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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영표·김호곤’ 정치 외풍에 맞선 축구팬들


입력 2022.11.02 11:01 수정 2022.11.03 13:49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김호곤 수원FC 단장에 이어 이영표 강원 대표도 재계약 불가

구단주 바뀔 때마다 정치적인 외풍, 결국 팬들 강경 대응 예고

강원FC 서포터 '나르샤'. ⓒ 프로축구연맹 강원FC 서포터 '나르샤'. ⓒ 프로축구연맹

김호곤 수원FC 단장에 이어 이영표 강원FC 대표마저 모종의 이유로 팀을 떠나게 돼 축구팬들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강원도는 지난 1일 이영표 대표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내렸다.


지난해 1월 강원FC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이영표 대표는 2년 계약을 맺었고 많은 성과를 냈다.


이 대표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라는 자신의 이름값을 적극 활용해 강원 구단에 수많은 스폰서십 계약을 안겼고 이로 인해 구단의 매출은 91%, 유료 관중 동원 역시 45%가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대표는 가장 중요한 구단 내실 다지기에도 크게 기여했다. 지난 시즌 강원이 강등 위기에 몰리자 K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최용수 감독 선임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고 최 감독은 이번 시즌 강원을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6위에 올려놓았다.


선수 영입도 적극적이었다. 직접 영입에 나섰던 김대원은 올 시즌 K리그 공격포인트 전체 1위에 올랐고 지난 토트넘과의 올스타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양현준은 올해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며 강원 구단을 넘어 한국 축구의 미래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영표 대표이사는 올해 말 임기를 끝으로 팀을 떠난다.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 프로축구연맹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 프로축구연맹

비슷한 예는 수원FC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수원FC는 2019년부터 3년간 함께 했던 김호곤 단장과 계약 종료 후 결별하기로 했다.


김호곤 단장이 누구인가. 국가대표 출신의 김 단장은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거쳐 부회장(성인리그 운영 담당), 그리고 기술위원회 위원장까지 한국 축구에 몇 안 되는 축구 행정 전문가다.


수원FC 단장직을 맡은 후에는 팀의 체질 개선에 나섰고 이번 시즌에는 이승우와 지소연(수원FC 위민) 등 스타플레이어 영입에 나서며 팬층 확대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리고 수원FC는 2020년 K리그1로 승격했고 지난해 창단 첫 파이널A 진출 및 역대 최고 성적(5위)의 화려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이영표 대표와 마찬가지로 김호곤 단장 역시 ‘재계약 불가’다.


축구계에서는 정치적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며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강원FC와 수원FC는 시민 구단(강원FC는 도민 구단)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시 또는 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주체이며 세금에 의해 구단이 운영되다보니 구단주인 시장 또는 도지사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그리고 지방선거 후 구단주가 교체되면 축구팀에도 인사 교체 칼바람이 불기 일쑤다.


수원FC 김호곤 단장(오른쪽)도 팀을 떠난다. ⓒ 프로축구연맹 수원FC 김호곤 단장(오른쪽)도 팀을 떠난다. ⓒ 프로축구연맹

가장 큰 피해는 역시나 선수들과 팬들이다. 특히 멍이 든 강원FC와 수원FC 팬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묵과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먼저 강원FC 공식 서포터인 ‘나르샤’는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발표하며 김진태 강원도지사에게 이영표 대표이사직 재계약 무산에 대한 재고를 요구했다.


“강한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힌 서포터 측은 “우리에게 진짜 대표이사라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은 이영표 대표이사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아직 계약기간 두 달이 남은 이 시점에 다시 한 번 재고해 주시길 강력히 바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산될 경우 나르샤는 추후 운영진 및 회원님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강력한 행동으로 나설 것임을 미리 밝힌다”면서 “재계약 촉구가 생떼를 부리는 게 아닌 강원FC를 사랑하는 도민들의 염원이고 현재 민심임을 알아주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수원FC도 마찬가지다. 수원FC 서포터즈 ‘리얼크루’ 역시 김호곤 단장의 재계약 무산과 관련해 △구단의 체제를 흔드는 대의명분이 없다, △어처구니없는 흑색비방으로 순수한 스포츠 서포터즈에 씻을 수 없는 치욕감을 안겼다라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리얼크루’ 측은 “서포터즈를 모독한 당사자들이 누구인지 밝히고 사과하라. 정치적인 이유로 단장을 교체하여 팀의 뿌리를 흔드는 목적이 아니라면 투명하고 논리적인 명분으로 팬들을 설득하고 소통행정을 시행하라”면서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며 향후 경기장에서의 응원을 일체 중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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