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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 관중이니 어물쩍?’ 여전히 유효한 야구 위기


입력 2023.04.02 07:36 수정 2023.04.02 09:12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2023시즌 KBO리그 개막전 펼쳐진 전국 5개 구장 만원

도덕적 해이에 빠진 야구인들 만원 관중에 도취되지 말아야

개막전 전 구장 만원. ⓒ SSG 랜더스 개막전 전 구장 만원. ⓒ SSG 랜더스

1일 전국 5개 구장에서 2023시즌 KBO리그가 본격 출항했다.


관중 동원의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해 우승팀 SSG와 KIA가 맞붙은 인천SSG랜더스필드서 2만 3000장 티켓이 가장 먼저 팔렸고 고척 1만 6000석(키움-한화), 대구 2만 4000석(삼성-NC), 잠실 2만 3750석(두산-롯데), 수원 1만 8700석(KT-LG)도 관중들로 꽉 채워졌다.


한국 야구는 최근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의 부진과 각종 사건, 사고들로 인해 팬들의 실망감이 대단하다. 위기감이 엄습한 가운데 야구의 인기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들이 쏟아졌고,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관중 동원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세간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전국 야구장에는 골수팬부터 어린이팬, 가족들이 삼삼오오 무릎을 맞대고 앉아 시즌 개막전을 즐겼다.


KBO리그는 명실공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임에 분명하다. 이와 같은 위상이 있기에 각종 악재에도 인기를 유지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것일까.


오히려 개막전 전 구장 만원이 독이 될 수도 있다. 한국 야구는 여전히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WBC 1라운드 탈락의 결과에서 드러나듯 한국 야구의 수준은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심각한 사안은 야구인들의 도덕적 해이다.


개막전 전 구장 만원. ⓒ 뉴시스 개막전 전 구장 만원. ⓒ 뉴시스

롯데 소속이었던 투수 서준원은 미성년자 상대 성범죄 혐의로 야구판에서 퇴출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서준원은 자신의 혐의가 드러나기 전까지 구단에 알리지 않고 버젓이 팀 훈련에 참가했다.


KIA 실무진의 수장이었던 장정석 전 단장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선수에게 뒷돈을 요구했다. 농담이었다는 해명이 어이없을 뿐이었다. 여기에 KBO는 산하 마케팅 자회사인 KBOP 관계자의 배임수재 혐의 관련으로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WBC 국가대표팀도 문제였다. 대표팀 주장은 부진한 성적에 대해 반성과 책임을 지기는커녕 쓴 소리 하는 선배를 탓했고, 감독 역시 “한국시리즈 때 투수를 몇 명 기용하는지 알아보시고 말씀 하셨음 좋겠다”라는 말로 야구팬들의 뒷목을 잡게 했다. 그들에겐 어쩌면 태극마크보다 자신의 연봉이 걸려있는 리그가 더 중요한 것처럼 비춰졌다.


도덕적 해이에 빠져있는 야구인들이라면 이번 개막전 만원 행진을 두고 ‘거봐라. 야구 인기 그대로이고, 내 연봉도 끄떡없다’라는 착각에 빠지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천만의 말씀이다. 한국 야구는 여전히 병들어 있는 상태이며 야구인들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는 결연한 각오가 없다면 악화일로로 갈 수밖에 없다.


아직 늦지 않았음은 그나마 다행이다. 어쩌면 이번 개막전 전 구장 만원은 야구팬들이 마지막으로 부여하는 기회일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외양간을 고쳐야 함이 마땅한 한국 야구의 현주소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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