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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침대축구냐?’ 벤투호 응징의 정석 [김윤일의 역주행]


입력 2022.01.29 00:07 수정 2022.01.29 06:11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레바논, 벤투호 맞아 경기 시작부터 시간 지연 행위

'침대축구' 파훼법인 이른 시간 선제골로 응징에 성공

레바논은 한국을 맞아 경기 초반부터 시간 지연 행위를 펼쳤다. ⓒ KFA 레바논은 한국을 맞아 경기 초반부터 시간 지연 행위를 펼쳤다. ⓒ KFA

국내 축구 팬들이 가장 보기 싫은 장면 중 하나인 ‘침대축구’가 레바논과의 원정경기서 어김없이 재연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레바논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이로써 5승 2무(승점 17)를 기록한 대표팀이 다가올 시리아전에서 승리하면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이란에 이어 카타르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하게 된다.


이번 레바논전을 앞두고 모아진 관심은 역시나 상대가 고의적으로 시간을 지연시키는 행위인 ‘침대축구’였다.


중동 국가들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는 ‘침대 축구’는 2000년대 들어 발전을 거듭했고 그 수법도 매우 교묘해지고 있다.


‘침대축구’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력상 열세인 팀이 전, 후반 9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 플레이하지 않는 시간을 최대한 늘어뜨려 무승부 이상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다.


당하는 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복장이 터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침대축구’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냉정함을 잃게 되면 수비 라인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고 이 틈을 타 한 번의 역습으로 선제골을 넣을 수 있다. 그리고 더욱 강력한 ‘침대축구’가 나오게 되며 경기가 엿가락처럼 늘어지다 끝이 나게 된다.


전력상 우위인 한국 축구 역시 중동팀들과 만날 때마다 지독한 ‘침대축구’에 시달렸던 것이 사실이다.


오죽하면 벤투 감독은 지난해 8월 2차 예선 당시 레바논과 마주한 뒤 ‘침대축구’를 강하게 비판하며 “최종예선에서도 시간 지연이 나온다면 아시아 축구 발전에 좋지 않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침대축구’는 중동팀들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다. ⓒ 뉴시스 ‘침대축구’는 중동팀들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다. ⓒ 뉴시스

실제로 레바논은 한국과 마주할 때마다 ‘침대축구’를 선보였고, 이번에도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선수들이 약속이라도 하듯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이를 두고 볼 벤투호가 아니었다. 대표팀은 레바논의 심리전에 말리기는커녕 더욱 거세게 몰아치기 시작했고 전반 종료 직전 조규성의 결승 선제골로 응징을 가하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레바논은 후반 들어 침대를 고이 접은 뒤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침대축구’는 분명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비매너 행위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비판을 가할 수 있을지언정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 전략, 전술이기 때문에 상대하는 팀이 대처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바로 선취골이며 벤투호가 이번 레바논전에서 ‘침대축구’의 파훼법을 통쾌하게 설명해줬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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