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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로그인] 중앙녹색환경지원센터 “지역 환경개선 모세혈관 역할 할 것”


입력 2023.02.27 07:00 수정 2023.02.27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18개 지역녹색환경지원센터 대표

연합회, 중앙센터로 지위·역할 변신

지역센터·중앙 기관 연결고리 기대

지역녹색환경지원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층간소음 분쟁이 늘어나자 ‘이웃 소통 활동가’ 양성을 추진해 이웃간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했다. ⓒ중앙녹색환경지원센터 지역녹색환경지원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층간소음 분쟁이 늘어나자 ‘이웃 소통 활동가’ 양성을 추진해 이웃간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했다. ⓒ중앙녹색환경지원센터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감염병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비대면 문화 확산,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공기관 역점 사업에 관한 관심은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의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됐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도구는 기능과 용도에 따라 적절한 쓰임새가 있다. 때론 같은 기능을 하지만, 크기(규모)에 따라 쓸모가 나뉘기도 한다. 크고 비싸다고 언제나 유용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마당에 작은 타임캡슐 하나 묻는 데 대형 굴착기를 쓰는 건 적절치 않은 것처럼.


정책도 적재적소 맞춤형이 필요하다. 국가 전체를 두고 설계해야 할 정책이 있는가 하면, 지역 실정에 맞는 작지만 세밀한 계획들이 있다.


기후위기에서 비롯한 환경문제는 온 인류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다. 국가마다 앞다퉈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밝히고 국제사회가 약속된 규제를 만드는 것도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따라야 할 숙명과도 같은 과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구 환경 복원에 적지 않은 기술과 자본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경영활동에만 온 힘을 쏟아온 기업에 ‘친환경’은 여전히 낯설다. 특히 자금력이 약하고 기술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중소기업은 더욱 그렇다.


특히 악취 등 생활 속 환경문제는 중앙 정부가 면밀하게 챙기기 힘들다. 지역 실정을 잘 알고, 해당 환경에 적절한 맞춤형 해결책이 따로 요구된다. 정부 환경정책을 지역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맞춤형 도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국 18개 지역에 있는 녹색환경지원센터가 이러한 역할을 한다. 지역 센터는 실제 현장에 꼭 필요한 환경 사업을 하는 기관이다. 굴착기를 쓰기 힘든 곳에서 ‘삽’과 ‘곡괭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1998년 울산광역시와 전라남도를 시작으로 현재 서울과 인천, 경기, 강원 등 전국에 고루 퍼져 있는 지역 센터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환경 관련 기술을 지원하고 연구를 돕는다. 지역사회 환경교육 사업을 통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도 한다.


구체적으로 미세먼지와 악취처리, 산업폐수, 폐기물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맞춤형 해결책을 찾아준다. 지금까지 18개 센터에서 5739개 업체를 이런 식으로 도왔다. 주로 영세·중소사업장 질소산화물 제거 등으로 환경 개선과 경제 효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다.


대구지역녹색환경지원센터는 도임 내 염색 관련 산업단지에서 발상하는 대기오염물질 저감 사업을 추진해 오염물질을 82% 줄이는 데 성공했다. ⓒ중앙녹색환경지원센터 대구지역녹색환경지원센터는 도임 내 염색 관련 산업단지에서 발상하는 대기오염물질 저감 사업을 추진해 오염물질을 82% 줄이는 데 성공했다. ⓒ중앙녹색환경지원센터

대표 사례로 대구센터는 도심 내 위치한 염색 관련 산업단지에서 대기오염물질이 많이 발생하자 연차별 지원 계획을 수립해 악취 저감에 나섰다.


‘도심 염색 산단 백연(악취) 제로(zero)화 사업’을 통해 먼지와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을 82%나 줄였다. 악취 관련 민원도 25% 감소했다. 산단 내 백연은 절반(47%) 가까이 줄었다. 해당 사업은 대구 시민이 직접 선정하는 ‘2021년 대구시정 베스트(best) 10’에 뽑히기도 했다.


서울센터는 주택가 인근 음식점과 세탁소 등에서 발생하는 생활 악취 문제를 다뤘다. 이들 지역은 산업단지나 축산업체와 같은 법으로 규정한 악취 배출시설이 없어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힘든 곳이다.


