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해수부 이전 등 ‘북극항로’ 강조
부산항, 북극항로 ‘Last Port’ 역할
환적은 기본, 친환경·조선도 중요
세계 중심 ‘복합 허브항만’ 기대
이재명 대통령이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해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정부 중요 부처를 통째 옮겨올 만큼 북극항로 시대 부산은 핵심 기지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항은 북극항로 시대 동북아시아 핵심 거점 항만으로서 환적은 기본, 물류 허브와 후방 산업의 핵심 기지 역할을 맡게 된다.
북극항로는 말 그대로 북극해를 통과하는 새로운 해상 운송로를 말한다. 북극해를 가로질러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해상 경로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북부 해안을 따라가는 북극해 항로와 캐나다 북부 해안을 따라가는 북서항로, 북극점 주변을 지나는 북극점 항로로 나뉜다.
과거에는 두꺼운 해빙으로 인해 연중 운항이 불가능했다. 기후 변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운항 가능 기간이 점차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30년께 여름철 북극 중심을 통과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북극항로가 이목을 끄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아시아와 유럽 노선 경우 기존 수에즈 운하를 거치면 약 2만2000㎞를 달려야 한다. 북극항로를 통하면 1만5000㎞까지 줄어든다. 운송 시간으로는 35일에서 25일로 짧아진다.
운송 시간은 곧 운송 비용 절감을 뜻한다. 화주(화물 주인) 입장에서는 비용과 시간 모두를 단축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물류망 안정성이 높다. 기존 노선의 수에즈 운하는 좌초 사고 위험이 크고 호르무즈 해협은 인근 지역 반군들의 공습 위험에 늘 노출돼 있다. 반면 북극항로는 이런 위험이 적어 국제 공급망 차원에서 변동성이 낮다.
북극항로 시대가 열리면 부산항은 지리적으로 최적의 위치로 평가받는다. 부산항은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선박에 연료 공급이 가능한 항만이다. 북극항로는 지정학적 특성상 친환경 선박만 통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는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장거리 상선의 경우 북극항로를 오가는 데 있어 LNG와 같은 연료 공급이 필수다.
부산항은 이미 세계적인 환적항으로서 화물 운송의 기반 시설도 갖추고 있다. 부산항은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의 보급, 정비, 물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해수부 차관을 역임한 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부산항이 ‘세계 2위 환적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지정학적 위치”라며 “북극항로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최단 거리라는 이점을 바탕으로 부산항이 유럽 항로(구주)에서도 라스트포트(Last Port)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수부 부산 이전과 함께 북극항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부산항 역할과 기능, 기반 시설이 필요 이상으로 갖춰져야 한다. 대한민국 ‘제2의 성장엔진’이라 강조한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부산항만공사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해결해야 할 부산항의 현안은 무엇인지 송상근 사장에게 물었다.
다음은 송 사장과의 일문일답.
Q. 지난 2월 취임해 부산항만공사를 이끈 지 150여 일이 지났다. 소감과 향후 포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부산항만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지 이제 5개월 차다. 그간 부산항 구석구석을 방문하며 현장 목소리를 듣는 한편, 글로벌 선사와 해외 항만 관계자들을 만났다. 부산항 현안과 개선해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의견을 구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부산항이 가지는 위상과 무게도 새삼 실감하였지만, ‘탈탄소’와 ‘디지털화’라는 변화의 흐름 속에 우리 부산항의 역할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다.
임기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글로벌 종합 항만’으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을 다질 생각이다.
우선 스마트·대형 항만 인프라(기반 시설)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완전 자동화 항만 구축, 그리고 환적 모니터링 시스템인 ‘Port-i’와 같은 지능형 물류 프로세스 혁신을 강화하겠다.
두 번째로, 고부가가치 종합 항만으로 거듭나기 위해 항만 배후단지와 해외 물류사업의 지속 확대, 에너지 자립형 친환경 항만, 사람 중심의 안전한 항만 조성에도 힘쓸 생각이다.
끝으로 지역과 상생하는 항만 경영을 추진하겠다. 북항 재개발 사업과 해양산업 클러스터·크루즈 활성화 등 부산 지역경제와 밀접한 사업들을 차질 없이 수행하며, 그 과정에서 부산시, 언론, 전문가, 시민단체 등과 끊임없이 소통할 계획이다.
Q. 북항 재개발 사업을 중심으로 부산항은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지난 3월 행정협의회를 통해 여러 현안을 논의하신 것으로 안다. 송 사장께서 생각하시는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 세 가지는 무엇인가?
