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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잃어버린 5년 ①] 세계최고기술 원전산업계 '줄도산'


입력 2022.01.18 08:36 수정 2022.01.18 08:37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30조원 웃돌던 원자력 산업 매출

文정부 탈원전 3년만에 7조원 '뚝'

두중과의 원전 신규 계약 반토막

원전 주기기 생산 및 정비 현장.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주기기 생산 및 정비 현장. ⓒ산업통상자원부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여파는 처참했다. 세계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원전업계는 폐업과 구조조정으로 고사 직전까지 몰렸고 해외원전 수주 실적은 0건으로 탈원전 5년간 성적표는 낙제점이었다. 원전업계에만 국한된 폐해가 아니었다. 원전 가동률이 저조해지면서 국내 최대 전력공기업인 한국전력은 빚더미에 올라 부실기업이 될 위기에 처했고 그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쓰나미처럼 국민에게 몰려오고 있다. 탈원전으로 잃어버린 5년을 되짚어봤다.

경남 창원시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전기·전자 부품업체 B사는 원자력발전소에 사용되는 케이블타이, 케이블 그랜드, 클램퓨류, 하우징 등을 공급해왔으나 현재 주문 물량이 끊긴 상황이다. 이 회사는 당초 원전 전기·전자 부품 강소기업으로 꼽혔으나 현재는 주문 물량이 연 1~2건에 불과하다. 이 회사 사장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폐업 위기에 처했지만 곧 들어설 새 정부가 분위기를 전환시켜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원전 정책의 전환을 기대했다.


경기 부천시에서 원전 부품 제작 및 정비를 주력으로 하는 D사. 이 회사 영업부 관계자는 "원전 사업을 정리하고 접은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매출 구조가 타 분야 중심으로 안착된 지 오래라 다시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본래 650평 규모 공장 안에 원전 관련 설비가 80% 이상 차지하고 있었으나 신고리 6호기 부품 납품을 마지막으로 해산했다. 원전 사업을 접으면서 인건비, 설비비 등 합해 손해 본 액수만 25억이 넘는다.


원자력산업 매출, 탈원전 3년만에 7조원 감소

한국원자력산업협회의 원자력 산업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원자력 산업 분야 총 매출액은 2010년 16조7580억원에서 2016년 27조4513억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다가 탈원전 정책이 시행된 2017년 처음으로 감소하더니 2019년 20조7317억원으로 3년 만에 7조원 가까이 줄었다.


원전 주(主)기기 업체인 두산중공업과 부품업체 등 원전 공급업체의 매출액도 2016년에는 5조5034억원을 냈으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로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원전 공급업체 매출액은 2018년 4조4941억원으로 감소한데 이어 2019년에는 3조931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탈원전 시행 3년 만에 매출액이 무려 1조5723억원(29%)이 줄어든 것이다.


중소 부품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한국 원전은 붕괴 직전에 놓였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원전 기업인 두산중공업과 납품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는 2016년 320곳에 달했지만 2020년 227곳으로 급감했다. 두중과의 원전 관련 신규 계약도 2786건에서 2020년 1172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정부는 원전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해 수출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미 원동력을 잃어버린 한국 원전 산업계가 일본, 러시아, 중국을 제치기도 쉽지가 않다. 수출에 성공한다고 해도 원전 생태계를 유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韓 원전업계 '고사 직전'…日 원전업계는 '기사회생'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운데)가 2011년 4월 2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와테 현을 방문해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AP통신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운데)가 2011년 4월 2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와테 현을 방문해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AP통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과 일본 원전 공급업체의 희비는 엇갈렸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일찍이 탈원전을 선언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을 인정하고 탈원전을 철회하면서 원전업계가 살아나고 있어서다.


원자력 산업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원전 공급업체 매출액은 3조9311억원으로 전년보다 5629억원(12.5%)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은 1조7017억엔으로 전년보다 940억엔(5.8%) 늘었다.


일본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제로방침을 선언했다. 하지만 원전 정지로 인한 화석에너지 수입비용 급증, 산업경쟁력 약화, 무역적자 심화 등 제반 문제를 고려해 원전제로방침을 철회하고 원전 재가동을 추진했다. 2030년 장기 에너지 수급계획에서 원자력 비중을 20~22%로 설정하고, 2015년 8월 센다이 1호기를 시작으로 원전 재가동에 착수했다.


한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국민 대다수가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폐쇄를 이행하고 있을 것이란 선입견이 있는데 사실과 다름을 보여주는 자료"라면서 "아직까지 원전을 제외한 에너지 믹스를 구성한 국가 중 정상 궤도에 안착한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소 원전 업체의 도산은 경제성, 안전성에 심각한 손상을 끼칠 수 있다"며 "특히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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