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美 FOMC 한 주 앞두고 은행 파산…기준금리 '돌발 변수'


입력 2023.03.13 11:01 수정 2023.03.13 13:11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SVB 파산,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

"연준, 통화정책 셈법 복잡해질 것"

실리콘밸리은행 로고.ⓒAFP=연합뉴스 실리콘밸리은행 로고.ⓒAFP=연합뉴스

미국 은행 규모 16위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사실상 파산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1년간 이어진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은행이 보유한 채권 가격이 급락해 자산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이번 사태가 촉발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다.


SVB 파산이 미 연준의 금리 인상에 미칠 여파를 둘러싸고 전망이 엇갈리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 등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SVB는 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정보기술(IT) 기업들에 자금을 대며 성장했다. SVB의 총자산과 총예금은 각각 276조원, 232조원에 달한다. SVB의 파산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무너진 워싱턴뮤추얼 붕괴 이후 최대 규모다.


SVB 파산 배경에는 가파르게 인상된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미 연준은 지난 1년간 제로(0)에 수렴하던 기준금리를 현재 4.5~4.75%까지 급격히 인상했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도 뛰었고, SVB의 주 고객인 스타트업들이 높은 금리에 부담을 느끼면서 예금을 빼내는 '뱅크런'이 발생했다.


SVB는 인출 수요를 메우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팔아야 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른 만큼, 보유 채권 가격도 급락해 큰 손실을 봤고, 유동성도 메울 수 없게 됐다. 특히 SVB가 스타트업과 IT 기업들에 대한 대출이 많았던 탓에 부실자산 규모도 커졌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 연준도 오는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폭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하다"며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 연준이 빅스텝을 밟을 경우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산 운용사 제프리스의 아네타 마코스카 선임 금융분야 이코노미스트는 "SVB 파산은 연준의 정책이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예일대에서 금융위기 대응을 연구하는 스티븐 켈리는 "연준은 대놓고 금융 여건을 긴축하려고 했으며, 은행이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이유는 없다"며 "이는 가장 거품이 낀 시장에 연결된 은행들에서 시작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설명했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금리 예측 모형인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이달 FOMC에서 빅스텝 가능성은 파월 의장 발언 이후 78%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SVB 파산 사태 이후 40%대로 낮아진 상황이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환경을 고려할 때 긴축은 장기화 돼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SVB 파산과 같은 이벤트는 반복될 수 있다"며 "연준의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과 더불어 금융 안정을 관리하기 위해 복잡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미 연준의 통화정책은 SVB 파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아닐 카시압 시카고대 부스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현재 대부분의 은행은 건전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연준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개별 은행이 아닌 전체 은행 시스템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삼 기자 (j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