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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잡스④] 경륜경정 공정불법대응센터 “불법도박 자르고 공정경주 지키고”


입력 2022.09.30 10:28 수정 2022.10.01 08:19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스포츠잡(JOB)스]국민체육진흥공단 경주사업총괄본부 공정불법대응센터

광명스피돔 경륜본장. ⓒ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광명스피돔 경륜본장. ⓒ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원 연구 발표에 따르면, 불법스포츠도박은 코로나19 이후에도 2019년 사행산업통함감독위원회(사감위)의 불법도박 실태조사와 비슷한 수준인 20.2조 규모로 측정됐다.


코로나19로 인해 합법 사행산업 영역은 영업 중단 및 축소 운영으로 매출이 감소한 반면 불법스포츠도박은 모바일과 온라인을 통해 창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요행에 기댄 대중들의 심리와 비대면 시장 확산 분위기 속에 스마트폰과 인터넷 플랫폼을 바탕으로 불법스포츠도박 시장은 여전히 커지고 있다.


접근성과 높은 환급률 등을 내세운 불법스포츠도박은 도박 중독자 양산, 2차 범죄 증가, 청소년 도박, 조세 포탈 및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등의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불법스포츠도박은 공정한 룰 아래서 정정당당하게 이뤄져야 할 스포츠의 근본 가치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능적으로 조직화 되고 규모가 커져가는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에 맞서 불법은 자르고 공정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몸으로 뛰고 머리를 맞대는 곳이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경주사업총괄본부 공정불법대응센터다. 지난 23일 광명스피드돔을 찾아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Q: 공정불법대응센터에서 수행하는 직무 등 전반적인 업무에 대해 소개해 달라.


- 이준환 센터장 “경륜경정 공정불법대응센터는 공정과 불법이라는 두 파트가 함께 움직이는 센터 조직이다. 고객들의 돈이 오고가는 ‘겜블’ 사업이라 공정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정 파트에서의 주된 업무는 부정 경주(사이클, 모터보트) 예방과 공정 리스크 사전 점검, 선수 관리 및 감독이다. 고객이 돈을 걸었는데 일부러 열심히 뛰지 않는 그런 선수들은 경륜경정 선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선수들을 걸러내는 것도 우리의 주요한 책무다. 선수들 훈련 과정에서도 기량뿐만 아니라 부정 접촉이나 도핑 방지 등을 위해 공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교육한다. 경륜·경정 제재심의위원회 운영·개선도 함께 한다”


“불법 파트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사설(불법) 경륜경정 사이트와 관련된 제보를 받거나 적발하고, 현장을 찾아 단속한다. 불법시장 대응 유관기관 협력 체계 강화와 불법 사행산업 예방 및 근절을 위한 홍보도 한다. 선수들에게 불법 사례를 알려주고, 이 같은 불법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도 한다. 우수 고객과의 1:1 교육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직원을 상대로도 연 2~3회 교육한다”


- 성시혁 과장 “사설 불법사이트로 빠져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예방과 홍보가 가장 중요하다. 성인이 되기 전 학생 시절 예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크다는 점에 착안, 불법스포츠도박의 폐해를 알리는 포스터를 제작해 광명시에 소재한 고등학교에 배포했다(하남시 예정). 예방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제보다. 포상금까지 걸려 있다. 제보자에 대한 신분 보장은 철저하게 지켜진다. 가장 기본이다”



왼쪽부터 성시혁 국민체육진흥공단 기금조성총괄본부 공정불법대응센터 과장, 이준환 센터장, 이용재 과장이 23일 광명스피돔 경륜본장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왼쪽부터 성시혁 국민체육진흥공단 기금조성총괄본부 공정불법대응센터 과장, 이준환 센터장, 이용재 과장이 23일 광명스피돔 경륜본장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Q: 최근 추진하는 굵직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 성시혁 과장 “최근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와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불법도박 예방론’이라는 교과목을 개설해 불법도박 발생 기제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불법도박을 근절·예방하자는 목표 아래 최근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도박 문제행동 치유 및 예방 관련 이론 교육, 솔루션 토론 수업,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 실무자 특강 등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 이준환 센터장 “해당 교과목을 소화하는 학생들은 광명스피돔 등 현장에 와서 설문과 인터뷰를 하고, 스스로 불법스포츠도박과 관련된 과제도 올린다. 도박문제 현황 및 불법도박 실태에 대한 이해, 청소년 온라인 불법도박 추이 파악, 도박문제 치유 및 예방 활동 방향 학습(범죄학 이론 및 교정학 이론)도 할 수 있다. 향후 국민체육진흥공단 실무자들과 함께 불법도박근절 아이디어 구체화 결과물 도출도 기대할 수 있다


연말에는 불법도박 근절 관련 최종 결과물을 놓고 팀별 발표에 이어 시상식도 가질 예정이다. 학생들이 과제물이나 결과물을 블로그 등에 게재하면 또래 학생들이나 경찰 직종에 있는 분들이 접하게 될 확률도 많다. 학생들이 이와 같은 교과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고 연구하다 보면 문제의 심각성도 파악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학생들이 성장해 경찰이 된다면 불법스포츠도박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공공기관 협업에도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광명스피돔 경륜본장. ⓒ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광명스피돔 경륜본장. ⓒ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Q: 업무 중 애로사항이 많을 텐데. 가장 어려운 부분은?


