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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중기 잔혹사①] 시장 무시한 지원책, 중기엔 ‘늪’ 대기업엔 ‘역차별’


입력 2022.06.20 07:01 수정 2022.06.17 16:01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중기 경쟁력 확대보다 대기업 진출 제한 등 걸림돌 제거에 초점

프랜차이즈 제과점 출점 제한에 외국계 빵집만 ‘우후죽순’

‘중견‧중소기업 자격 제한’ 입국장면세점, 경영난에 결국 사업 포기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내 빵집에서 고객이 빵을 사고 있다.ⓒ뉴시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내 빵집에서 고객이 빵을 사고 있다.ⓒ뉴시스

‘경제의 실핏줄’로 불리는 중소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정부 출범과 함께 국가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지원만으로는 중소기업에 독이 될 뿐 아니라 대기업엔 역차별이라는 형평성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중기 정책의 실패사례를 통해 새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지난 10여년 간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은 대부분 중기에 대한 혜택에 초점이 맞춰졌다.


육성을 가장 최우선 가치로 삼아 관련 산업의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등 성장 걸림돌을 제거하는데 집중됐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중기의 자생력을 길러주기 보다는 오히려 국가 지원에 길들여져 자체 경쟁력을 잃게 되는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관련 사업에 진출한 대기업은 투자나 사업 확장을 제한받는 등 역차별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아울러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계 자본이 이 시장에 침투해 오히려 외국 기업의 배만 불려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대기업 진출 제한 덕본 건 규제 사각지대 놓인 외국 기업뿐


프랜차이즈 제과점 업종이 대표적이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같은 프랜차이즈 제과점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신규 출점이 전년도 매장 수의 2% 이내에서만 가능하다.


대기업 계열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아 동네빵집 등 소상공인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출점 제한을 받는 가맹점주 역시 소상공인이라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업이 출점 제한 규제를 받고 사이 편의점, 커피전문점, 대형마트에서 빵, 케이크 같은 제과점 카테고리 제품들을 확대 판매하면서 경쟁력이 부족한 동네빵집은 물론 이들 가맹점 또한 매출 타격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규제가 10년째 이어지면서 뚜레쥬르 같은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한 때 시장의 매물로 등장하기도 했다. 출점 제한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워진 데다 시장 경쟁은 날로 심화되면서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바닥난 탓이다.


그 사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외국계 베이커리 프랜차이즈가 무주공산이 된 국내 시장에 우후죽순 매장 수를 늘리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출점 제한 규제 때문에 창업 요청이 들어와도 마땅한 입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건물을 갖고 있는 예비 창업주도 본인 건물에서 점포를 열기 힘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5월3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입국장 면세점 개장 준비를 마친 직원들이 영업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데일리안 지난 2019년 5월3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입국장 면세점 개장 준비를 마친 직원들이 영업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데일리안
산업 특성 고려치 않은 선심성 정책에 독이 된 ‘입국장면세점’


시장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으로 오히려 중소기업의 상황이 악화되는 사례도 있다. 2019년 도입된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은 당시 입찰 자격을 중견‧중소기업으로 제한했다.


여행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내수 활성화라는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고용확대와 더불어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명분도 작용했다.


하지만 그해 대기업 계열 면세점들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반면 중견‧중소기업이 운영을 맡은 입국장면세점은 당초 예상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후 담배 판매를 허용하면서 반등을 노렸지만 성과는 미미했고, 결국 초기 사업자로 선정됐던 하나투어 자회사 SM면세점은 특허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1년여 만에 사업권을 반납했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도 영향을 미쳤지만, 면세업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내는 산업인 만큼 자금력이 약한 중견‧중소기업이 맡아 운영하기엔 애당초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대형 면세점에 비해 선불카드, 할인 등 마케팅 능력이 약한 데다 판매 상품 중 일부를 중소‧중견기업 제품으로 구성해야 하는 등의 제한으로 출국장면세점이나 시내면세점에 비해 상품 경쟁력이 낮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당시 정부의 선심성 정책으로 면세업계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소 면세점의 사업 부진을 촉진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입국장면세점 첫 사업자였던 SM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 출국장면세점과 시내 면세점 등 모든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고 현재는 휴업 중이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면세점은 작년 10월 말부터 운영이 중단됐다가 올 3월 신규 사업자 입찰을 통해 경복궁면세점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관세청 특허심사 등을 거쳐 지난달 최종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유통중기 잔혹사②] 중기적합업종 10년...식당은 ‘중국산 김치’가 점령>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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