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따른 탄소 감축 의무화
해저 식물 이용 ‘블루 카본’ 관심
기업 ‘탄소 배출권’ 해법으로도 최고
현대차·효성그룹 등 직접 사업 참여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 조성한 바다숲 모습. ⓒ한국수산자원공단
전 세계가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할 만큼 기후 위기 문제가 심각하다.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인류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너나 할 것 없이 탄소 감축 작전을 펼치고 있다.
탄소 중립이 화두가 되면서 해양 생물을 활용한 ‘바다 숲 조성’ 사업도 관심이 늘고 있다. 바다 숲은 육지 산림과 같이 대형 바닷말이나 해조류가 번성해 건강한 바다 생태계를 유지하는 장소를 말한다. 바다 숲은 수산생물 산란·서식처 기능과 함께 해양 수질 정화, 이산화탄소 흡수원 등 다양한 가치를 갖고 있다.
바다 숲 조성 사업은 ‘블루 카본(blue carbon)’을 대표하는 해양 탄소 저감 정책으로 바닷속에 잘피나 미역 등 해조류를 심는 것을 말한다. 블루 카본은 숲이나 정글과 같은 육상생태계에서 흡수하는 ‘그린 카본(green carbon)’과 달리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뜻한다.
현재 연구 중인 바로는 블루 카본 탄소 흡수 속도는 육상생태계보다 훨씬 빠른(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루 카본은 2009년 유엔(UN) 보고서 ‘블루카본-건강한 해양의 탄소 포집 역할’에 따르면 탄소 흡수속도가 육상생태계보다 최대 50배 이상 빠르다. 수천 년 동안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해양수산부 출입 기자단은 지난 10일 ‘바다식목일’을 맞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보목항 인근 바다 숲 조성 사업지를 찾았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서귀포 보목동 현장에는 바닷속 상황을 취재진에 실시간 전달하기 위해 한국수산자원공단 관계자들이 수중·지상 드론과 각종 잠수 장비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
최용우 한국수산자원공단 생태복원실장이 바다 숲 조성 현장을 보여주기 위한 각종 연구 장비들을 소개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보목동 바다 숲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해조류 식재·관리를 진행한 곳이다. 전체 3.18km 면적에 방갈로형 어초 179개와 테트라형 어초 156개, 사각복합형 어초 48개를 설치해 감태와 넓은게발, 톱니모자반 등을 이식했다.
이날 수산자원공단이 실시간으로 보여준 보목동 바닷속 모습은 과거 영상과 비교하니 확연히 달랐다. ‘갯녹음’으로 황폐하다시피 했던 곳에 자리는 다양한 해조류와 해양 생물들이 채우고 있었다.
사업 설명을 맡은 최용우 수산자원공단 생태복원실장은 “바다 숲 사업은 1990년대 바다 사막화(갯녹음 현상)가 전국 해안에서 발견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게 최초”라고 설명했다. 최 실장에 따르면 1990년대 동해안과 제주해역에서 처음 관찰된 갯녹음 현상은 2016년 조사에서 전국 164㎢ 면적까지 확대했다.
갯녹음 현상이 크게 확산하자 해수부와 수산자원공단등은 바다 숲을 조성해 대응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산자원공단이 조성한 바다 숲은 전국 228개소 291.8㎢ 면적에 달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고 나서는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수산자원공단이 지난해까지 조성한 바다 숲은 연간 약 9만8000t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있다. 바다 숲 1㎢당 연간 337t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셈이다.
갯녹음 상황도 크게 개선됐다. 2016년 412.3㎢ 해저 암반을 조사했을 때 갯녹음 면적이 164.9㎢이었는데, 2021년에는 같은 면적에 150.4㎢로 줄었다. 5년 사이 갯녹음 지대가 약 8.8%가 감소한 것이다.
생태계 건강성이 눈에 띄게 좋아진 점도 고무적이다. 갯녹음 지역 종 다양성 지수가 1.73종인데 비해 바다 숲 조성 해역에서는 2.64까지 높아졌다. 세계에서 가장 종 다양성 지수가 높다는 미국 채사피크만(Chesapeake Bay) 종 다양성 지수가 3.00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바다 사막화(갯녹음) 현상으로 해조류가 서식하지 못하고 있는 해저 암반 모습. ⓒ한국수산자원공단
터 닦은 정부, 지속 발전 위한 민간 참여 필수
현재 우리나라 바다 숲 사업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국가가 주도해 대규모 사업을 펼치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국가 주도로 사업을 적극 펼쳐오다 보니 바다 숲 효과를 우리만큼 시각화할 수 있는 나라가 드물다. 호주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할 정도다.
바다 숲 사업은 경제적 가치와 직결한다. 주요 국가들이 탄소배출권 제도를 강화하면서 기업으로서는 탄소를 줄이는 게 곧 돈이다. 참고로 탄소배출권 제도는 온실가스(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산업별 배출량 기준을 정하고 이를 초과한 사용분에 대해서 가격을 부과하는 제도다.
탄소배출권 제도 시행으로 기업들은 탄소 발생 저감을 위해 자신들이 노력한 것을 입증해야 한다. 여기에 기업 ESG(환경·사회·투명경영) 전환까지 맞물리면서 육상보다 훨씬 탄소 저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진 블루 카본(바다 숲) 사업에 주요 기업들이 바다 숲 사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차원에서 이날 바다식목일 행사에서 현대자동차와 효성그룹은 해수부와 바다 숲 조성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는 해조류 블루 카본이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인 탄소 흡수원으로 인정받도록 하기 위해 탄소 저감효과 연구, 관련 방법론 개발 등을 지원하기로 해다.
또한 바다 사막화로 생태계 훼손이 심한 국내 연안 지역을 선정해 해조류 식재 활동을 통한 바다 숲 조성을 이어 나갈 방침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가운데)이 10일 바다식목일 기념식에서 서강현 현대자동차(주) 부사장(왼쪽), 이춘우 한국수산자원공단 이사장과 '바다 숲 블루카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해양수산부
효성그룹 역시 업무협약을 통해 ▲해양 생태 환경 개선 및 ESG 경영 실천 ▲잘피 숲 블루 카본 사업 추진 노력 ▲해양 생태계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바다식목일 대국민 인식 제고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효성그룹은 업무협약에 앞서 지난 4일 경상남도 통영시 용남면 화삼리 연안에서 4개 계열사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잘피 이식 및 해안정화 활동’도 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업계 특성상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발전(發電) 기업도 동참했다. 지난해 11월 수산자원공단과 ‘지속가능한 해양 생태서식지 조성 및 ESG 경영 실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는 한국중부발전은 이날 충청남도 보령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충남연구원 기후변화대응연구센터 등과 ‘염생식물 군락지 조성을 통한 블루 카본 개발사업 추진 협약’을 맺었다.
해수부와 수산자원공단은 이러한 민간 기업 참여가 바다 숲 사업의 지속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국가 주도로 사업 기반을 닦았다면, 최종 확산은 결국 민간에서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결정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협약식에서 “바다 숲은 광합성을 통해 해양 생물에 산소를 공급하고 물고기에게 산란·서식장을 제공하는 등 기후위기 우리 바다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며 “이번 협약식은 기업의 ESG 실천을 통한 신규 블루 카본 발굴과 확충 및 국민참여형 바다 숲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조 장관은 나아가 “바다 숲 블루 카본 인증과 온실가스 배출거래제 포함을 위해 호주, 미국 등과 국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해양 생태계 근원이자 새로운 탄소 흡수원인 바다 숲 조성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 조성 중인 바다숲 모습. ⓒ한국수산자원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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