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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號 우리금융④] 대형 계열사 인수 기대감…'신의 계시' 또?


입력 2023.02.08 06:00 수정 2023.02.08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과도한 은행 의존 해소 필요

증권사 확충 우선순위 될 듯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리금융그룹 수장 인선이 일단락 됐다. 금융당국의 계속되는 언중유골 메시지와 그에 따른 관치금융 논란, 그리고 이를 둘러싼 조직 내홍 등 상처도 남았다. 아예 살을 째고 도려내야 할 고질적 병폐부터, 시간을 갖고 어루만져야 할 민감한 상흔까지 문제도 다양하다. 이런 와중 새로운 성장도 도모해야 한다. 임종룡 우리금융 신임 회장의 시간표는 임기 초부터 빽빽하게 메워질 전망이다.<편집자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 내정자.ⓒ우리금융그룹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 내정자.ⓒ우리금융그룹

임종룡 회장이 새 수장으로 결정되면서 우리금융그룹의 대형 계열사 인수를 둘러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주사 간판을 내걸긴 했지만 은행에 수익을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탓에,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이 조만간 대형 금융사 인수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 계속돼 왔다.


특히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에 가장 목말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임 회장이 과거 NH농협금융 수장 시절 하나님의 응답 덕에 NH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 이른바 '신의 계시' 발언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1~3분기에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은행 계열사가 차지한 비중은 69.3%였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리금융의 이 같은 은행 순이익 의존도가 85.3%로 가장 높았다. 다른 곳들의 해당 비율은 ▲하나금융 77.9% ▲KB금융 63.3% ▲신한금융 58.8% 순이었다.


이는 우리금융이 경쟁 금융그룹들에 비해 은행 이외 계열사가 다양하지 못해서다. 우리금융은 2019년 지주사로 재출범한 이후 자산운용과 저축은행, 캐피탈, 부동산신탁 등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확대해 왔지만 아직 증권사를 비롯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등 비(非)은행 핵심 계열사를 확보하고 있지 못한 현실이다.


4대 금융그룹 순이익 중 은행 비중.ⓒ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4대 금융그룹 순이익 중 은행 비중.ⓒ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의 새 회장이 제대로 된 지주사로서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끊이지 않아 왔다. 특히 4대 금융그룹이라는 우리금융의 위상과 여력을 감안할 때 인수 시장의 큰 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우선순위로는 증권사가 꼽힌다.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려면 증권사를 통한 투자금융 부문 확충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2014년 민영화 추진 당시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에 매각한 과거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아 있는 이유다.


보험사 인수는 증권사 이후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는 평이다. 보험업계의 경우 올해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되면서 제도 변경에 따른 재무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굳이 인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IFRS17이 적용된 이후 보험사들의 경영 상태가 확인된 이후 인수에 나서는 게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권에서는 우선 자본 규모 1조원 가량의 중형 증권사가 타깃이 될 것이란 예측이 제기된다. 이런 배경에서 유안타증권은 꾸준히 우리금융의 관심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다만 이에 대해 양측 모두 매각과 인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우리금융의 덩치를 감안하면 보다 큰 매물에 눈독을 들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금융의 인수 희망 1순위 증권사로 꼽혀온 곳이 삼성증권이다. 고액 자산가가 많은 삼성증권의 장점은 은행 중심 금융그룹에 더욱 메리트로 여겨져 왔다.


우리금융지주 차원에서 증권사를 직접 키우는 방식도 불가능하진 않지만,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기존 계열사인 우리종합금융이 라이선스를 받아 증권사로 탈바꿈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 시간이 한참 걸릴 수밖에 없다. 이에 성공한다고 해도 다른 증권사 규모로 성장하는 데까진 또 얼마만큼의 기간이 필요할지 알 수 없다. 당장 다른 금융그룹과의 경쟁력이 필요한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염두에 두기 힘든 시나리오다.


결과적으로 임 신임 회장이 어떤 증권사를 품에 안을 수 있을지는 그의 임기 내내 시장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옛 우리투자증권을 사갔던 농협금융의 당시 수장이 그였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임 신임 회장 내정자의 과거 발언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형 금융사 인수전에 나서면서 성공의 원동력으로 종교적 배경을 언급한 부분은 금융 논리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문제 소지가 될 수 있어서다.


임 내정자는 2019년 2월에 열린 한 포럼에서 우리투자증권 인수 뒷이야기를 전하며 "주일에 교회에 가서 기도한 뒤 무작정 한강에 가서 차를 세워놓고 한참 동안 기도했다"며 "기도를 마친 뒤 눈을 뜨자 전면 계기판 숫자가 전부 3자인 것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주행거리 3만3333㎞, 주유하고 달린 거리 333.3㎞ 등 전부 3자만 보였고, 고심 끝에 입찰가격을 1조1333억원으로 적은 덕에 인수에 성공했다는 설명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최근 수장 교체 과정에서 불거졌던 지배구조 이슈가 해결된 만큼, 새 회장 체제 아래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비은행 계열사 확충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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