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눈속임 대응 배워야…핵심은 ‘사업자 규제·소비자 보호’ [다크패턴 맹추격⑤]

데일리안=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3.05.04 07:00  수정 2023.05.04 07:00

공정위, 다크패턴 소비자 보호방안 발표

美·EU 등 소비자 상술 행위 규율 강화

독일, 민법·가격표시법으로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 놓인 유형 법적근거 마련해야”

ⓒ그래픽 맹찬호 기자

온라인 쇼핑몰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별도 추가 고지 없이 서비스가 자동갱신되거나 가입 해지를 어렵게 설정하는 일명 ‘다크패턴(눈속임 상술)’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관련 대책을 내놨다.


다크패턴은 2011년 영국 독립 디자이너 해리 브링널이 처음 소개한 용어다. 소비자가 독립적인 결정을 못 하도록 유도하거나 의도치 않은 구매 결정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소비자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선택을 이끄는 ‘넛지’와 비슷하지만, 교묘한 속임수로 사용자에게 손해를 입히기도 해 주의해야 한다.


정부도 다크패턴 피해가 빈번하게 일어나자, 현행법 사각지대를 활용한 상술 유형을 나누고 실효적 규율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을 지속해 논의하고 있고 올 상반기 중 피해방지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계획이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다크패턴 근절 당정협의회에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선 입법 논의를 시작하는 등 최근에야 본격적인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다양한 유형을 가진 다크패턴을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국은 연방거래위원회(FTC)법 제5조 불공정한 경쟁방법과 기만적인 행위 등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온라인쇼핑객 신뢰회복법(ROSCA)에서도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계약 주요 내용을 명확히 알리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특히 일정 기간 경과 후 요금이 인상되거나 소비자가 적시에 중단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요금이 반복 부과된다는 점(숨은갱신)을 사전에 알려야 한다.


유럽연합(EU)도 숨은갱신 유형에 대해 EU 불공정상관행지침(UCPD) 제7조 및 부록을 통해 ‘소비자가 의사표시를 하지 않아도 자동 계약이 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두고 규제하고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2주 무료 평가판 종료 후 소비자도 모르게 프리미엄 구독 갱신 조치해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상품 검색결과가 나타나는 첫 페이지에 가격을 낮게 표시해놓고 나중에 숨겨진 가격을 더하는 ‘순차공개 가격결정’도 제제 대상이다.


독일은 위 유형에 대해 독일 가격표시법 제3조 제1항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총가격을 명시해야 한다’는 표시의무 조항을 두고 있다. 호주에서도 2015년 젯스타(Jestar), 버진(Virgin) 항공사에 소비자보호법을 적용해 벌금을 부과했다.


자신도 모르게 서비스에 가입.이용하게 하는 ‘특정옵션 사전선택’은 독일 민법과 EU 개인정보보호법(GDPR)로 규제한다.


아울러 EU는 내년부터 적용 예정인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잘못된 계층구조’, ‘반복간섭’, ‘취소·탈퇴 방해’ 유형을 규제할 계획이다.


잘못된 계층구조의 경우 ‘소비자에게 어떤 결정을 요구할 때 특정 선택사항에 좀 더 우위를 부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뒀다.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조작적 방법으로 자유로운 결정을 왜곡·악화하는 온라인 인터페이스 운영을 금지할 방침이다.


일부 사업자들은 다크패턴을 온라인상이나 앱 내 고객유인을 위한 일종의 ‘마케팅 수단’이라고 항변한다. 반면 전문가들은 상술이라는 수단과 이익 목적으로 ‘적정선’을 지키지 않아 정부가 나선 것이라고 꼬집는다.


정신동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온라인 업계 경쟁이 치열해 다크패턴을 규제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현행법(전자상거래법)상 약 70~80%로 규제할 수 있지만, 규율 사각지대에 놓인 나머지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EU처럼 강력한 규정으로 사업자를 규제하는 방법도 있지만, 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어 예측 가능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해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을 돕는 것도 필요하다”며 “소비자 보호와 사업자 규제를 절충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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