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미국 네바다주 만달레이베이 이벤트센터서 열린 UFC 86 ´라이트헤비급 타이틀매치´ 결과와 관련, 격투 팬들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도전자 포레스트 그리핀(29·미국)이 퀸튼 ´램페이지´ 잭슨(30·미국)을 판정으로 제압, 새로운 챔피언에 올랐다. 부심 3명이 모두 그리핀의 승리를 선언했기 때문.
이로써, 주최 측이 그토록 원하던 TUF(The Ultimate Fighter) 시즌1 출신의 인기스타를 챔피언에 올리는데 성공했다. 기량자체를 떠나 미국현지에서 워낙 인지도가 높아 또 다른 인기파이터들과의 적절한 조율을 통해 ´흥행 매치업´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문제는 ´경기에서 그리핀이 퀸튼을 압도 했느냐´는 것.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당수 매체와 팬들은 퀸튼의 판정승을 예상했을 정도로 경기내용 자체는 쉽게 판정을 내리기 어려운 박빙이었다.
때문에 각 격투기 카페와 포탈사이트 등에서는 경기의 승자를 놓고 팽팽한 의견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해외 유명격투매체 등에서도 경기 결과를 놓고 투표가 진행되고 있을 정도.
판정결과를 놓고는 ‘개운치 못한’ 한판이지만, 둘의 경기자체는 타이틀매치에 어울릴만한 명승부였다는 평가. 그리핀은 장신의 장점을 살려 원거리에서 잽과 스트레이트, 로우킥을 쉴 새 없이 뻗었고, 퀸튼은 뛰어난 복싱실력의 소유자답게 조금의 틈만 있으면 벼락같이 훅과 어퍼컷을 날렸다.
1라운드 중반 그리핀은 퀸튼의 강력한 펀치에 다운을 당하며 그로기상태까지 몰렸다. 하지만 내내 우세할 것 같은 퀸튼의 압박은 2라운드에서 묘하게 바뀌어 버렸다. 2라운드 초반 그리핀의 로우킥에 맞은 퀸튼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하체 쪽에 데미지를 나타낸 것.
원래 부상이 있던 것인지 그리핀의 로우킥이 정확했던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때부터 퀸튼의 거침없던 움직임은 조금씩 무뎌지기 시작했다. 기회를 잡은 그리핀은 조금의 틈만 있어도 로우킥을 시도하며 철저하게 퀸튼의 약점을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그러한 절대적 유리함 속에서도 퀸튼의 펀치 때문에 섣불리 들어가지 못하면서 팽팽한 공방전은 계속됐다. 퀸튼은 하체에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그리핀의 펀치를 대부분 막거나 흘려내는 관록을 보여줬다. 오히려 공격횟수나 정확도에서 한걸음 앞서는 움직임까지 보이며 수차례 그리핀을 몰아세웠다.
하지만 판정결과는 그리핀의 완승이 선언됐고, 이는 국내 격투팬들 사이에서도 순식간에 화제로 떠올랐다.
퀸튼의 승리를 예상한 팬들은 “2라운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압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경기결과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그리핀의 승리가 옳은 판정이었다고 주장하는 팬들도 만만치 않았다. “오랫동안 UFC 경기를 시청한 팬으로서 점수를 나름대로 계산해봤다”는 한 팬은 “보이는 것에서는 퀸튼이 우세한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유효타 등에서는 분명 그리핀이 앞선 게 사실”이라며 “방송매체 등에서 퀸튼이 앞서고 있는 것처럼 해설한 전문가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국내 팬들의 반응은 퀸튼의 ‘승리’에 대한 의견이 좀 더 우세한 편이다. 하지만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고, 현지에서의 퀸튼과 그리핀의 인기차이를 감안했을 때 미세한 변수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경기장 분위기는 같은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드 출신인 퀸튼보다는 UFC에서 밀고 있는 기대주 그리핀에게 압도적인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는 곧 흥행으로 이어짐은 두 말할 나위 없다.
퀸튼은 평소와 달리 판정이 내려질 무렵부터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어느 정도 체념한 듯했고, 그리핀은 손을 들어 올리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판정이 내려지기 무섭게 퀸튼은 조금의 불만도 표시하지 않은 채 그리핀을 축하해주며 판정결과를 인정(?)했다.
그리핀의 챔피언 등극으로 UFC 주최 측은 맷 휴즈-척 리델-리치 프랭클린 등 자국 내 백인스타들의 챔피언 공백을 상당부분 메울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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