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폭 '금융위기' 뛰어 넘어, 거래 침체도 장기화
전문가 "매매 뿐 아니라 임대도 말썽…위험요소 더 크다"
한때 뜨겁게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이 빠른 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데일리안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끝없는 상승을 기대하며 집을 샀던 이들의 꿈은 당장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돼 가는 모습이다. 대출·세제 및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어떤 정책도 시장 활성화에는 약효를 내질 못하고 있다. 이젠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때의 부동산 시장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 보고 앞으로의 시장을 예측해본다.<편집자주>
한때 뜨겁게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이 빠른 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암흑기였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거래량 감소와 집값 하락폭이 그렇다. 미분양은 아직 그때에 비해 못 미치지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되레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먼저 2008년 당시를 살펴보면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항에서 부동산이라고 힘을 쓸 수 없었고 그대로 시장은 침체의 길로 들어섰다. 금융위기 이전 전국 아파트값은 2006년 11.6% 서울 18.9%, 수도권 20.4% 올랐는데, 해당 상승분은 예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상황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르다면 아직까지는 사정이 조금 더 낫다는 것인데, 이 또한 언제 역전될 지는 모른다. 업계에서는 침체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일단 문재인 정부 시절 올랐던 집값이 빠른 속도로 빠지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주택) 매매가는 1.37% 하락했다. 금융위기(-0.78%) 당시보다도 큰 폭의 하락이다. 직전월(-0.77%)보다는 하락 폭이 2배 가까이 커졌다.
서울은 1.34% 내려 전월(0.81%)에 이어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하며, 2008년 12월(-1.39%) 수준에 근접했다.
정점을 찍었던 집값이 바닥을 모르게 떨어지자 거래량이 줄었다는 점도 비슷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8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000건대로 쪼그라들었다. 한때 1만 건까지 거래됐던 시장이 순식간에 위축됐다.
올해 거래량도 전년에 비해 반토막났다.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5개월 연속 600건 안팎으로 저조한 모습이다. 이달도 165건으로 600건대 거래량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2008년에는 4개월 간 적은 거래량을 보이다가 다시 거래량이 회복됐지만, 올해에는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아직 매수심리가 회복될 조짐이 보이질 않고 있다.
분양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눈물의 분양, 눈물의 마케팅’ 등과 같은 표현이 그때처럼 등장하기 시작했다. 10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총 4만7217가구로 집계됐으며, 전월(4만1604가구) 대비 13.5%(5613가구) 증가했다. 1년 전(1만4075가구)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다. 아직 외환위기 당시 미분양주택 16만6000가구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지만 증가폭이 가파르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부 지표들은 오히려 당시를 뛰어넘기도 했다. 경기 둔화는 물론 금리인상도 아직 남았다. 당초 시장에선 최종금리 수준으로 3.5%를 예측했지만,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월 금통위 당시 다수의 금통위원이 이번 금리인상기 최종금리 수준으로 3.5%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시장과 소통을 위한 것이었지 정책 약속은 아니었다“고 했다. 경제상황에 따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충격이 금융위기 때보다 클 수 있다고도 설명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2008년 당시에는 하우스푸어 등 주택을 구매한 사람만 힘들었다면 이번 시장에서는 영끌과 그동안 급등했던 전월세까지 엮여있다"며 "위험요소가 더 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금리에 역전세도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고, 아직까지 금리 인상도 더 남았다"며 "그땐 매매시장만의 문제였다면 임대시장도 말썽을 부리는 등 온갖 위험요소들이 산재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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