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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영역'이라는 변명 [기자수첩-금융증권]


입력 2023.03.29 07:00 수정 2023.03.29 07:00        김재은 기자 (enfj@dailian.co.kr)

플랫폼·실손 등 과제 '산적'

새 국회로 떠넘기지 말아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통 신호등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져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통 신호등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져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몇 달째, 심하면 몇 년째 보험업계의 기삿거리가 되는 주제가 있다.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허용이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 사기 방지법 개정 등이다. 이는 모두 멈춰 있는 논의들이다. 조금씩 움직임이 있다 가도 고꾸라지기를 반복하고 결국 다음 타자들의 과제로 남는다.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상품 비교·추천이 가능해지면 고객은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네이버나 카카오 등에서 한 번에 확인하고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보험사별로 흩어진 상품들의 특징을 일일이 비교 분석할 필요도 없고, 간단한 보험일 경우 설계사를 수소문하지 않아도 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도 디지털화에 발맞춰 지속적으로 논의돼왔다. 병·의원에서 직접 중계 기관에 전산화된 관련 파일을 전달하면, 일일이 종이 서류를 챙겨 사진을 찍어 앱을 통해 전송하거나 팩스를 이용해 보험사에 보내야 하는 불편을 덜 수 있다.


보험사기 방지법은 2016년 제정된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1조81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손해보험 적발금액이 전체의 94.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보험사기에 조사는 강화되고 있지만 법 개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대의 흐름이자, 고객의 편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지만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진전이 느리다고 말했다. 때문에 더 강력하게 주장하고 피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구도 총대를 메지 않는다.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상품 비교·추천은 설계사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의사들의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미뤄지고 있다. '표심'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험사기 방지법 개정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돼, 국회 정무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됐지만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여러 정치 현안들에 의해 계속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나라를 다스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일이다. 소비자를 위한 일은 모두 정치의 권역이다. 보험업계에만 통하는 변명이 될 수 없다.


총선이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새로운 국회의 등장과 동시에 현재 계류된 법안들은 모두 자동 폐기된다. 보험업계에 반복돼 온 돌림노래가 다음 5년 동안 또 다시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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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 기자 (enf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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