우선 북항 재개발 사업의 원활한 추진입니다. 아시다시피 북항 재개발 사업은 국내 최초의 항만 재개발 사업으로 재래부두인 북항을 국제 해양관광 거점으로 육성하고, 시민 친화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1단계 사업은 2023년, 공원·경관수로 등 공공시설들을 시민들께 전면 개방했다. 해양레포츠 컴플렉스 등 공공콘텐츠 도입과 주변시설 연계 등의 사업을 2027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역사회의 우려도 새겨듣고 있다. 다만 사업의 정상 추진을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가 실타래처럼 얽힌 부분들을 차근차근, 한 단계 한 단계 풀어 나가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분양된 IT·영상지구를 중심으로 민간사업자의 적기 사업 시행을 통한 사업 선도 지구의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두 번째는 부산항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분절된 다수 터미널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부산항 신항은 현재 7개의 터미널 운영사 체제로 다른 부두 환적(ITT)에 따른 물류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다수 터미널 간 과당 경쟁에 따른 하역료도 주요 국가 대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궁극적으로는 운영사 간 법인 통합이 최선이다. 이에 내부 통행로 활용 등 부두 시설 공유, 합작 법인 설립, 법인 통합 등 단계별 통합 수준에 맞춰 시설 통합비용과 스마트화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려 한다.
동시에 환적운송시스템(TSS) 등 지능형 디지털 물류 플랫폼을 활용한 화물 처리, 선박 배치 등을 통해 운영 효율 향상과 비용 절감을 이끌 생각이다.
끝으로 IMO의 온실가스 규제에 대한 부산항 경쟁력 확보다. 주요 글로벌 항만들은 친환경 선박 운영을 위한 벙커링 시설 확충과 장비 동력 전환,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항도 무탄소 항만하역장비 도입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확대하고,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 시설을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싱가포르항처럼 선박 연료 공급을 통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시스템을 갖춰나갈 필요가 있다.
Q. 새 정부가 북극항로 시대를 화두로 던지면서 국민 관심도 커지고 있다. 북극항로 시대는 부산항에 있어 어떤 의미인가?
‘세계 2위 환적항’이라는 오늘의 부산항이 있게 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부산항의 지정학적 위치다.
부산항은 그간 미주항로의 라스트 포트로서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해 왔다. 반면 유럽 항로는 지리적 특성상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항만들이 주요 환적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북극항로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최단 거리라는 이점을 바탕으로 부산항이 유럽 항로(구주)에서도 라스트 포트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부산항이 미주와 구주라는 양대 핵심 항로상 입지적 강점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 주요 항로에서 전략적 허브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Q. 북극항로 시대에서 BPA가 기대하는 경제적 이익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북극항로의 활용에 따른 부산항과 유럽 간 항해 거리의 단축으로 부산항의 환적 기능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는 곧 환적 물동량 증가에 따른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아울러, 향후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만약 UN 제재가 해제된다면 러시아와 LNG 개발·운송 등의 협력이 복원될 것이다. 나아가 그린란드, 알래스카 등 북극 인접 지역 에너지 개발과 운송이 본격화할 경우, 부산항은 에너지 자원 물류 거점으로서 기능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결국 부산항이 컨테이너 중심의 환적항뿐만 아니라 부정기선까지 아우르는 종합 항만으로 도약하는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북극 지역에 풍부하게 매장된 LNG 자원과 이를 활용해 생산되는 수소 및 메탄올의 운송 수요는 부산항이 추진 중인 친환경 연료 벙커링 기반 시설 구축 전략과도 맞물린다. 향후 친환경 연료 공급의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Q. 최근 열린 포럼에서 “아무리 정교한 전략이 있어도, 북극항로를 항해하는 선박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기회는 우리 앞을 스쳐 지나갈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구체적으로 부산항만공사는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가?
부산항은 매년 증가하는 물동량과 북극항로 활용에 따른 선박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 대형 항만 시설과 시스템 구축이 필수다. 이러한 중장기 수요에 대비해 진해신항을 건설 중이다.
북극항로는 기후 위기 결과인 만큼, 친환경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실제로 IMO는 북극 해역에서 중유 사용과 운송을 금지하고 있다. 앞으로 이 항로를 운항하는 선박들은 차세대 친환경 연료를 사용한다.
부산항은 친환경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벙커링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사례가 좋은 참고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산항 역시 지정학적 강점을 활용해서 친환경 연료 벙커링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과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Q. 포럼에서 부산항이 북극항로 핵심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북극항로 항해 선박을 지원할 수 있는 수리·조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수리·조선 역량 강화는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북극항로가 본격화하면, 쇄빙이나 내빙 기능을 갖춘 특수 선박의 운항이 증가할 것이다. 이들 특수선에 대한 수리 및 유지 보수 시장 수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부산항 인근, 특히 거제도에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조선소들이 있다. 이들의 축적된 전문성과 기반 시설을 항만과 전략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돼 있다.