- 이용재 과장 “불법도박 사설 업체 단속 등의 업무를 진행하면서 수사권이 없는 우리 같은 기관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보를 통해서만 관찰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 또 적절한 타이밍에 단속이 이뤄줘야 하는데 이른바 ‘골든 타임’을 놓쳐 단속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자면, 작년에 경륜경정 온라인 발매 관련법이 통과되면서 이제는 온라인 베팅도 이뤄지고 있다. 그에 따라 PC방에서 사설 불법경륜이 횡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처가 쉽지 않다. 쉽게 말해 제보를 받고 현장을 급습한다 해도 불법을 저지른 인원이 컴퓨터 전원을 꺼버리면 우리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112나 경찰 지구대에 전화 신고를 하고 현장에서 기다리는 사이 증거는 인멸되기 일쑤다. 경찰을 대동해 급습하지 않는 이상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나 권한이 없어 안타깝다. 수사권을 가질 수 없다면 우리 기관에서 경찰의 파견 근무라도 이뤄지면 좋겠다. 함께 근무하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문제를 공유하면서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지금까지 놓쳤던 부분들을 많이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이준환 센터장 “사설 불법 경륜경정사이트 운영도 조직화되면서 최근에는 불법 현장에서 진입을 막는 건장한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과 승강이하다 보면 이미 증거는 인멸된다. 물리적으로 제압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경찰이 제압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는데 우리가 가능하겠나. 우리도 나름 건장한 ‘요원’들을 채용해 현장에 가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남성들만 사설 경륜 불법사이트를 운영 또는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들도 있기 때문에 혹시 모를 접촉에 대비해 ‘여성 요원’을 채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 한계가 있다.


또 주 메인 사이트를 잘라내야 한다. 가지치기 형태의 2차 도메인은 적발해도 금방 살아난다. 불법 온라인 사이트 단속 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알려도 차단까지 그 과정이 너무 길다. 신속하게 조치해도 새로운 불법 사이트가 또 생성되는데 지금처럼 긴 시간이 소요되는 절차라면 의미가 없다. 즉각적인 조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안 그래도 대응하기 어려운 불법 시장인데 그들은 점점 지능화 되어가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권한은 제한적이다”


- 성시혁 과장 “정부 정책 입안자, 스포츠 및 베팅 규제 기관, 경찰 및 법 집행기관, 은행 및 금융기관, 뉴스 매체 등 주요 이해 관계자들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 이준환 센터장 “그렇다고 우리가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어 각종 불법 스팸들을 받아들인다. 그런 스팸들을 받아 시도 경찰청 등 공공기관과 심각성을 공감하면서 함께 대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준환 센터장. ⓒ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이준환 센터장. ⓒ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Q: 어려운 환경에서도 고생하고 있는 공정불법대응센터다.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와 각오를 말해달라.


- 이준환 센터장 “코로나19로 인해 2년 동안 정상적인 사업을 하지 못했다. 매주 경륜장을 찾던 고객들도 길이 막혔다. 그로 인해 사설불법 경륜경정 사이트로 빠진 고객들이 급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온라인 발매법이 통과돼 이제는 집에서도 경륜경정을 보면서 베팅할 수 있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고객들이 많다. 사설불법사이트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여 너무 안타깝다.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우리의 사업을 통해 조성된 기금은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 예산, 그리고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지원되는 연금 등으로 쓰인다. 세금도 내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은 불법사이트와의 접촉은 평범한 이용자의 파멸을 부를 수 있다


우리가 단속하고 처벌만을 내세우는 기관은 결코 아니다. 예를 들면 선수들이 자숙 기간을 거칠 때 우리가 계도의 역할도 한다. 선수의 죄가 미운 것이지 선수 자체가 미운 것은 아니다. 우리의 계도 아래 자숙 기간 운동을 더 열심히 해 우수급 선수로 성장하는 사례도 있다. 그럴 때 보람도 느낀다. 우리는 불법은 잘라내고 공정을 지키면서 국민들에게 경륜경정사업이 건전한 레저로 인식되고, 더 익사이팅 하게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그래야 불법 영역으로 빠진 분들이 합법 테두리로 돌아올 수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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