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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탈퇴가 왜 경사일까 [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2.12.02 11:16 수정 2022.12.02 19:4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민폐파업, 정치파업으로 국민에 미운털 박힌 민주노총

'민폐노총'소리 듣기 싫다면 국민에 폐 끼치는 일 그만둬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11월 30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11월 30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포스코 노조의 민노총(민주노총) 탈퇴 직후 주가 급등은 민노총에 대한 개미 투자자들의 평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생산현장을 지키는 다수 노동자의 진정한 뜻은 민폐노총이 되어버린 민노총의 전위대 역할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포스코 노조의 민노총 손절! 축하하고 환영합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일국의 장관이 노동계를 대표하는 단체 중 하나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해보이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민심은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 페이스북 댓글은 물론, 해당 글을 소개한 기사 댓글에도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가 대부분이다.


사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의 조직형태 변경(산별노조에서 기업별노조로 변경, 즉 금속노조 탈퇴) 찬반투표 결과가 주식 장 마감 시간 이후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안이 포스코 계열사들의 주가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은 종목 게시판에서 자신이 투자한 기업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기원하는 글을 올렸다.


민중의 편에 서서 노동자를 위해 싸운다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어쩌다 전 국민에게 미운털이 박혔을까.


원인은 민주노총 스스로 제공했다. 연봉 1억에 육박하는 귀족 노조가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내겠다며 사측과 줄다리기를 벌일 때도, 줄파업으로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소리가 들릴 때도 못마땅하긴 했지만 화가 치밀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들의 민폐 행위가 체감된다. 서울교통공사노조 파업에 따른 지하철 운행 차질로 출퇴근길에 고생을 해야 하고, 화물연대 파업으로 석유제품 운송이 막히며 주유소에서 기름 넣기도 힘들다. 자동차를 예약해놓고 1년을 기다렸는데 카 캐리어들까지 파업에 동참하며 인도를 더 기다리거나 로드탁송으로 수백km의 수명을 소모한 차를 받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KTX와 서울지하철 1‧3‧4호선을 운행하는 철도노조까지 2일 파업을 예고하며 화를 더욱 돋웠다. 다행히 이날 새벽 노사 교섭 잠정합의로 파업이 철회되긴 했지만 이미 ‘파업 스트레스’는 추가됐다.


화물연대도 서울교통공사노조도, 전국철도노동조합도 모두 민주노총 소속이다. 이른바 ‘민폐파업’이 벌어질 때마다 “또 민주노총이야?”라는 소리가 나올 만 하다.


그 민주노총이 오는 3일에는 전국 노동자 대회를 연다. 서울에서는 여의도 국회 앞을 점거해 시위를 벌이고 부산에서는 부산신항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집회와 연계해 투쟁을 벌인다고 한다.


시위의 목적은 자신들의 입장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여기에 지지의 박수를 보낼지 비난의 눈총을 보낼지는 스스로 잘 알 것이다.


포스코지회 지도부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를 결정하고, 70%에 가까운 조합원들이 탈퇴를 지지한 배경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권력에 맛에 취해 노동자 권익 보호보다 조직의 세를 키우는 데 심취한, 집회 현장에서 정치적 구호나 외치는 집단에 꼬박꼬박 조합비를 헌납할 이유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아가 전 국민적 비난을 받는 민주노총의 일원으로 불리는 상황이 마뜩치 않았을 근로자 역시 적지 않았으리라 본다.


‘민폐노총’이라는 용어는 이번에 원희룡 장관을 통해 처음 나온 게 아니다. 과거에도 민주노총이 ‘민폐파업’을 벌일 때마다 종종 언급됐던 비아냥 섞인 명칭이다. 이 소릴 듣기 싫다면 원 장관의 입을 막을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폐를 끼치는 일부터 그만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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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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