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공장 '폐기물 쏠림'에
열분해 업계 비롯한 환경기초시설 비명
정부 자원 순환·친환경 정책과도 배치
텅빈 고형연료 제조업체 폐기물 보관 창고ⓒ한국자원순환연합회
가연성 폐기물을 활용해 물질 재활용과 에너지 재활용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국내 환경기초시설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 시멘트 업계가 폐기물을 대량으로 처리하면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폐기물이 시멘트 공장으로 몰리면서 이를 이용해 재활용품을 만드는 업체들은 물론, 소각 처분 업체들이 열에너지 생산·판매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국내 환경기초시설업계는 고형연료 보일러·발전소 업계, 열분해 업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업계, 폐기물 소각 업계 등이다. 이들은 정부가 시멘트 공장에서 폐기물을 소각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면서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멘트 공장에 대폭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현재 폐기물 확보가 불가능할 정도라는 게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실제 질소산화물 배출 규제의 경우, 소각 업계의 실시간 배출량은 50ppm(100만분의 1)을 넘지 못하지만, 시멘트 소성로는 설치 시점에 따라 최대 270ppm까지 배출이 허용되고 있다. 소각 업체는 일산화탄소 배출도 50ppm을 넘지 못한다. 반면 시멘트 업계의 일산화탄소 규제는 폐지된 상태다.
폐비닐 역시 시멘트 공장에서 소각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면서 전체 폐비닐 절반 정도가 시멘트 공장에서 소각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2021년 기준인 230만톤 보다 2배가 넘는 600만톤 이상의 폐기물을 2040년까지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폐기물 처리 주체별 연도별 폐기물 처리 변화(단위·천톤)ⓒ관련업계
상황이 이렇자 폐기물을 재이용·재사용·재활용 후 잔여 폐기물을 소각 열에너지로 생산하는 소각 처분 업계는 폐업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EPR업계도 시멘트 공장의 폐합성수지 싹쓸이에 2018년 64만 톤이던 물량이 42만 톤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112개 업체들이 가동 중지, 또는 사업장 폐쇄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고형연료 사업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핵심 사업이었던 고형연료 사업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기치로 도입됐지만, 최근엔 폐합성수지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준영 (사)한국자원순환연합회장은 “생물‧생태계 다양성이 중요 하듯 폐기물도 처리 방법에 다양성이 중요한데 현재 상황은 다양성은 둘째 치고 우리나라 폐기물처리 시스템이 붕괴되기 일보 직전”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꼽은 '친환경 에너지 생산업' 방침에도 어긋난다는 점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공약집에 “쓰레기 처리를 매립과 소각 중심에서 열분해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매립과 소각을 줄이고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비중을 현행 0.1%에서 2030년까지 10%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열분해는 고분자 형태 플라스틱을 화학적 반응을 통해 분해해 원료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다. 폐비닐에 열을 가해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 등유 등을 추출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백 종의 폐기물이 각각의 주체에 위탁돼 안전하게 처리 또는 재활용되고 있는 현재의 체계가 시멘트 업계 때문에 무너진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함께 환경산업 체계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며 "하루 속히 정부차원에서 폐기물처리 실태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안정적인 폐기물 관리 체계 로드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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