향후 부산항 신항 남측 배후에 예정된 수리조선단지 부지 활용 방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벙커링과 정비 기능을 융합한 다기능 종합 항만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Q. 부산항은 환적항으로서의 위상은 높다. 하지만 때론 ‘환적항’에 국한되는 모습처럼 보이면서 한계로 지적받기도 한다.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해 이러한 문제는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옳은 지적이다. 부산항의 기능이 컨테이너 처리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 대한 문제 지적으로 이해되는 데, 앞으로 그 기능을 다각화하며 확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현재 부산항의 컨테이너 중심 기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한편, 국제적인 탈탄소화 흐름과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해 에너지 중심 항만으로의 기능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울산항은 원유 중심의 내수 공급형 에너지 항만으로, 주로 인근 산업단지와 국내 수요를 위한 기능을 수행하는 한편, 부산항은 국제 해운 선박을 대상으로 한 벙커링 및 친환경 선박 연료를 공급하는 글로벌 거점 항만으로의 역할을 구상하고 있다.
또 부산 감천항이 우리나라 수산물 수입의 90%를 담당하는 수산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만큼 부산항은 컨테이너, 에너지, 수산 물류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항만으로 지속 발전해야 한다.
Q. 북극항로 시대에 맞춰 ‘해양 수도 부산’을 설계하기 위해 BPA는 어떤 기대감과 방향을 갖고 있나?
‘해양 수도 부산’ 실현의 핵심 기반은 부산항이다. 지난 2월 한국은행 부산본부 조사에 따르면 부산 지역 운수·창고업 부가가치가 약 4000억원 늘어나면 지역 총부가가치액은 약 5조2000억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향후 북극항로 시대가 본격화하면 이러한 항만·물류 사업이 지역경제 전체를 견인하는 흐름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싱가포르는 항만을 중심으로 한 물류, 금융, 벙커링 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국가 경쟁력을 키운 대표적인 해양 국가다. 그 결과 국토는 작지만 1인당 GDP는 한국의 약 2.5배에 이를 정도로 높은 수준의 부(富)를 창출하고 있다.
부산항도 탄탄한 물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금융 부문은 해양진흥공사와 협력을 통해 기반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벙커링 산업 성공을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확보가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공급량 확보와 함께 투자비 절감을 위한 금융 조건과 세제 혜택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Q. 북극항로, 해수부 이전 등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려면 BPA 또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결국 조직(인력)과 예산이 핵심이라고 보는데, 이런 부분에서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가?
BPA는 대내외 물류환경 변화와 정부의 정책 기조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7월 1일 자로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이번 조직개편은 북극항로, 친환경 항만 구축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선제 대응과 전략사업 및 정부 정책 실행력 제고에 방점을 뒀다.
북극항로 시대에 선제 대응을 위해‘북극항로팀’을 신설하고, 정책 수립에서 실행까지 전 주기를 총괄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친환경 항만 구축 기조에 따라 ‘친환경항만부’ 산하에 ‘에너지자립사업팀’을 설치하고, 친환경 연료 벙커링 체계 구축까지 준비하려 한다.
건설본부에는 ‘메가포트계획팀’을, 운영본부에는 ‘운영체계개선팀’을 신설해 정부의 ‘글로벌 거점 항만 구축 전략’을 차질 없이 이행할 계획이다.
또한 인공지능(AI) 대전환이라는 국정 아젠다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디지털정보부’를 ‘디지털 AI부’로 변경해 항만의 디지털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한다는 목표다.
정책 실행을 위해서는 예산이 필수다. 우선 스마트·대형 항만 인프라(진해신항) 구축과 친환경 벙커링 기지 조성 사업 등에 약 1조7000억원을 2028년까지 투자할 계획이다.
필요하면 자원 배분과 사업 우선순위 조정 등을 검토해 기민하게 대응할 예정이다.
Q.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글로벌 종합항만 도약’ 이라는 목표로 부산항이 보유한 저력과 BPA 임직원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부산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부임 때 경영방침으로 ‘기민한 조직, 유연한 사고, 유능한 인재’를 강조했다. 고객,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당면한 문제를 주도적으로 빠르게 해결하는 조직을 만들겠다.
구성원들이 유연한 사고로 변화에 적응하며, 새로운 정책과제들을 해결하며 부산항 성장을 주도하도록 돕겠다.
이러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운영사, 배후단지 입주업체, 선사 등 부산항 주요 현장 관계자는 물론, 부산시, 언론, 전문가, 시민단체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부산항 곳곳의 현안과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긴밀히 협력하겠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