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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4' 가입 여부 점화... 정부 입 바라보는 국내 기업


입력 2022.08.08 06:00 수정 2022.08.08 16:09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대통령실 내부서도 엇갈리는 칩4 관련 전언

업계 "참여하는 건 기정사실화, 방식이 중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사자 '추모의 벽' 공식 제막식에 참석한 모습.ⓒ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한국전쟁 전사자 '추모의 벽' 공식 제막식에 참석한 모습.ⓒ뉴시스



대통령실에서 '칩4' 관련 반응이 비공식으로나마 나오기 시작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이를 신중하게 관망하는 모습이다.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칩4 참여가 불가피하지만, 이를 어떤 방식으로 끌어갈 것이냐가 관건이라는 분위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중 갈등의 새 전선이 된 '칩4'(반도체 동맹) 가입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가입 여부를 부정하진 않되 적극적이거나 공식적인 발언 역시 자제하고 있다. 미국의 대(對)중 수출규제 등이 구체화되지 않았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현지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신중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큰 탓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 내에서도 다소 엇갈리는 목소리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일부 관계자는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전화 회담 후 열린 브리핑에서 "'칩4 동맹'이라는 말 대신 '반도체 협의' 정도로 할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칩4에 미국, 일본, 한국, 대만이 포함된 만큼 중국을 겨냥하는 의미가 다분하기 때문인 것으로 그 이유가 추정된다. 해당 관계자는 "중국과는 맞춤형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지속할 것이고 (반도체 협력은) 누구를 배제하는 반도체 동맹은 아니라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실 내부 또다른 관계자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해당 관계자는 "중국 눈치를 볼 것 없이 당연히 칩4를 결성하고 더욱 강력해져야한다"며 "중국 반도체 굴기가 완성되면 전세계 경제가 초토화될 수 있기에, 칩4 동맹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칩4 동맹 참여 여부 자체는 경제안보 소관이기에, 정확히 어떤 방향과 방식으로 결정이 날 지 아직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기본적인 기조는 당연히 참여할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엇갈리는 정부 관계자들의 엇갈린 반응은,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에 적극 참여해야한다에는 이견이 없지만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국내 핵심 반도체 기업의 생산 거점이 중국 현지에 있다는 점을 우려한 데서 기인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인 약 60%를 점유하고 있다. 또 현재 칩4 동맹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과 관련해 연일 지속해서 '상업적 자살행위'라는 자극적 경고를 보내오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와 기업들 사이에서는 자칫 '제2의 사드 보복 사태'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중국 우시에 D램 공장을 두고 있다. 해당 공장은 하이닉스가 생산하는 D램의 절반 가까이를 생산한다.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은 다롄에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총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공장을 보유 중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사실상 칩4 동맹이 조만간 현실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수요가 크고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진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이들 기업의 판단이다. 아울러 반도체 장비 역시 미국과 일본이 장악하고 있어 칩4에 빠지는 것이 더 큰 타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기업들이 앞다퉈 미국에 장기 투자를 꾀하는 것도 이러한 근본적인 이유를 깔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약 15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생산시설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약 17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 투자를 발표한 상태다.


미국이 한국에 통보한 칩4 가입 결정 시한은 이달 말까지다. 이에 기업은 사실상 마음의 준비를 하는 모양새다. 다만 업계는 정부를 향해 최대한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국전쟁 전사자 추모 행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칩4 동맹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약간 조심스럽기는 한 이야기다. 아주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한다는 것은 정확히 나와있지 않다"면서도 "칩4의 디테일이 좀 더 갖춰지면, 정부나 다른 곳에서 이 문제를 잘 다뤄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쪽으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어 한미 간 경제 협력에 관련해서도 "한국이 가진 장점과 미국이 가진 장점이 잘 결합하면 우리의 경쟁력, 대한민국의 성장에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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