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나 뮤지컬, 영화 등의 예술작품들이 늘어나는 등 배리어프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대부분은 관객을 위한 편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장애예술인이나 창작자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최근엔 무대 위의 차별도 점차 경계를 허물고 있는 모양새다.
'2022 함께, 봄' 공연 사진 ⓒ국립극장
국립극장은 내달 15일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의 무장애 클래식 공연 ‘2023 함께, 봄’을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소외계층 청소년 50여명으로 구성된 단체다.
공연은 지난해 국립극장 ‘동행, 장벽 없는 극장 만들기’의 일환으로 기획된 ‘함께, 봄’에 이은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의 두 번째 무대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해설이 제공된다. 국립극장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수어 통역과 음성 해설, 자막이 포함된 영상으로 사전에 공연 프로그램 정보를 제공하고, 관람 당일에는 공연장 내 점자 안내지를 배치하며, 휠체어 서비스 등도 기존과 동일하게 마련된다.
한 무대에 장애, 비장애 예술인들이 함께 오름으로써 ‘같이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늘었다. 지난해에는 농인 배우 7명과 청인 배우 6명이 한 배역을 두고 2인 1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이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농인들을 위한 수어통역사를 무대 한쪽에 배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시 이 공연은 농인과 청인이 동일한 조건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획돼 주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농인들이 어떠한 작품에 출연할 경우 주로 농인 역에 한정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농인 역할 자체가 없다. 그저 농인의 언어인 ‘수어’와 청인의 언어인 ‘한국어’(음성)이 섞여 자신들이 맡은 인물을 연기한다.
이밖에도 오는 5월 2일부터는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되는 연극 ‘댄스 네이션’도 주목할 만하다. 작품은 춤을 통해 자기 몸에 대해 발견하는 10대 소녀들의 성장 드라마다. 미국의 한 소도시를 배경으로 일곱 명의 10대 댄서들이 전국대회 우승을 목표로 춤을 추는 과정을 통해 관객 모두가 지나온 10대 사춘기 시절의 감각을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30대부터 60대 중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장애인, 비장애인 배우가 10대 소녀들을 연기하며 다양한 세대와 신체 조건을 가진 이들이 한 무대에서 어우러진다.
사실 장애, 비장애 예술인이 무대를 함께 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소통’의 장벽이 이들에겐 가장 큰 숙제다. ‘사라지는 사람들’을 연출했던 박경식 감독은 “농인, 청인 배우들만의 새로운 수신호를 만들어 무대에 등장하고 움직여야 한다. 이를 결정하는데 시간이 배로 걸리기 때문에 항상 시간에 쫓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무대들이 많이 생겨난다는 것 자체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관련 예산도 장애예술인 지원법 제정 이전인 2019년 138억원에서 지난해 26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무대 위에서는 장애, 비장애 예술을 구분 지어선 안 된다. 그저 ‘예술인’이다. 다행히 과거에 비해 무장애 작품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장애 예술인에 대한 편견 등 잘못된 인식이 잔재하고 있고, 공연장의 환경도 장애예술인을 배려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이런 부분도 점차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