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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족쇄 풀린 이재용, 반도체 초강대국 엔진 점화


입력 2022.08.12 11:12 수정 2022.08.12 11:25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팹리스 M&A 등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전략 속도 낼 듯

제일모직‧삼바 재판 등 사법리스크 여전…경영활동 한계 전망도

제77회 광복절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며 윤석열 정부의 첫 광복절 특사 명단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ㆍ부당합병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을 받은 이 부회장은 형기가 만료됐으나 향후 5년 동안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아 자유로운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제77회 광복절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며 윤석열 정부의 첫 광복절 특사 명단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ㆍ부당합병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을 받은 이 부회장은 형기가 만료됐으나 향후 5년 동안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아 자유로운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되면서 그를 옭아매던 경영 족쇄도 풀어졌다. 국내 반도체 업계를 이끄는 리더가 더욱 적극적으로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있게 되면서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전략도 강한 동력을 얻게 됐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지배력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와 M&A(인수합병) 등 삼성전자의 전략적 행보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전히 진행 중인 재판 일정은 이 부회장의 활동을 제약하는 한계로 지적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2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특별사면’ 브리핑을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경제인들이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이번 사면은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회복에 중점을 뒀다”고 밝혀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이 경제회복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15 가석방 이후 올해 7월 형기가 만료되며 이미 물리적인 제약에서는 자유로운 상태였다. 하지만 5년간의 취업제한 규정으로 인해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릴 수 없는 등 경영상의 제약은 계속됐다.


특히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전략적 M&A는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사실상 멈춰 있다시피 했다. 삼성전자가 계속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사실상 중단된 M&A로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시각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이 부회장의 복권은 삼성에 대한 이같은 불안한 시선을 상당부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전략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시장 1위인 대만 TSMC를 맹추격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의 또 다른 축인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는 성과가 미미하다.


SK그룹이 신약 개발사와 CMO(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업체를 잇달아 인수하며 바이오 사업을 크게 키운 것과,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단숨에 글로벌 톱 레벨의 로보틱스 기술력을 확보하게 된 사례처럼 삼성전자도 팹리스 M&A를 통한 퀀텀점프가 필요하다.


현재 세계적인 팹리스 기업 ARM, 차량용 반도체 기업 NPX반도체와 인피니온 등이 삼성전자의 M&A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팹리스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파운드리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한 동반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은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시장점유율을 10%로 끌어올린다는 구상도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을 계기로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도 한층 힘을 받게 되는 셈이다.


미국의 칩4 동맹 가입과 관련, 미-중 갈등의 중간에 끼인 우리나라의 전략적 대응에 있어서도 이 부회장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국익을 최대화하면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해외 출장길이나 국내에서 인텔, 구글, ASML 등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다지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때는 직접 반도체공장을 안내하며 민간 외교사절로서의 역할을 했다.


다만 이번 복권만으로 이 부회장이 운신 폭을 획기적으로 넓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 결과를 놓고도 불확실성이 큰 데다, 매주 재판을 받는 상황이라 장기 해외출장 등도 제약을 받는다.


재계 한 관계자는 “복권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회 멤버로서 직접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게 된 것은 삼성의 전략적 행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사실 더 큰 사법리스크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이다. 5년 넘게 재판을 받아가며 경영에 집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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