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8-7 재역전승을 거둔 한국 야구대표팀.
악몽이 환희로 바뀌는 순간 온 국민이 함성을 내질렀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13일 오후 우커송 제2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미국과의 예선 1차전에서 이종욱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극적인 8-7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첫 경기였던 미국전을 케네디스코어 승리로 장식한 한국은 기분 좋은 출발로 메달권 진입 전망을 더욱 밝게 했다.
한국의 선발 봉중근은 1회초 선두타자 존 갈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깔끔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후속타자 닉스에게 변화구를 던지다 2루타를 허용한 봉중근은 2사 3루의 위기서 4번 타자 브라운에게 안타를 내주며 첫 실점했다.
한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은 2회말 선두타자 김동주가 투수 앞 강습타구를 날리며 출루, 무사 1루의 기회를 제공했고 5번 타자 이대호가 기대에 부응했다. 이대호는 2구째 직구를 그대로 통타, 경기장을 훌쩍 넘기는 대형 투런아치를 쏘아 올리며 역전홈런을 터뜨렸다.
역전에 성공하자 선발 봉중근의 구위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경기 초반 변화구 위주의 패턴을 구사하던 봉중근은 빠른 직구로 미국 타자들을 요리했다. 3회초 선두타자 바든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타자들과의 수 싸움에서 우위를 보이며 위기를 넘겼다.
3회말 한국은 다시 한 점을 보태며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선두타자 이종욱은 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를 감행하다 아웃됐지만 후속 타자 이용규의 2루타로 다시 좋은 기회를 잡았다. 이후 이진영의 희생타로 3루까지 진루한 이용규는 상대 선발 나이트의 패스트볼 실책을 틈타 한국의 세 번째 득점을 올렸다.
4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하던 봉중근은 5회초 최대 고비를 맞았다.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알린 봉중근은 변화구를 집요하게 노린 미국타자들의 집중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여기에 직구의 제구가 잘 되지 않으며 볼넷을 허용한 뒤 9번 타자 바든에게 유격수 앞 땅볼안타를 맞으며 실점했다. 박진만의 넓은 수비범위를 감안했을 때 병살까지는 아니더라도 내야안타로 막을 수 있었던 아쉬운 상황이었다. 봉중근은 존 갈을 삼진으로 잡은 뒤 마운드를 정대현에게 넘겨줬다.
구원투수 정대현은 느리지만 변화무쌍한 공으로 미국타자들을 당황케 했다. 최근 컨디션 난조를 겪었던 정대현은 이날 직구와 싱커의 볼 끝이 살아났고, 이에 타이밍을 잡지 못한 미국타자들은 연신 허공에 방망이를 돌리기 일쑤였다. 정대현은 2사 1,2루의 위기에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았지만 공이 가운데로 몰리며 1점을 내준 뒤, 후속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쳤다.
한국 타자들의 집중력은 위기를 맞이하자 곧바로 되살아났다. 1사 1,2루의 찬스를 맞은 한국은 이용규와 이진영의 적시타가 연속으로 터지며 순식간에 2점을 뽑아냈다. 그리고 ‘국민타자’ 이승엽은 전타석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는 2루타를 터뜨리며 점수를 6-3으로 벌렸다.
한국은 6회초 솔로홈런을 허용했지만 두터운 마운드의 높이로 6-4의 리드를 유지했다. 하지만 쉽게 이길 것 같았던 경기는 9회초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렀다. 경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등판한 한기주는 선두타자에게 홈런을 내주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후 연속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김경문 감독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이내 한기주를 내리고 윤석민을 투입했다.
윤석민은 침착하게 삼진 및 범타로 가볍게 아웃카운트 두개를 잡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는데 실패했다. 이날 타격감이 좋았던 3번타자 티피를 볼넷으로 거른 윤석민은 우타자 브라운과 맞닥뜨려 유리한 양상으로 이끌었지만 6구째 공이 중견수 앞에 떨어지며 6-7 역전을 허용했다.
그대로 역전패로 끝날 것 같았던 9회초의 악몽은 9회말 각본 없는 드라마를 위한 전초전에 불과했다. 선두타자로 나온 대타 정근우는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로 출루한 뒤, 대타 김현수의 2루수 앞 땅볼 때 3루까지 진루했다. 이후 대타로 나선 이택근은 2루 땅볼을 쳤지만 정근우의 빠른 발은 한국에 극적인 동점을 선사했다.
동점을 허용하자 미국의 구원투수 스티븐슨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후 어이없는 견제구로 이택근은 3루까지 냅다 뛰었다. 이후 경기를 마무리 짓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1번 타자 이종욱은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타구를 중견수 앞에 띄웠고, 이택근이 홈을 밟으며 극적인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난적 미국을 8-7로 물리친 한국은 14일 개최국 중국과 조별예선 2차전을 치른다. 쿠바와 일본, 대만 등 8개 팀이 풀리그로 겨루는 본선 조별예선은 상위 4개팀이 4강에 진출, 메달색깔을 놓고 준결승전을 치른다.
[13일 올림픽야구결과]
네덜란드 0-5 대만
캐나다 10-0 중국
미국 7-8 대한민국
일본 2-4 쿠바(8회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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