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공공기관 채용박람회 시작
혁신 가이드라인 따라 신규 채용 축소
정부, 청년 일자리 위해 공공 인턴 확대
구직자 “줄어든 일자리 땜질 처방” 비판
지난해 11월 8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2 관광산업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내달부터 공공기관 채용이 본격 시작하는 가운데 기관 정원 감축 여파가 청년 취업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대부분이 전년보다 고용 규모를 줄이거나 일부는 아예 뽑지 않기로 하는 등 채용 문을 걸어 잠그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순차대로 발표하면서 기능, 조직·인력, 예산, 자산, 복리후생 등 5대 분야에 대한 효율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공기관은 전체 인력(정원)에서 1만2442명을 2025년까지 3년간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 현재 공공기관 정원은 약 44만9000명이다. 전체 정원 2.8%를 구조조정하는 셈이다. 기재부는 올해 1만1081명을 시작으로 2024년 738명, 2025년 623명 순으로 인력을 줄이면서 연간 7600억원 수준의 인건비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공공기관 인력 감축으로 올해 신규 채용 시장 문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재부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올해 신입채용 규모를 1600명가량으로 정하고 내부 검토 중이다. 지난해 2000명 정도를 신규 채용할 계획이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올해 상당 수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정규직(5·6급) 채용을 25%가량 줄일 예정이다. 250명을 채용하려 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200여 명 내외로 뽑는 방안이 유력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또한 지난해 102명에서 올해는 50명으로 절반가량만 뽑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자원공사도 올해는 100명 채용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140명을 목표로 했던 것과 차이가 난다.
신규 채용 계획이 없는 곳도 있다. 울산항만공사는 지난해 9명의 신입사원을 뽑았으나, 올해는 정원 감축 계획에 따라 현재까지 새로운 인력을 뽑을 계획이 없다. 하반기 명예퇴직 인원이 발생하면 보충하는 수준에 그칠 예정이다.
부산항만공사도 비슷하다. 지난해 14명 채용을 계획했다가 최종 15명의 정직원을 새로 뽑았는데 올해는 아직 계획이 없다. 청년인턴은 1월과 4월에 각각 12명, 8명 채용할 예정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아직 (채용) 계획은 결정된 게 없다”면서도 “지난해 보다는 아무래도 (공공기관 정원 감축에 따라) 선발 인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공기관 정규직 신규 채용 규모는 지난 2017년 2만2659명에서 2018년 3만3894명, 2019년 4만1322명으로 늘었다가, 2020년 3만736명, 2021년 2만7053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는 연간 2만6000명 이상 신규 채용을 목표로, 9월 말 기준 1만9237명을 채용했다. 올해는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따라 지난해 목표치(2만6000명)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재부는 줄어드는 신규 채용 규모를 대신해 정부가 청년 인턴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기재부와 국무조정실 등은 중앙정부, 공공기관 등에서 작년보다 1만3000명 늘린 3만5000명의 청년 인턴을 뽑기로 했다.
국조실은 지난 17일 ‘청년인턴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앙정부가 2000명의 청년 인턴을 새로 채용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은 2만1000명을 뽑고, 나머지는 인턴형 일경험 사업(7700명), 해외 봉사 등 직무 경험(4500명) 등에서 보충할 계획이다.
정부가 줄어든 공공기관 일자리 대신 인턴을 확대하기로 하자 청년 구직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달 대학 졸업 예정자 A 씨는 “학교 다니면서 그동안 공기업 취업 준비하느라 나름 많은 공을 들였는데 갑자기 채용 규모가 줄어든다고 하니 마음이 착잡하다”며 “정부가 줄어든 (공공기관) 정규직 일자리를 인턴으로 채우려 하는 건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턴제도 효과에 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인턴 경험이 향후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정부가 설명한 인턴 직무 내용을 보면 ▲브리핑 참여·모니터링 ▲회의 준비 과장 및 행사 준비 과정 경험(참석자 확인, 회의장 세팅) 등 단순 업무가 적지 않다.
A 씨는 “공공기관 인턴이란 건 사실 업무 보조역할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뿐더러 길어야 6개월짜리 임시직인데, 정규직을 줄이고 인턴을 더 뽑는다고 우리가 원하는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이런 지적에 “인턴의 단순 사무보조나 잡무는 원칙적으로 지양하고, 전공과 관심 직종 등을 고려하여 전문 분야별 실무경험을 습득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실무경험을 쌓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어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선 공공기관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은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라며 “공공기관 혁신에 따른 정원 조정은 자연 감소를 활용해 단계적으로 추진, 신규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정부는 각 기관이 내실 있는 인턴제도를 운영하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며 “관계부처가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체계적 일경험 정책지원·관리를 위해 범정부 협의체를 신설(가칭 일경험 정책협의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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