서울센터는 시민참여 모니터링단을 구성했다. 모니터링단은 악취 배출업소, 날림(비산)먼지 발생 사업장, 불법 소각장 등을 살폈다. 감시 활동과 함께 영세한 환경오염업체 특성을 고려해 전문가가 직접 현장에서 악취 저감 관련 교육을 하고 방지시설 설치 등을 지원했다.


전문 환경인력 양성에도 적극적이다. 산업체 종사자와 지역 주민,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 생태 보전 관리, 지역 환경개선 의식 제고 등 126개 교육과정을 통해 그동안 4303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인천과 전북, 충남센터에서는 층간소음 갈등 상담 역량 강화 사업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층간소음 분쟁이 늘어나자 ‘이웃 소통 활동가’ 양성을 추진해 지난해 7개 교육과정에서 289명이 교육을 받았다.


이 밖에도 지역 센터는 지자체와 다양한 업무협약을 통해 크고 작은 지역 환경문제 해결과 전문인력 양성에 힘을 모아왔다. 이러한 노력 결과 2020년부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평가에서 3년 연속 ‘우수’ 등급을 받는 등 지역 환경 현안 해결에서 중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역녹색환경지원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층간소음 분쟁이 늘어나자 ‘이웃 소통 활동가’ 양성을 추진해 이웃간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했다. ⓒ중앙녹색환경지원센터 지역녹색환경지원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층간소음 분쟁이 늘어나자 ‘이웃 소통 활동가’ 양성을 추진해 이웃간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했다. ⓒ중앙녹색환경지원센터
‘연합회’ 한계 벗고 ‘중앙지원센터’ 출범


지역센터는 올해 큰 변화를 맞았다. 지난달 19일 센터를 대표할 ‘중앙녹색환경지원센터(이하 중앙센터)’가 출범한 것이다.


그동안 지역센터는 센터 간 공동 관심 사항을 협의하고 정보교류를 위해 연합회를 운영해 왔다. 연합회는 센터에서 개발한 환경기술과 정책을 홍보·조율하고, 특히 환경부 등 중앙 기관과 업무 협의 등을 위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다만 연합회는 센터 간 연대체 형식이다 보니 역할과 기능에 한계가 있었다. 법적 지위도 마찬가지다. 특히 센터 간 성과를 공유하고 권역별 협력사업을 발굴하는 등 기능 확장을 위해 더욱 체계화한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환경부는 “이번 중앙센터 출범으로 센터 간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구축돼 그간 우수성과를 확산하고 환경 현안 해결을 위한 권역별 또는 전국 단위 핵심 공동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중앙센터가 지역센터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공동업무(연구사업 공모, 대외 홍보 등)를 통합 관장함에 따라 행정비용도 절감하고 더욱 효율적인 업무 처리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으로 중앙센터는 ▲센터 간 네트워크 구축·운영 ▲센터 사업성과 관리 및 확산 ▲환경산업체 지원 및 협력 프로그램 개발 ▲센터 평가지원 ▲센터 공동홍보 ▲공동발전사업 등을 지원한다.


초대 센터장은 서규태 창원대 교수가 맡았다. 서 센터장은 “중앙센터는 지역센터 역량을 활성화하고 높이기 위한 콘트롤 타워로, 센터 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지역 내 환경 거버넌스를 활용하여 환경과 지역경제가 상생하는 선순환적 관계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한승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은 “중앙센터 출범으로 지역센터의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며 “앞으로 신규 공동사업 발굴과 성과 중심 운영으로 센터가 지역 환경 현안 해결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규태 초대 중앙녹색환경지원센터장.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서규태 초대 중앙녹색환경지원센터장.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가려진 지역센터 성과 제대로 알릴 것…1년 후 평가해 달라”
[인터뷰] 서규태 초대 중앙녹색환경지원센터장


초대 중앙녹색환경지원센터장을 맡은 서규태 창원대 토목환경화학융합공학부 교수는 센터연합회를 이끌어 온 인물이다. 경남센터장을 역임한 바 있고, 지난 2021년에는 환경보전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 3년간 서 센터장은 중앙센터를 ‘지역-광역 환경문제 해결에 경쟁력을 갖춘 지역센터 구축(GEC)’이란 비전으로 이끌 계획이다. GEC는 ‘Good Enough Center’의 약칭으로 환경 현안 해결은 녹색환경지원센터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책임 있는 중앙센터와 변화하는 지역센터, 함께하는 전국센터를 업무 방향으로 내세워 지역센터 성과 도출을 극대화하고 혁신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각오다.


