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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에 경종 울린 ‘오타니의 일갈’ [기자수첩-스포츠]


입력 2023.03.25 07:00 수정 2023.03.25 07:00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오타니 “오늘 만큼은 미국 야구에 대한 동경심 버리자”

한국 대표팀은 ‘남 탓’ ‘공인구 탓’ ‘컨디션 탓’ 말만 남아

WBC 우승을 차지한 일본. ⓒ AP=뉴시스 WBC 우승을 차지한 일본. ⓒ AP=뉴시스

야구 월드컵이라 불리는 2023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이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야구는 추락, 옆 나라 일본 야구는 세계 정상에 오르며 비상했다.


도쿄돔 참사는 한국 야구의 암담한 현주소가 가감 없이 드러난 일대의 사건이었다. 미숙했던 대회 준비과정부터 선수들의 해이한 자세, 세계 무대서 경쟁하기에 턱없이 모자랐던 기량 등이 모두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강철호는 시차 적응이 필요 없는 일본서 대회가 열렸음에도 굳이 선수들을 이끌고 미국까지 날아가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이는 자신이 맡고 있는 KT 위즈의 훈련 상황을 체크하기 위함이었는데 전임 감독제 폐지의 아쉬움이 묻어난 부분이었다.


1라운드 조기 탈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투수진의 질적 하락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선수들의 올라오지 않은 컨디션은 차치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기량 자체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이미 메이저리그의 흐름은 ‘보다 빠른 공’이었고 구속을 끌어올리기 위한 분석과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자 일본 역시 이를 따라잡기 위해 수년간 공을 들였고 이번 대회서 결과물을 선보였다.


이는 기술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KBO(한국야구위원회)와 지도자들이 공을 들여야 할 영역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너무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닐까. ⓒ 뉴시스 대표팀 선수들은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너무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닐까. ⓒ 뉴시스

그러나 팬들이 가장 크게 실망하는 부분은 국가대표 태극마크, 더 나아가 야구를 대하는 자세다.


일본 야구를 우승으로 이끈 오타니 쇼헤이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오타니는 미국과의 결승전이 벌어지기 직전 라커룸에서 “미국에는 폴 골드슈미트, 마이크 트라웃, 무키 베츠 등 야구를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세계 1위가 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오늘 하루만은 동경하는 마음을 버리자. 동경할 뿐이라면 이길 수 없다.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라고 일갈했다.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이 말에 일본 대표팀의 사기는 최고조로 올랐고 만화와도 같은 우승에 전 세계 야구팬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이번 한국 대표팀은 어떤가. 물론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느끼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선수들도 상당하다.


하지만 지금 팬들의 뇌리에 남는 말은 “(대표팀 경험이 적은)분들이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오타니에게 던질 곳이 없다면 안 아픈 곳에 맞히겠다” “공인구가 손에 맞지 않는다”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 등의 한심한 말들뿐이었다. 기술적 향상 못지않게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성숙해져야 할 한국 야구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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