 감정일까?’ 이렇게 저를 대입해 보면서 소피를 만들어 보고 있어요.


-혹시 소피 역의 배우들과 나눈 대화들도 있는지 궁금해요.

아직 조심스러워서 물어보진 못했는데 배우분들이 하는 연기를 매일매일 소대에서 볼 수 있어서 그런지 현장이 곧 학교 같아요. 매일매일 다르게 하시는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고 느끼면서 저 스스로 공부가 되게 많이 되고 있어요. 진짜 이보다 좋은 환경이 있을까 싶어요.


-극중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장면)는 무엇인가요?


너무 너무 많아요. ‘맘마미아!’는 넘버가 다 좋아서 하나를 꼽으려니 너무 힘들어요. 그래도 굳이 하나를 꼽자면 ‘Voulez-Vous’로 할게요. 이유는 극중 모든 배우가 다 나오기도 하고 너무 신나는 파티 장면이라 우리의 작품 주제인 ‘Joy’와 딱! 맞는 넘버인 것 같아요. 다른 넘버들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Voulez-Vous’는 생소할 수도 있어요. “Voulez-Vous(당신은 원하나요?)”에 “같이 춤출래?”라는 뜻도 있거든요. 물론 그 장면에서 소피는 혼란스러운 상황이겠지만요.


-커버를 한다는 것이 실력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연습 과정이나 연습량 등에 있어서 부담도 될 것 같아요.


맡겨 주신 만큼 잘 해내야 된다는 부담은 솔직히 있는 것 같아요. 만일을 대비해서 지금 하는 배우들에게 피해 가지 않게 잘 준비해야 된다 생각하니 부담이 되더라고요. 소피가 대사가 많거든요. 대사 양이 많아서 힘든 게 아니라 그 말들의 의미와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에서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많은 대사 속의 소피가 하고자 하는 정확한 의도를 전달하려는 데 집중해서 연습하고 있어요.


-이 작품에 출연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도 될 진 모르겠지만, 힘든 게 하나도 없어요. 제가 워낙 에너지가 좋긴 한데 진짜 여태 했던 작품 중 이렇게 행복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배운 것들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누구나 꿈꾸며 살고 있잖아요. 어릴 때도 지금도 저는 계속해서 꿈꾸고 살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맘마미아!’ 노래 중 ‘I have a dream’의 가사처럼 믿는다면 이뤄진다는 걸 살면서 많이 깨달았는데 잠깐 그걸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여태 내 꿈들도 믿었기 때문에 다 이루어졌구나, 그래서 지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날 믿어주는 게 중요하단 걸 이번 ‘맘마미아!’를 통해 많이 배웠어요. 믿는다면 뭐든 이루어질 거예요.


-앞으로 또 어떤 작품들과 함께 할지 기대되는데요. 작품(혹은 캐릭터)을 선택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사실 3년 전부터 간절히 바랐던 것이 있어요. 저는 무용을 전공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무대에서 제 춤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제 목소리를 들려드릴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그럴 수만 있다면 어떤 작품과 어떤 캐릭터도 좋아요.


-평소 운동이나 댄스 연습도 쉬지 않더라고요. 이런 평소 사이클을 유지하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최상의 몸 상태를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인 것 같아요. 사람마다 건강에 기복이 있잖아요. 그 기복을 최소화하기 위한 몸 관리에요. 체력이 떨어지면 가장 속상한 게 제 자신이라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반복하는 루틴이 생겨 버렸어요. 하지만 또 적당하게 하려고 합니다. 뭐든 과하면 독이 되니까요. 그리고 언젠가 만날 내 최고의 기량을 위해 힘들지만 계속 나와의 싸움을 하는 것 같아요.


-정민희 배우의 최근 고민거리가 있다면?


아마 다음 작품이겠죠. 배우 정민희의 다음 횡보는 무엇이 될지 저도 너무 궁금해요.


-뮤지컬 배우로서의 신념, 앞으로의 방향성 등도 말씀해주세요.


매일이 마지막 공연인 것처럼 공연하기. 내일 죽어도 후회하지 않게 몰입해서 놀다 오기. 매일 공연 전에 하는 생각이에요. 앞으로는 저를 더 진한 색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에 도전을 해보려고 해요. 예전에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에 집중을 했어요. 이제는 일단 해보려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를 믿고 일단 해보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민희 배우의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제 최종 목표는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되는 게 꿈이에요. 저처럼 꿈꾸는 사람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어요. 그러려면 일단 제 꿈에 날개부터 달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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