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잿값 급등, 미분양 우려 확산…곳곳서 공사비 갈등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3.01.21 06:18  수정 2023.01.2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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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증액 놓고 시공사-조합 간 충돌

사업성 떨어져…시공사 선정도 '난항'

주택경기 침체 지속, '제2의 둔촌주공' 사태 맞을라

자잿값과 인건비가 급등하고 주택경기 침체로 미분양 우려가 커지면서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자잿값과 인건비가 급등하고 주택경기 침체로 미분양 우려가 커지면서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21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는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공사 중단 위기에 놓였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최근 조합 측에 공사기간 2개월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조합의 요구에 따라 특화설계 등을 반영하고 공사비 1560억원 증액을 요청했으나 조합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또 조합 명의 통장의 사업비 인출도 막았다. 조합이 용역비 등 사업비를 통장에서 인출하려면 시공사 인감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내주지 않겠단 것이다.


공사비 갈등에 더에 이곳 사업장 감리업체 두 곳도 조합 측에 이달까지 미납한 감리용역비 31억원을 지급하라고 요청하면서 사실상 8월 말 입주예정일을 맞추기 힘들어졌다. 이들 업체는 미납금을 내지 않으면 다음 달부터 현장에서 철수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서초구 방배동 일원 '방배 센트레빌 프리제'(신성빌라 재건축)도 공사비 인상을 놓고 시공사와 조합 간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동부건설은 자잿값 인상과 설계변경 등을 이유로 조합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다. 두 차례 협상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이달 초 결국 공사를 중단했다. 공정률은 40% 정도다. 이곳 단지 역시 올해 10월 입주 예정일을 맞추기 힘들어졌다.


시공사 선정 절차부터 애를 먹는 사업장도 속출하고 있다. 공사비가 낮아 사업성이 떨어져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다.


영등포구 소재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초부터 4차례 시공사 입찰 공고를 냈으나 번번이 유찰됐다. 동대문구 청량리6구역 재개발조합은 2차례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고 인접한 8구역 재개발조합 역시 시공사를 찾지 못했다.


건설사들은 고금리로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난 데다 자잿값과 인건비가 올라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단 입장이지만, 조합은 미분양 리스크가 커 마냥 공사비 인상에 나서기 힘들단 견해다.


업계에선 주택경기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는 만큼 당분간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더 심화할 거라고 내다본다. 최악의 경우 장기간 공사가 중단됐던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사태를 재현하는 사업장도 생길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집값이 오르고 시장이 호황이었을 때는 공사비 인상과 관련해 조합도 시공사도 이러한 고민이 없었다"며 "지난해부터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정비사업장마다 비용 부담이 커졌고 주택경기 전반이 침체된 데다 자잿값 상승으로 이렇게 갈등을 빚는 사업장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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