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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배우발견㉜] 조우진, 외전 부르는 ‘캐릭터 천재’ (수리남·외계+인)


입력 2022.09.23 14:16 수정 2022.09.23 17:04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드라마 '수리남' 캐릭터 포스터. '또 새로움' 조우진 ⓒ이하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수리남' 캐릭터 포스터. '또 새로움' 조우진 ⓒ이하 넷플릭스 제공


영화 ‘외계+인’ 1부를 재미있게 봤다는 사람들의 ‘만족 요인’에는 배우 염정아와 조우진의 흑설과 청운이 있다. 두 도사의 찰떡 호흡, 두 배우의 능수능란한 코믹연기에 포복절도했다. 얼굴에 ‘철판 깔고’ 능청스럽게 도술을 부리고, 온몸 던져 도사 액션을 행했다.


관객 댓글을 보니 “청운과 흑설, 흑설과 청운을 주인공으로 한 ‘외전’을 보고 싶다”는 의견이 많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시사회에서 또 개봉 후 극장에서 ‘외계+인’ 1부를 보며 같은 생각을 했다. 사람 보는 눈이 비슷해서라고 생각지 않는다. 보는 눈이 다 다름에도 그 기준을 넘어서는 경지의 연기를 하면 이구동성으로 호평하는 법이다. 2부에서는 청운과 흑설 커플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3가지 아시아 언어를 능란하게 구사한 배우 조우진. 시청자들 "갓우진" 연호 ⓒ 3가지 아시아 언어를 능란하게 구사한 배우 조우진. 시청자들 "갓우진" 연호 ⓒ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작품 가운데 “최고”라는 평가가 자자한 드라마 ‘수리남’을 본 대다수 시청자가 배우 조우진이 선사한 ‘헉’ 소리 나는 반전에 열띤 호응을 표하고 있다. 목소리 톤마저 달라지는 그 장면을 제외하더라도, “문신 하나 했을 뿐인데 이렇게 다른가”라며 매 작품 새로운 모습을 꺼내는 조우진에게 감탄하고 있다. 목덜미와 팔뚝의 문신이 변화, 새로움의 요소라는 게 아니라 달라진 외모 이상으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 본 적 없는 신선미를 보여준 것에 대한 찬사다.


시청자 댓글을 보니 이번에도 “변기태를 주인공으로 ‘수리남’ 스핀오프(오리지널 시리즈의 새로운 파생 작품)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의견들이 보인다. 그만큼 매력적 캐릭터를 조우진이 구현했다는 것이고 흡족한 분량이 아니어서 좀 더 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읽힌다. 댓글 중에는 “조우진 또 새롭다”는 호평도 있다. 관객과 시청자는 계속해서 새로움을 원하는 욕심쟁이일 수밖에 없는데, 조우진이 그걸 채워준 것이다.


영화 '외계+인'의 도사 청운. 코믹을 더하니 이보다 얄밉게 매력적일 수 없다 ⓒCJ ENM 제공 영화 '외계+인'의 도사 청운. 코믹을 더하니 이보다 얄밉게 매력적일 수 없다 ⓒCJ ENM 제공

최근작만 돌아봐도 배우 조우진은 같은 캐릭터 옷을 두 번 입지 않는다. 비중이 크든 작든, 주연이든 조연이든 우정 출연이든 새로움을 준비한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 변죽 좋은 통역사 임관수,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한국은행 통화팀장과 위기대응 방식 차로 대립하는 재정국 차관, 영화 ‘돈’에서 주식 작전세력을 좇는 사냥개 한지철, 영화 ‘도굴’의 코믹과 신의를 담당한 도굴 전문가 존스 박스로 활약했다. 영화 ‘자산어보’의 별장, 영화 ‘헌트’의 안기부 동경지부 요원 역은 우정 출연이었음에도 그의 등장 장면이 또렷이 기억에 남게 연기했다. 주연작 ‘발신제한’, 또 한 명의 킹 메이커를 연기한 영화 ‘킹 메이커’에서는 그야말로 훨훨 날았다.


왜 이렇게 눈길을 끌고 기억에 남을까. 어쩜 이렇게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을까. 새로움,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대중의 사랑이 아니다.


조우진의 연기 바탕에는 코믹이 깔려 있다. 코미디극이 아닐 때도, 심지어 ‘돈’ 한지철처럼 집요하게 상대를 추적하고 포위망을 좁혀 들어가는 역을 연기하고 장기집권 독재자의 집권 연장을 위해 다시 한번 그를 ‘킹’으로 만들 선거 필승 전략을 위해 움직이는 이 실장을 연기할 때도 코믹요소를 통해 ‘얄미움’을 독한 캐릭터에 드리운다. 그 얄미움이 그렇게 맛있고 매력적일 수가 없다. 유머스러운 사람을 좋아하지 않기란 참으로 어렵다.


연기하는 철학자, 조우진 ⓒ 연기하는 철학자, 조우진 ⓒ

배우 조우진은 과거 인터뷰에서 16년의 무명생활 동안 여러 일을 전전했고, 그때 함께 일하고 만난 많은 사람이 기억에 저장돼 있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을 못 하는 게 가장 괴로웠고, 언젠가는 하게 될 때를 대비해 자연스레 사람들을 관찰했다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맡으면 그분들 중에 누구의 말투나 특징을 가미하면 좋을까를 고심한다고 했다. 실재 인물에서 캐릭터 요소의 일부를 빌어오니 그가 만들어내는 인물은 ‘실감’이 높다.


조우진은 인터뷰 당시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게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면서 “긴 무명의 시절에도 그 이해의 폭과 깊이가 성장했고, 배우라는 직업이 그 이해를 넓히는 데 최적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성도 돈도 아니고 사람으로 태어난 이유를 다하기 위해 배우를 한다는 사람을 누가 당할 수 있을까.


배우 조우진이 화면에 창조해 낸 인물이 단편적이지 않고 겹겹의 층이 느껴지는 것, 퍼석하지 않고 차진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매력의 새로운 인물을 우리에게 선물할지 벌써 궁금하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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