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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의 비명①] 처음 겪는 고금리…믿었던 부동산의 배신


입력 2023.01.09 07:12 수정 2023.01.09 07:12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은마 전용 76㎡ 21년 26억3500만원→22년 18억5000만원

발 빼는 2030세대…주택 거래 비중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

부동산 급등기 당시 패닉바잉 여파로 내집마련에 나섰던 2030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부동산 급등기 당시 패닉바잉 여파로 내집마련에 나섰던 2030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부동산 급등기 시절 많은 이들이 빚을 내 집을 마련했다. 부동산 불패를 믿었고, 이때가 아니면 살 수 없다는 공포감이 작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러한 믿음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집값 거품은 걷히기 시작했고, 금리는 빠른 속도로 오르며 이자부담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영끌족들이 생겨난 계기와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을 짚어보고, 필요 정책들을 분석해 본다. [편집자주]


부동산 급등기 당시 패닉바잉 여파로 내집마련에 나섰던 2030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집값은 바닥을 모르고 내리고 금리인상으로 갚아야 할 돈은 늘었기 때문이다.


자금 여력이 부족해 주로 빚을 내 집을 매수한 이들 세대는 주로 영끌족이 많다. 영끌족들이 패닉바잉에 휩쓸려 시장에 진입할 때만 해도 기준금리는 0%대로 초저금리 시대였다. '고금리'는 이들에겐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인 셈이다.

집값 하락에 금리는 쑥…영끌족 혹독한 겨울

영끌족들은 집값 급등기 시절인 2021년부터 본격적인 매수에 나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1년 1월 20대 이하와 30대의 비중을 합한 매수 비중은 44.7%로 역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당시 거래량이 감소하던 때였지만, 2030의 매수세는 꾸준했다. 가파른 집값 상승세가 이들의 공포감을 자극했고 매수를 부추겼다. 집값이 더 오르면 집을 사기가 어려워진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내집마련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문제는 당시 집값이 지금에 와서 보면 고점이었다는 데 있다. 일례로 강남구 은마 전용면적 76㎡는 2021년11월 26억3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3일에는 18억5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거래가가 2년 새 40% 넘게 떨어진 셈이다. 현재 호가는 17억원 대다.


특히 2030의 매수세가 집중됐던 노도강 역시 속절없이 떨어졌다. 노원구 월계동 미륭·미성·삼호3차 전용 59㎡의 경우 2021년 신고가로 9억8000만원이 찍히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선 거래가가 5억1000만원까지 내렸다. 도봉구 도봉동 도봉한신 전용 84㎡는 2021년 7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8억원을 목전에 두고 있었으나, 지난해 11월 4억5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에 반해 금리는 2021년에 비해 몇배 높아졌다. 현재 기준금리는 3.25%로 2021년 동기와 비교하면 2.25%가 높다. 당시 11월에야 1.00%에 도달했고, 이전에는 제로금리였다. 2030이 매수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집값 불패에 대한 기대감과 이런 낮은 금리에 있었다.

2030 시장서 이탈, 거래 비중 역대 최저

일부 은행에선 시중은행 대출금리 상단이 8%를 돌파했다. 1년 전 3.57~5.07%였던 것에 비해 금리 상단이 3.05%p 상승했다. 5억원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5%대의 금리로 받았다면 매달 은행에 갚아야 할 원리금은 약 268만원에서 약 371만원으로 늘어난다.


결국 버티지 못한 영끌족들의 이탈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별 주택매입거래량을 살펴본 결과, 2022년 1~10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44만9967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30대 이하의 주택 매매 거래량은 10만8638건으로 전체의 24.1%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9년 이래(1~10월 기준) 가장 낮은 비중이다. 주택 매입 비중이 1년 전보다 3.0% 줄었다.


업계에서는 한동안 2030의 매수세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2030은 사회 초년생들이 많은 만큼 자금적인 부분에서 다른 세대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며 "지금은 집값도 내리고 있고 금리도 높다보니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막상 산다고 해도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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