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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139)] 긴 기다림, 그 끝에 ‘강허달림’


입력 2023.03.23 09:13 수정 2023.03.23 09:1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10년 만에 정규 앨범 'LOVE' 3월21일 발매

5월5일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서 콘서트 개최

ⓒ본인제공공 ⓒ본인제공공

가수 강허달림이 정규 3집으로 돌아왔다. 무려 10여년 만이다. 물론 그 사이 싱글 앨범과 드라마 OST 앨범을 발매하긴 했지만, 정규 앨범으로는 ‘넌 나의 바다’(2011) 발매 이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 사이 강허달림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가족이 생겼고, 삶의 터전을 옮기기도 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간들의 끝에는 새 앨범 ‘러브’(LOVE)가 있었다.


이번 앨범에는 강허달림의 지난 10여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새로운 가족에게서 영감을 얻은 곡(‘러브’ ‘그대는 내 사랑’)은 그대로 앨범의 타이틀이 됐고, 낯선 공간에서 둘러본 풍경과 하늘에 길들여지는 과정은 눈물을 닦아주며(‘어른아이’), 아무것도 포기하지 말고(‘바다라는 녀석’) 잠시 쉬었다가 다시 날아오르면 된다며(‘그러면 돼’) 따뜻하게 건네는 뒤로의 한 마디(‘괜찮아요 블루스’)로 가사에 박제됐다(-앨범 설명 中).


-오랜만에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어요.


1인 기업이라 모든 과정을 혼자서 진행하다 보니 지치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다 끝나고 나니 가슴이 뻥 뚫린 듯 횅하기도 했다가, 사람들 반응이 궁금하기도 해서 설레기도 했다가, 그러다 여전히 덤덤하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죠.


-지난 정규 앨범 발매 이후 10여년이 흘렀는데요.


그간 일신상의 변화가 많았습니다. 2011년 2집 발매 후 결혼을 했고 아이가 생겨서 육아라는 걸 시작했죠. 그런 찰나 제주로 이주하게 되었고, 집을 지었고, 학부모가 되었고…. 그러던 중에도 계속 육지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공연들을 했고요. 조용히 앉아 사유할만한 시간적 육체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팬데믹 때에서야 잠깐의 멈춤 사이에 곡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정규 앨범을 내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주로 육아만 하고 지냈는데 뭔가 답답한 속내가 있었나 봅니다. 어느 날 방문한 제주 하도리 윤정원 작가님 작업실에서 그림을 보고 제가 오열을 하고 있더라고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바로 작가님한테 ‘작가님 그림을 새로운 음반 재킷 이미지로 쓰고 싶다’고 요청을 했고 작가님은 흔쾌히 승낙하셨습니다. 그러다 얼마 후 라디오에 출연했는데, 인터뷰 중에 ‘정규 음반 나온 지 10년이 넘었는데 발매 계획이 없냐’는 질문이 있었어요. 그간 커버 앨범도 EP도 내고 했었는데 이렇게 (정규앨범을)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 작업을 시작하기로 맘을 굳혔습니다.


ⓒ앨범 재킷 ⓒ앨범 재킷

-앨범을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과정도 듣고 싶은데요. 앨범을 만들기 위한 첫 스텝은 무엇이었나요?


1인 기업을 하다 보니 언제 제작이 들어갈지 몰라 조금씩 모아둔 제작비가 있었는데, 무엇보다 곡을 쓰는 게 중요했죠. 보통 곡을 쓰고 바로 가사를 덧붙이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거 같아 8곡 멜로디, 송 폼을 완성 후 한 곡씩 가사를 붙이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앨범에 무려 11곡이나 담았는데요. 타이틀로 내세운 곡도 3곡이나 되고요.


이상하게 앨범은 10곡 이상은 돼야 한다는 고집이 있습니다. 한곡 한곡이 모여 하나의 타이틀 곡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어느 곡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타이틀 곡을 정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나마 주변인에게 모니터를 부탁해서 가장 추천이 많이 나온 곡들을 추린 것이 3곡이 됐습니다.


