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피크타임'과 비교
"점 찍고 돌아온 프로듀스" 98명의 연습생이 아이돌 그룹 데뷔를 위해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엠넷 '보이즈 플래닛'의 별명이다. 조작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프로듀스' 시리즈의 오명을 벗고 공정성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한 '보이즈 플래닛'이지만, 자꾸만 '프로듀스' 시리즈가 겹쳐 보인다.
지난 9일 돛을 단 '보이즈 플래닛'은 현재 3회까지 방송됐으며 한국인 연습생으로 이뤄진 K-그룹, 외국인 그룹을 G 그룹으로 나눠'스타 레벨 테스트'와 '시그널 송 테스트', K-G 그룹 간 '팀 배틀 미션'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연습생을 보여주는 방식과 편집 연출 등이 '프로듀스' 시리즈와 유사했다.
특히 제작진이 편애하는 멤버가 보일 정도로 연습생들 간의 분량 차이가 컸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조작 논란이 있기 전에도 'PD픽'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편파적인 분량으로 입에 오르내렸다. 방송 분량은 최종 데뷔조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에 특혜나 차별이라는 지적이었다.
1, 2화에서 성한빈을 비롯해 한유진, 김우진, 석매튜, 이회택, 제이, 이다을 등이 자주 화면에 등장했으며, 실시간 투표 결과 이 멤버들은 상위권을 차지했다. 노출이 많은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노래와 춤 실력이 미진했던 이다을이 실시간 투표 4위에 오를 수 있었던 까닭이 방송 분량이 많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향후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하고 팬층이 생긴다면 참가자들의 분량 차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작 논란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던 엠넷은 외부 기관 삼일 PwC에서 모든 투표 과정을 검증하며 공정성 확보에 신경 쓴다고 밝혔지만, 분량의 형평성 문제는 여전한 셈이다.
모든 연습생들을 똑같이 조명할 순 없지만, 최소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 정도는 제공하는 것이 제작진의 의무다. 방송 시간이 한정돼 있어서, 재미가 없어서가 이유라면, 이는 제작진이 고민해야 할 숙제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론칭한 JTBC '피크타임'은 지난 15일 첫 방송을 4시간으로 편성해, 참가자들을 최대한 고루 보여줬다. 공개되는 속도에 따라 팬들이 생기는 속도 역시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모든 참가자들의 무대를 보여준 결정으로 보인다. 화제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참가자들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제작진의 기획의도가 돋보인 차별성이었다.
상표만 바꿔 새 상품을 진열대에 올려놓는다면 대중은 금세 눈치를 챈다. '보이즈 플래닛'은 3회부터 방송 듀레이션을 120분에서 확대, 매 미션 구성마다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전의 과오를 범하지 않겠다는 '보이즈 플래닛'의 진심과 약속을 찾을 수 있을까. 이제 막 3회를 마친 '보이즈 플래닛', 가야 할 길은 멀고 지켜보는 눈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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