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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티켓값 인하가 답?…“진짜 위기” 영화계에 필요한 새 논의들


입력 2023.04.01 08:42 수정 2023.04.01 10:58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3년 동안 많은 것 바뀌어…지금의 관객에게 줄 수 있는 만족감에 대한 새 고민 필요”

“근본적 회복 위해 각 구성원들이 큰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했던 극장가는,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범죄도시2’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다시금 분위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희망도 잠시, 여전히 일부 극장 체험을 강조한 영화 또는 마니아들을 겨냥한 작품이 아니면 관객들의 이목을 끄는 것조차 쉽지 않아 지면서 “한국 영화의 진짜 위기”라는 호소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이 깜짝 흥행의 주인공이 되면서 극장가에도 활기가 생겨났지만, 한국 영화는 ‘보릿고개’라고 표현될 만큼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황정민, 현빈이 나선 ‘교섭’이 172만 명을 동원했으며, 배우 조진웅, 이성민이 뭉친 ‘대외비’는 75만 명으로 100만 관객도 동원하지 못했다. 이 외에도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의 ‘유령’은 66만 명, 진선규의 ‘카운트’는 39만 명에 그쳤다.


ⓒ뉴시스 ⓒ뉴시스

최근 개봉한 ‘멍뭉이’와 ‘웅남이’도 각각 17만 명, 22만 명을 동원하며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1분기 개봉된 한국 영화들이 연이어 저조한 성적들을 기록하면서 ‘위기’ 분위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최근까지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개봉하지 못한, 즉 이미 제작된 영화들이 극장을 채우고는 있지만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며 ‘신작’들의 제작이 현저히 줄었다는 것. 윤제균 감독이 한 행사에서 “이제는 한국 영화에 투자하는 투자사들이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 극장에 한국 영화가 한 달에 몇 개가 나올지, 과연 나오기는 할지. 미래가 그렇게 밝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으며, 한 관계자 또한 “예전이었다면, 영화로 제작됐을 시나리오도 이제는 많은 작품들이 시리즈화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있다. 영화 신작이 점점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높아진 티켓 가격을 강력한 이유로 꼽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어려움을 겪던 영화관들이 여러 차례 티켓 가격을 높였고, 여기에 침체된 경제 상황까지 맞물려 극장을 찾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동훈 감독이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500원 정도 가격을 내렸다”며 “이는 중요한 신호다. ‘지금까지 힘들었지만 이제 가격을 내렸으니 영화를 봐주세요’라는 사인이 우리도 필요하지 않나”라며 티켓 가격 인하에 대해 직접적으로 의견을 내기도 했다.


다만 극장가에서는 높아진 인건비나 임대료 등 물가가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고 항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티켓 가격 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며, 나아가 한국 영화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극장가에서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개봉이 어려웠던 극장 상영작들이 OTT 행을 택하거나, 혹은 상영 중 또는 상영 직후 OTT로 출시되면서 자연스럽게 단축된 홀드백(극장 상영이 끝난 영화가 다른 플랫폼에 출시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또한 영화 유통 환경이 바뀌면서 생긴 어쩔 수 없는 변화지만, 그럼에도 ‘극장 상영’의 의미를 위해서는 다시금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극장에서 상영된 후 3년이 지나야 스트리밍 서비스로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최근 이 홀드백 기간을 축소하면서 OTT가 약 4000만 유로(약 한화 543억 원)를 투자해 연간 최소 10편의 현지 영화를 제작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기도 했다. 극장 상영 영화를 보호하기 위한 확고한 기준이 마련돼 이씨는 셈이다.


OTT에도 영화발전기금을 부과하거나 세제지원과 같은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볼만한 영화를 만들면 된다’는 반응은 알고 있다. 다만 어느 정도 환경이 받쳐줘야 중소 영화들의 제작이 활발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적절한 지원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콘텐츠’를 강화해 관객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극장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잘 만든’ 영화를 꾸준히 상영하면서 관객들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관객분들이 지불한 비용과 시간에 걸맞는 재미와 영화적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투배사는 투자를 심사숙고하고 있고, 제작사는 시나리오 기획의 방향을 선회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보편적 가치와 대중성을 우선시 두었던 이전과 달리 타깃 지향적으로, 확실한 재미를 갖춘 영화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물론 그 안에서 한국 영화가 어떤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관객들의 성향이 지난 3년 동안 환경적인 이유 때문이든, 시대의 변화 때문이든 달라진 것은 확실하다.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경험들이 관객들에게도 영화들에게도 새로 쌓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콘텐츠 중요성 강조하면서도 “여러 문제들이 맞물린 상황에서, 단순히 한국 영화의 흥행작이 지금 당장 눈에 없다고 해서 ‘위기’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근본적 회복 위해 각 구성원들이 큰 관점에서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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