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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동감' 여진구 "모든 장르가 내 장르였으면"


입력 2022.11.28 08:02 수정 2022.11.28 08:03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005년 '새드무비'로 데뷔

2005년 영화 '새드무비'로 데뷔해, 어느덧 배우로 활동한 지 17년차 된 배우 여진구. 지금까지 영화와 드라마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했다. 덕분에 대중은 그가 어린 나이서부터 2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성장을 지켜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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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왕이 된 남자', '호텔 델루나' 괴물' 등 유독 장르물과 사극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여진구에게 '동감'은 자신이 꿈꿔온 '로망' 같은 작품이었다. 20대가 지나가기 전에 청춘 로맨스를 만나고 싶었고, 그렇게 마주한 작품이 22년 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동감'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니 더할 나위 없이 기뻤고 운명 같았다. 처음에는 '동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제작사 쪽에서 리메이크 작품이라고 알려주지 않았으나, 이미 알고 있던 여진구는 영화를 접했을 때의 따뜻함을 다시 느꼈다.


"몇 년 전에 90년도 우리나라 영화에 푹 빠졌던 적이 있었어요. 그 시대를 동경하고 있거든요. '동감'도 물론 봤었죠. 서정적이고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는 영화였어요. 리메이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원작을 다시 봤어요."


영화 '동감' 1999년의 용(여진구 분)과 2022년의 무늬(조이현 분)가 우연히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영화다. 여진구는 95학번 용 역을 맡아 2022년의 무늬와 무전기로 소통하게 되면서 가까워진다. 용은 짝사랑하고 있는 한솔(김혜윤 분)을 향한 고민을 무늬에게 털어놓기도 하고 조언을 건네 받는다. 여진구는 용을 연기하면서 자신과 같은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용이 사랑에 무모하게 돌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한 가지에 꽂힐 때 친구들이 모습은 내 모습이 이렇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종종 친구들이 '대중이 생각하는 여진구가 아니라 우리가 아는 너를 보면 사람들이 놀랄 수도 있겠다'란 말을 하거든요. 용이라는 역할 자체가 편해서 연기하기 어렵지 않았어요. 가끔씩 '너무 신경을 안 썼나', '내가 너무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나'란 걱정도 들더라고요.(웃음)"


여진구는 무전을 통해서 교감하는 용과 무늬의 케미스트리를 살리기 위해 조이현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결론은 서로에게 무전으로 대화하는 장면을 촬영할 땐 현실감을 높여주기 위해 곁에서 연기를 도와주기로 했다.


"최대한 대화를 하는 느낌을 가지고 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았어요. 물론 녹음해서 틀어주는 방식으로 할 수도 있었지만, 무전하는 촬영할 때 서로의 스케줄이 없어도 같이 와서 실제로 호흡을 맞추면서 진행했어요. 그리고 영화를 보니 이렇게 한 게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란 생각을 했어요."


워낙 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여진구는 지금까지 대부분 현장에서 막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이현, 김혜윤, 나인우 등 또래 배우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이 자신의 경력을 혹시나 신경 써 어려워하지는 않을까 고민이었지만,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누구와 촬영하든 재미있는 현장이었으면 좋겠다란 막연한 로망이 있어요. 함께 연기하고 만들어나가는 것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죠. 빨리 친해지기 위해 무언갈 하기 보다는, 어차피 또래 친구들이니 편하게 다가갔어요. 다들 너무 성격이 좋아요. 좋은 동료들을 얻었어요."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톤과 종종 등장하는 서울 사투리는 여진구의 아이디어였다.


"캐릭터 설정은 이미 했기 때문에 더 도움이 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찾아봤어요. '동감' 원작도 있고 90년대 방송도 찾아보기 쉬워서 자료 찾는 건 편했어요. 영상을 보니 한결같이 독특한 서울 사투리를 쓰더라고요. 그걸 감독님께 이야기 드렸어요. 과하지 않을까 싶긴 했는데 적절하게 녹일 수 있는 신이 있으면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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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Y2K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1990년대 패션 스타일이 낯설거나 이질적이지 않게 다가온다. 1990년대만의 촌스럽지만 고유한 무드를 살리고 싶었지만, 현재 흔히 볼 수 있기에 걱정도 있었다.


"요즘 너무 예쁘고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라 오히려 걱정 됐어요. 현대와 차이가 없을까 봐요. 그래서 예쁜 것보다 기본적인 것들로 설정했어요. 다행히 무난하고 도드라지진 않은 것 같아요."


영화의 후반, 용과 무늬는 서로 얽혀있는 관계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며 엇갈리게 된다. 시간이 흐른 후 40대가 된 용은 무늬 앞에 나타나기 보다 조용한 응원을 건넨다. 여진구는 영화 속 생략된 시간 속 용의 삶을 생각해 봤다.


"저도 용이가 어떻게 살아왔을지 궁금해요. 용이가 절절한 첫사랑을 했지만 새로운 좋은 인연이 있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촬영했어요. 무늬와 만나기로 한 날 2시간 넘게 비 맞고 서 있을 알기 때문에 영지를 통해 우산을 건네잖아요. 그걸 보며 용이가 20대 청춘에게 마음을 써 줄 수 있는 어른이 되지 않았을까요."


지난 16일 개봉한 '동감'은 현재 44만 4515명의 누적 관객 수를 모으며 고전하고 있다. 22년 만에 만들어진 '동감'의 메시지가 2022년에 쉽게 닿지 못한 모양새다. 하지만 여진구는 흥행을 떠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수 있었던 운명과도 같은 작품을 만난 것에 만족한다.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연기'와 자신이 '하고 싶은 연기'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가며 모든 장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이다.


"저는 어떤 연기를 보여드렸을 때 이해를 받고 응원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확실하게 보여드릴 수도 있고요. 이런 면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땐, 제 장점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다행히 장르물, 사극을 할 때 칭찬을 많이 해주셨는데 저는 이 나부터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큰 무기처럼 느껴져요. 언제라도 다른 장르에 도전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20대에 국한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거예요. 자신 있는 장르, 잘하는 장르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 저의 목표죠."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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