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드에 밀리던 일드, 찬밥 취급받던 '신문기자'가 쓴 반전과 의미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1.28 14:12  수정 2022.01.28 12:08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연출

요네쿠라 료코·아야노 고 주연

넷플릭스와 손 잡은 일본 드라마가 변화와 함께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일본 드라마는 일본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에게 밀려난 지 오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문기자'가 일본드라마같지 않다는 평을 들으며 업계와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4년 전 아베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해 모두가 기피했던 이 문제작은, 2022년 가장 핫한 일본 드라마가 됐다.


'신문기자'는 심은경 주연으로 2019년 개봉했던 일본 영화를 바탕으로 다시 만든 드라마다. '영화 신문기자'는 제작될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전 총리 아베의 사학 스캔들과 권언유착을 다루고 있어 업계에서는 '신문기자'를 부담스러워했다. 요시오카 에리코 역을 제안받은 일본 여배우들이 모두 캐스팅을 고사해, 한국 배우인 심은경이 주인공을 맡은 일화로도 유명하다.


ⓒ넷플릭스

그러나 영화 '신문기자'는 2019년 개봉한 후 143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해 관객 33만 명을 동원하고 흥행 수익 4억 엔을 돌파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후 제43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3관왕에 올랐다. 특히 일본 여배우들이 기피했던 영화의 역할로 심은경이 외국인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는 결과를 만들어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3년 후인 2022년,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넷플릭스와 손잡고, 요네쿠라 료코, 아야노고, 요코하마 류세이 등 일본의 톱배우들을 캐스팅해 동명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그 결과 한국 드라마로 일색이던 넷플릭스 TOP10에서 공개 첫 주 1위, 둘째 주 2위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 TOP10 순위는 1위 실사화 영화 '바람의 검심', 2위 '신문기자' 3위 '그 해 우리는', 4위 '솔로지옥', 5위 '낭만닥터 김사부', 6위 '사랑의 불시착', 7위 '미녀 공심이', 8위 '이태원 클라쓰', 9위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10위 애니메이션 '주술회전'으로 '신문기자'가 유일한 일본 드라마다.


드라마는 2017년 사립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 과정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내외가 연루됐다는 아키에 스캔들을 모티브로, 정부가 이를 취재하는 일본 언론을 어떻게 통제하고 자료와 여론을 어떻게 조작하는지 보여준다. 113분이었던 러닝타임을 1시간 분량의 6부작으로 늘린 만큼 2020년 도쿄 올림픽 연기, 청년들의 취업 문제 등 일본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도 다뤘다.


또 영화에는 없던 청년 캐릭터 키노시타 료 역할을 만들었다. 키노시타는 정부의 음모로 인해 이모부를 잃은 인물로, 젊은 세대나 정치나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자신을 투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와 일본 드라마를 비교하며 시대를 뒤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하던 일본 네티즌들은 "일본드라마 같지 않다", "오랜만에 웰메이드 일본 드라마를 봤다"며 반색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모두 연출을 맡은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내수용으로 만들어졌던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전 세계에 공개되는 만큼 해외의 평가를 의식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의 이 같은 발언은 일본의 콘텐츠가 내수용에 그쳐 일회성에 끝내버리고 마는 업계의 과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국내와 해외가 분리되어 생각되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은 히트한 콘텐츠가 국내에만 머물러 일회성 현상으로 끝나는 경향이 강하다. 일종의 쇄국적인 생각을 가지고, 국내만에서만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이라며 "국내 시장 겨냥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30대 크리에이터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일본 업계에서도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 제기하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 외 영화와 드라마는 애초에 해외를 겨냥하지 않는다. 이에 자국에서 인기가 많은 배우들을 내세워 화제성을 키우지만, 작품성은 못 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로 일본의 많은 드라마들은 배우가 먼저 캐스팅된 후, 작가와 연출이 기용되고 있다. 이는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배우의 인지도에 기대가려는 인상을 준다. 업계에서는 일본 시청자들이 한국 드라마에 눈을 돌리는 이유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넷플릭스와의 작업 후기에 대해 "넷플릭스는 일본과 다르게 프로세스가 진행된다. 크리에이터를 모아 각본을 만들고, 그 후로 배우가 정해진다. 이것은 넷플릭스가 크리에이티브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영상업계도 크리에이터를 존중해 주지만 넷플릭스의 경우 스토리의 플롯을 만들기 위해서만 장소를 준비해 주는 등, 보다 충실하다. 이 차이는 눈에 보이기 어렵지만 콘텐츠를 만들기에 있어서 크리에이티브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긍정적인 순환작용을 한다. 이런 크리에이티브를 중시하는 자세가 전 세계 콘텐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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