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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 스며든 범죄②] ‘이야기’가 되는 범죄…분석·예방에 초점


입력 2022.07.06 13:30 수정 2022.07.06 10:3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높은 범죄 검거율 바탕으로 한 다양한 분석 가능

유익함·공감 동시에 잡는 전문가의 등장

“지금도 범죄는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전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가 tvN 범죄 예능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 시즌2’(이하 ‘알쓸범잡2’)에 출연하면서 한 말이다. 이는 최근 범죄가 예능에 스며들 수 있었던 이유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꾸준히 일어나고 있는 범죄는 ‘이야기’가 되고, 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예방’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AXN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AXN

실제로 ‘알쓸범잡’은 범죄를 다루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시즌 연장의 비결 중 하나였다. 과거 사건을 재조명하면서, 그 사건의 끝에서 과거에 맞이한 비극을 다시 맞지 않기 위해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모으는 식이다. 비단 ‘알쓸범잡’뿐 아니라 최근 등장하는 범죄 예능 프로그램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경찰청 자료(2016~2020)에 따르면 범죄 발생 건수는 2016년 184만9450건에서 2020년 158만7866건으로 하락곡선을 보이고 있다. 발생건수 대비 검거율은 2016년 83.9, 2017년 85, 2018년 84, 2019년 83.3, 2020년 81.2로 평균 83.48%의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한다. 특히 살인 범죄 검거율은 97~100% 또는 그 이상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범죄 검거율 역시 방송가에서 범죄 예능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이 된다. 과학의 발전, 수사 기법의 진화 등 체계화된 수사 시스템이 뒷받침되면서 이룬 검거율을 바탕으로 예능이 범죄 분석과 예방에 포커스를 맞추면서다.


과거의 범죄 고발 프로그램의 경우 진행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자료를 공개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이미 해결된 사건들을 주로 다루면서 정보의 양도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그만큼 사건을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과거 사회를 전율하게 하던 연쇄살인사건은 크게 줄었다. 연쇄살인을 저지를 것 같은 범인이 발달된 수사기법을 통해 검거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강력 사건 자체가 줄어든 건 아니다. 각종 SNS나 인터넷을 통한 범죄인 ‘N번방’ 등의 사건이 늘고 있고, 이런 흉흉한 사회에 살고 있는 시청자들은 범죄 예능을 통해 범죄의 패턴을 학습하고 범죄를 경험한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한다.


현재 파주경찰서 형사과에서 근무 중인 서영진 경위는 “경찰 생활을 하면서 범죄 예능을 통해 내용에 공감하고, 학습한 정보를 일상생활에 적용해 정의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워낙 사회가 흉흉하다 보니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꼭 강력범죄가 아니더라도 음주운전이나 교통범죄 등을 목격한 이후 신고하고, 그 사건이 해결되었을 때 얻는 정의감과 성취감도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예능가의 트렌드가 단순히 웃음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범죄 예능의 흥행 이유 중 하나다. 현재 방송가에선 정신건강의학과 오은영 박사, 전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 형사출신 범죄분석가 표창원 교수,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박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을 출연시키면서 시청자들에게 유익함과 공감을 동시에 얻어내고 있다.


한 지상파 예능 작가는 “최근에 어떠한 분야에서 솔루션을 제시하는 예능이 각광을 받고 있다. 오은영이나 권일용 등의 전문성 있는 스타들이 탄생하는 것도 이런 프로그램들의 인기를 대변한다”면서 “특히 범죄 예능의 경우는 여타 예능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아무리 예능일지언정 ‘웃음’은 부가적인 요소다. 실제 범죄 사건들을 다루는 만큼, 공익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실패하면 의미 없이 자극만 좇는 예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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