서 센터장이 생각하는 중앙센터 역할은 ‘실핏줄’, ‘모세혈관’이란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그는 “심장(정부)에서 뿜어내는 혈액이 신체 구석구석에 가 닿을 수 있도록 실핏줄, 모세혈관 기능을 하는 연결고리”라고 말했다.


서 센터장이 혈관에 비유한 이유는 지역센터가 환경 관련 연구, 정책 기관 가운데 가장 최전방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산하 많은 연구·전문 기관들 가운데 지역 곳곳에서 크고 작은 현안을 직접 처리·연구하는 곳은 드물다.


그는 “이제 중앙센터는 이들 모세혈관에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산소는 환경부 등 정부 부처에서 가져와 지속해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센터를 혈관에 비유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 센터장은 중앙센터와 지역센터의 소통이 가장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지역센터를 이끌었고, 연합회장도 맡아본 본인의 경험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연합회장에 취임했고, 전에는 지역센터장을 했다. (연합회와 지역은) 서로 보는 시각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지역센터에서는 ‘저(연합회) 사람들은 도대체 뭘 하지?’ 하고, 연합회에서는 ‘저(지역센터) 사람들은 왜 저러지?’ 한다. 그래서 소통이 가장 우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중앙센터는 연합회 때와 달리 법적으로 지위를 인정받았고, 정부로부터 예산도 일부 받는다. 그만큼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많은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지역센터와 제대로 호흡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목소리를 키우고 다양한 사업도 가능하다. 현재 센터장·사무국장 협의회 등 연간 회의를 확대하고 필요한 경우 수시로 소통하는 기회를 늘려갈 계획이다.


“지역센터가 열심히 일하는 건 지자체가 잘 안다. (지역센터) 능력도 높게 평가한다. 문제는 중앙 정부까지 이런 사실들이 잘 전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때론 국고지원이 끊기면서 지자체 지원도 끊어지고, 결국 뿌리를 내리던 사업들이 수포가 되기도 한다.”


지역센터 노력이 잘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는 서 센터장 말에 신원철 중앙센터 사무총장은 “모든 기관이 마찬가지지만, 스스로 역할을 키우고 능력을 입증한 뒤에야 재정과 인력 충원이 따라온다”며 “어려운 길이지만 먼저 사업을 키워가면서 인력과 재정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센터장은 소통과 협업으로 재정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주어진 사업 과제만 할 게 아니라 새로운 일거리를 찾을 계획이다. 환경부 산하 여러 연구기관과 협업도 하고, 그렇게 발굴한 과제로 국가 지원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권역별 사업발굴단을 구성한다는 구체적 계획도 있다. 국회에서 포럼을 열고 성과발표회도 가질 예정이다.


중앙센터 실무를 책임지는 유희진 부장은 “환경문제는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영세기업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면 그 피해는 위로 올라가게 된다”며 “지역의 기초적인 부분 잘 돌봐야 한다”고 했다.


유 부장은 “그동안 리더가 없는 상황에서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다 보니 사업이 커지고 작아지기를 반복했다”며 “이번에 중앙센터가 되면서 무엇보다 주인의식을 갖고 사업을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중앙센터는 올해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센터 일을 홍보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 전국을 돌며 했던 ‘환경 페어’와 같은 캠페인도 고민 중이다.


서 센터장은 끝으로 직원들에게 ‘발로 뛰는 중앙센터’를 강조했다. 능동적으로 일하는 모습으로 지역센터에 본보기가 되길 주문한 것이다.


“제가 환경공학회장 2년 임기를 마치면서 회원들에게 신발을 선물 받은 적 있다. 회원들이 2년 만에 제 신발이 다 닳은 걸 보고 퇴임 때 선물한 건데, 우리 중앙센터 직원들에게도 신발을 선물하고 싶다. 우리는 인력과 예산이 모두 부족하다. 발로 뛸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발로 뛰는 모습을 보여줘야 지역센터에서도 더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그렇게 함께 성과를 만들고, 그 성과를 한목소리로 널리 알려야 우리 조직이 더 성장할 수 있다.”



중앙녹색환경지원센터 비전 및 전략. ⓒ중앙녹색환경지원센터 중앙녹색환경지원센터 비전 및 전략. ⓒ중앙녹색환경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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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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