써 놓은 곡에 가사를 붙이게 되니 어떤 콘셉트를 정해놓고 쓰기 보다는 곡 멜로디 흐름에 따라 가사를 붙이게 됐는데 써 놓고도 ‘내가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구나’라고 다시 재발견하기도 했어요. 틈틈이 써 놓은 메모들을 참조했는데 이것 또한 새로웠고요. 그간 아무 생각 없이 산 게 아니었구나 싶기도 하더라고요(웃음).


-메인 타이틀 곡인 ‘괜찮아요 블루스’는 어떤 곡인가요?


자의식한 강하고 예민해서 스스로를 많이 볶는 편입니다. 그럴 때마다 한 번씩 읊조리는 말이 ‘괜찮다 괜찮다’인데, 같은 성향의 주변인들이 많아 내가 하는 듯이 친구들도 그리 했으면 싶어서 만든 곡입니다. 괜찮다는 말을 너무 진중하게 하면 부담스러우니 은근 경쾌하게 툭툭 던지듯 건네고 싶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세상 모든 사람들이 힘듦을 겪었잖아요. 말미이긴 하지만 지금도 진행 중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괜찮다’는 말이 요즘 사람들에게 제일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괜찮아요 블루스’는 이미 2016년 EP를 통해 들려준 곡이기도 하잖아요. 이 곡을 포함해 이전에 발매됐던 싱글을 다시 앨범에 담고자 한 이유가 있나요?


‘러브’는 이미 정규앨범에 들어갈 곡으로 써 놨는데 의미가 맞아 떨어진 마더 프로젝트로 먼저 발표되었던 거고 ‘그러면 돼’ ‘괜찮아요 Blues’는 다른 음반 프로젝트, EP 에 담겼었는데 그냥 묻히기에 아까워서 다시 편곡해 담아 보았습니다. 곡을 잘 쓰고 빠른 편이 아니 여서 한 곡 한 곡이 다 소중하니까요(웃음).


ⓒ본인제공공 ⓒ본인제공공

-서브 타이틀 곡인 ‘러브’와 ‘그대는 내 사랑’도 특별한 곡이죠. 새로운 가족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요.


사실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주고받음이 무척이나 어색한 사람입니다. 지금도 배워가고 있는 중이지만, 남편과 아이 두 사람으로 인해 많이 바뀌고 달라지는 제 자신을 발견하는 게 너무나 고맙고 행복합니다. 그런 교감을 느끼게 해 주는 아이와 옆지기에게 보내는 세레나데 곡입니다.


-특히 ‘러브’에서는 목소리에서부터 사랑스러움이 묻어나요. 마치 아이를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눈빛이 보이는 것 같고요.


내 자신을 가장 투명하게 비춰주는 사람이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로 인해 벌어지는 일상, 사람 관계, 사회생활 모든 게 새롭습니다. 아이를 통해 새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요. 아이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고, 눈물이 납니다.


-음악이 전부였던 인생에 새로운 가족이 생기면서, 우선순위가 바뀐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기도 해요.


인생 한 편을 내어 주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리 되는 것 같아요(웃음). 기본적으로 아내이고 엄마라는 자리도 중요하지만 같이 사는 두 사람은 저를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존중해 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시간적, 육체적인 버거움은 있었지만 그에 비할 수 없는 더 많은 걸 채울 수 있는 게 가족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음악을 대하는데 있어서 내적으로 외적으로 많이 여유롭고 편안해 졌습니다.


-특히 이번 앨범은 직접 스튜디오 라이브로 진행했다고요.


완벽하게 제 개인 취향입니다. 아직도 악기 녹음으로 채워진 음반, 음악들을 좋아하고 듣고 있으니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 것 같습니다. 직접 제작이니 다른 사람들 눈치 볼 일도 없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느낌대로 프로듀서 서영도 선배가 잘 잡아 준 것 같습니다.


