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 할인이 없다니"… 혁신 앞세우려다 고민 깊어진 혼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3.05.10 06:00  수정 2023.05.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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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온라인 플랫폼 도입… 오프라인 영업점은 전시장으로

소비자도 영업사원도 "아직 혼란스러워"

"가격·서비스 등 고객 혜택 및 딜러사 수익 보장돼야"

혼다 온라인 플랫폼. ⓒ혼다코리아

"딜러별로 가격을 더 저렴하게 책정해주기도 하고,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었는데… 고객이 발품 팔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막상 체감하기에는 혜택이 적어진 느낌 입니다."


최근 혼다의 차량을 구입하려던 A씨는 새로 도입된 가격 정책에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전국 어떤 전시장을 가더라도 더 이상 딜러 재량에 따른 서비스와 가격 할인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 혼다가 지난달 야심차게 론칭한 온라인 플랫폼과 가격정책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찰제를 도입하고 온라인을 통해서만 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는데, 가격 투명성을 높이려던 야심찬 시도가 오히려 선택권이 적어졌다는 불만을 불러 일으키고 있어서다.


자율 경쟁 속에서 차량을 판매하던 기존 영업사원들 역시 차량을 소개하는 큐레이터로 역할이 변하면서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딜러 간 경쟁과 고객의 선택권이 당연시되던 기존 수입차 업계 관행을 깨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혼다코리아 전시장에는 지난달 20일부터 도입된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혼다 전시장 관계자는 "전시장에서 차를 보고 구매를 원하는 고객들을 돕고 있지만 온라인 구매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이 예상보다 많다"며 "딜러에 따른 가격 할인과 서비스 가능 여부를 묻는 고객이 많고, 정찰제와 관련한 불만도 접수된다"고 말했다.


최근 혼다 전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지난달 20일부터 야심차게 도입한 온라인 플랫폼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차량 견적부터 구매까지 전체 과정을 온라인을 통해 진행하는 시스템으로, 차량 가격도 ‘원프라이스 정책’을 통해 일원화했다.


혼다가 온라인 플랫폼을 도입한 것은 정찰제를 통해 가격 투명성을 높여 소비자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는 목적에서다. 또 혼다의 입장에서도 판매 채널 단일화로 차량 재고를 줄일 수 있고, 인건비를 들이지 않고도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판매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혼다 관계자는 "소비자가 발품을 팔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가격에 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온라인 플랫폼은 이미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혼다에서 기대한 온라인 플랫폼의 이점이 오히려 국내에선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여러 영업점을 방문하면서 딜러마다, 매장 정책마다 고객 개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직접 선택해왔지만 이제 서비스와 차량 할인 정책이 일원화되면서 선택권이 적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온라인 플랫폼 도입과 함께 출시된 혼다 CR-V 터보 모델 구매를 고려하는 B씨는 "지인이 딜러를 추천해줘서 전화했더니 이제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망설였다"며 "CR-V 모델의 경우 이전엔 딜러사에서 200만원 이상 할인해준다고 들었는데, 최신모델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출시돼 할인이 없어졌다. 그대신 가격이 저렴하게 출시될 줄 알았으나 그것도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과 같은 혼란을 겪는 소비자들이 생겨나는 것은 그간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혼다와 같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벤츠, BMW 등 다양한 수입차 브랜드가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를 병행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딜러사를 운영하다 완전히 온라인으로 판매 채널을 변경한 것은 혼다가 유일하다. 온라인으로만 차를 판매하는 테슬라의 경우 국내 시장 진출 시부터 오프라인 영업점을 두지 않았다.


판매채널이 온라인으로 단일화되면서 차량 전시장으로 역할이 변화한 딜러사 역시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기존 영업사원들은차량 정보를 설명하고, 온라인 구매 방법을 알려주는 '큐레이터'로 명칭이 변경됐는데, 이들에게 할인과 서비스 정책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영업점 관계자 C씨는 "가격, 서비스와 관련한 문의를 가장 많이 받고, 큐레이터 입장에서도 도입 초기이다 보니 혼란을 겪는 부분들이 있다"며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잘 하면 이전보다 수수료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딜러별로, 매장별로 가격과 서비스를 조정할 수 있었던 기존의 수입차 관행을 깨는데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딜러사 간 자율경쟁을 통해 발생하던 소비자들의 혜택의 수준이 정찰제 도입 이후에도 유지되지 않으면 시장에 안착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기존 딜러 간 자율 경쟁으로 소비자가 혜택을 볼 수 있었던 수준을 정찰제 이후에도 유지시키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며 "딜러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데 가격은 똑같이 지불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딜러사가 경쟁을 통해 얻었던만큼의 수익을 정찰제 도입 이후에도 낼 수 있어야 딜러사와 기존 사업자가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 시대인 만큼 수입차 브랜들의 온라인 판매 비중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존 오프라인 방식이 하루 아침에 없어졌다면 고객들과 딜러사가 적응하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을 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혼다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찰제로 바뀌면서 변화한 딜러사 수익 모델 역시 2년 전부터 협의했던 사안인 만큼 오히려 경쟁이 줄어들며 향후엔 딜러사 만족도까지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혼다 관계자는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익숙한 고객들은 만족감을 느끼고, 그렇지 못한 고객은 불편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딜러 보상 시스템은 백화점이 입점브랜드에게 사후정산을 해주는 것 처럼 고객 만족도를 평가하고 얼마나 판매로 이어지게 했는지 등을 고려해 차등지급할 계획이며 이는 2년 전부터 협의해온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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