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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중단에도 사과문만”…커지는 뮤지컬 시장, 덩달아 커지는 관객 불만


입력 2023.02.17 08:52 수정 2023.02.17 08:5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공연은 현장 예술이다. 라이브로 진행되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사고도 종종 동반된다. 무대 장치를 비롯한 공연장의 환경, 그리고 출연 배우의 컨디션 등은 공연의 진행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데 최근 뮤지컬계에선 이 같은 요소들의 문제로 인한 관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뮤지컬 '베토벤'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베토벤' ⓒEMK뮤지컬컴퍼니

지난 12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었던 뮤지컬 ‘베토벤’이 주연 배우인 박효신의 건강상 문제로 당일 취소됐다.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절차에 따라 취소 및 환불을 진행될 것이라는 공지와 함께 관객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에도 ‘베토벤’은 배우의 사정으로 시작 시간이 20분 지연됐다. 이날 공연은 오후 2시 반에 진행될 예정이었다. 제작사는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별도의 보상은 없었다.


지난해 12월 25일에는 뮤지컬 ‘물랑루즈’가 기계 결함으로 공연을 중단했다. 2막 공연 중반 갑자기 노래가 끊기고 공연장 불이 켜졌다. 당시 제작진은 “기계 결함으로 잠시 공연을 중단한다”는 안내방송을 한 뒤 약 3분간 기기를 정비한 후 공연을 재개했다. 공연 종료 이후 제작사 CJ ENM은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역시 별도의 보상은 없었다.


최근 뮤지컬을 예약했다가 당일 취소 연락을 받은 한 관객 A씨는 “지방에서 공연을 보려고 부모님까지 모시고 서울에 오던 중 기차 안에서 취소 문자를 받았다”면서 “티켓을 예매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가족들의 이동 비용과 시간까지 모두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덜렁 사과문만 올리면 끝이라는 제작사의 태도가 불쾌하다”고 말했다.


몇몇의 사례를 언급했을 뿐 뮤지컬 시장에서 공연이 지연되거나 캐스팅이 변경되는 일은 심심치 않게 발생해왔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관객들의 불만이 거세진 것은 엔데믹 이후 뮤지컬 시장 규모가 4000억원(지난해 기준)을 훌쩍 넘어섰지만 사고에 대한 대책은 부실하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뮤지컬 티켓 가격이 인상되면서 관객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뮤지컬 시장은 기존 VIP석 기준 15만원 선을 유지하다가 지난해부터 잇따라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막을 올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16만원을, 같은 해 12월 개막한 ‘물랑루즈!’는 18만원, 지난달 개막한 ‘베토벤’과 내한공연 ‘캣츠’는 17만원의 티켓 가격을 책정했다. 3월 개막하는 ‘오페라의 유령’은 업계 최고가인 19만원으로 뮤지컬 티켓 가격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격이 오른 만큼 관객들을 위한 티켓 정책도 유연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는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상 제작사의 보상 기준은 ‘자율’에 맡겨져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공연이 30분 이상 지연·중단되면 티켓 값 110%를 배상해야 하지만 30분 미만일 경우 제작사가 자율적으로 보상안을 결정한다. 주요 출연자가 바뀔 때도 자율적으로 110%를 돌려주게 돼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관객들의 이 같은 요구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뮤지컬은 현장 예술이기 때문에 공연 도중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라이브 공연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물론 당일 공연이 취소되는 것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가항력적인 사항들에 대해서는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제작사 입장에서도 한 회차의 공연을 취소하면 그에 따른 피해가 크기 때문에 누구보다 공연을 올리고 싶은 입장이지만 라이브 공연의 특성상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면서 “최근엔 돌발적인 사고들을 예방하기 위해 국내 공연계에서도 프리뷰 기간을 두는 제작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본 공연 전에 미리 문제점을 파악해 보완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하소연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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