-과거 인터뷰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멜로디를 녹음하기 위해 항상 카세트 녹음기를 가지고 다닌다고 말씀하셨던 걸 봤는데요. 설마 요즘에도 카세트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시진 않겠죠?(웃음)


카세트 녹음기 대신 핸드폰이 있죠. 하하. 이번 곡들도 모두 핸드폰에 그때그때 떠올려진 음율을 녹음해 놓은 것의 연장선상입니다. 곡 작업이 진행되는 파일들 그대로 저장해 놓는데 다시 들으면서 ‘저 라인으로 이렇게도 곡이 만들어졌구나’ 싶어 대견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하하.


-앨범이 완성되고는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시원섭섭했다거나, 너무 고생해서 꼴 보기도 싫었다거나.


지금까지 모든 앨범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정도로 싫어합니다. 집에서 내 곡을 듣는 것이 철저하게 금지돼 있을 정도죠. 하하. 그런데 이번엔 모르겠습니다. 많이 내려 놔서 그런지, 용을 써도 이것밖에 안 된다는 걸 스스로 인정해서 그런지. 마스터링 전에 틀어놓고 옆지기랑 술 한 잔 기울기도 한 거 보면요. 여전히 까다롭고 예민하다고 프로듀서가 얘기하던데 그래도 예전보단 많이 여유롭게 즐기면서 작업하지 않았나 싶네요. 같이 못 들어도 조용히 혼자 듣기도 합니다. 많은 발전이죠(웃음).


ⓒ본인제공공 ⓒ본인제공공

-제주로 터전을 옮겨 생활하고 계신데요. 음악 활동을 하는 것에 있어서 제주라는 환경이 주는 영향도 있을까요?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힘들어서 매일 투정만 부렸는데 녹음 된 목소리를 듣고 조금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가족의 영향도 컸겠지만 내 정원에서 함께했던 나무, 꽃들, 수시로 드나들며 소식 전하는 새들, 한정 없이 떠도는 구름, 지랄 맞게 불어대는 바람, 심심하면 내리는 비. 말하고 보니 참(웃음)…둘도 없는 친구들이였지 싶어요. 덕분입니다.


-밴드 마고, 신촌블루스 등의 활동까지 통틀어서 벌써 데뷔하신지 26년이 됐어요.


이상하게 20년 지나고 부턴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고 그렇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정지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단지 감사한 시간들이었고, 앞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정도로 대면하고 있습니다. 그래왔던 것처럼 쭉 이 자리를 지키고, 지켜내고 싶습니다.


-특히 강허달림의 음악은 방탄소년단 뷔, 김호중 등 후배 가수들에게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잖아요.


너무 유명한 사람들이라 언감생심하고 있습니다. 하하. ‘어디 새지 말고 앞으로도 잘 하세요’라고 하는 말씀들이겠죠.


-정규 앨범을 발매하신만큼, 5월5일 진행될 콘서트에 대한 기대도 높은데요.


이상하게 제 공연에 오시는 분들은 다른 커버 곡 하는 것도 싫어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하. 오롯이 음반에 들어있는 곡으로만 듣고 싶어 하시죠. 이번 새 앨범을 통해 공연 오시는 분들은 다른 제 앨범 곡도 듣고 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멘트도 별로 없어서 음악으로 호흡하고 싶으신 분들 모두모두 환영입니다!


-앞으로의 음악적 방향성도 궁금해요.


혼자 곡을 쓰고 20년 훌쩍 넘게 하다 보니 나름의 서사가 붙었나 봅니다. 다음 앨범엔 또 어떤 얘기들이 담길지 궁금하다고들 하시네요. 조금씩 준비해 나갈 거고, 작년 드라마 OST 작업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곡도 불러보는 경험을 많이 했으면 합니다.


-가수로서의 최종 목표도 궁금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되는 게 목표였고 그걸 이루고 나니 좌표가 없는 듯 혼란스럽기도 했는데 지금은 ‘이런 가수가, 음악인이 이런 색깔로 음악을 하고 있구나’라는 존재감을 놓지 않고 살아가고, 살아남는 게 목표라면 목표입니다(웃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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