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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BTS 병역법’ 결국 또 제자리걸음, 대중문화만 넘기 힘든 ‘군대’의 벽


입력 2021.11.28 06:07 수정 2021.11.27 20:0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국방부 "공평한 병역 이행 필요...BTS 병역법 신중해야"

음콘협 "대중문화예술 분야도 공정한 지표 필요"

결국 또 제자리걸음이다. 이른바 ‘BTS 병역법’이라 불리는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 특례 개정안 논의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보류됐다. 사실상 국방부가 반대에 가까운 보수적 입장을 드러내면서 사실상 불가하다는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빅히트뮤직 ⓒ빅히트뮤직

지난 2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법률안심사소위원회(이하 소위원회)는 병역 관련 예술·체육요원 편입대상에 방탄소년단 등 대중문화예술인을 포함하자는 논의를 가졌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일부 의원들은 방탄소년단이 국익에 기여하는 바를 고려해 병역 면제가 합당하다고 했으나, 또 다른 의원들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맞서면서 팽팽한 의견 충돌이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병역법 개정과 관련해 “병역법 개정과 관련해 국방부 입장에 대해 말씀드리면 상황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닥친 것이 (병력 자원 감소의 원인이 되는) 인구 급감에 따른 이유가 가장 클 것 같고, 그 다음에 사회적 합의 역시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공평한 병역 이행을 고려했을 때 예술·체육요원의 편입 대상 확대는 선택하기 어렵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한 것이다.


법안소위는 예술·체육요원 병역 특례 제도 관련 공청회를 거친 뒤 다시 개정안을 심사하기로 했다.


이번 ‘BTS 병역법’ 개정안 논의에 진전이 있을 거란 기대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케이팝은 한류의 중심에 있고 분명 하나의 문화산업으로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방탄소년단은 그간 보여준 글로벌 활동을 통해 경제 유발 효과가 56조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BTS 병역법’ 개정안을 두고 업계에서도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부 대변인의 말처럼 ‘공평한 병역 이행’에 대한 여론에 대해서도 업계에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많은 네티즌이 해당 이슈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 멤버 진이 지난해 ‘비’(BE)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병역은 당연한 문제라 생각한다.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지 응하겠다. 시기가 되고 부름이 있다면 언제든 응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방탄소년단이 가겠다는데 팬들과 몇몇 의원들이 나서서 문제를 키운다”는 식의 글도 잇따른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비단 방탄소년단에게만 해당 되는 일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을 시작으로 향후 일정한 기준이 세워지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대중문화예술인들이 그에 합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때문에 업계에선 오랜 기간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공평한 병역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으로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의 시행령에는 예술·체육 분야 특기로 대중문화가 규정돼 있지 않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예술·체육계처럼 모든 국민들이 병역특혜를 인정할 수 있는 공인된 목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무조건 ‘방탄소년단에게 혜택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빌보드 핫100에서 1위를 하면 혜택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대중문화 역시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고 객관적이고 일관성 있는 기준에 따라 병역 혜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도권 안에서 규정화해 논의를 거쳐 예술, 체육계와 마찬가지로 형평성에 맞는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최광호 사무총장은 “대중문화예술분야에 올림픽, 콩쿠르 등과 같이 공신력과 대표성이 있는 지표가 없다면 대중음악 콩쿠르를 만들면 될 것이다. 국내 신문사가 주최하는 순수예술분야 콩쿠르에 적용되는 기준을 동일하게 도입하면 된다. 이런 주장이 억지스럽다고만 할 수 있는가”라며 현행제도의 모순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중문화예술인의 경제 기여도를 고려해 병역 특례를 준다면 기업인에게도 병역 특례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에 대해선 “방탄소년단을 기업인에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방탄소년단은 하이브의의 기획, 제작, 마케팅, PR 등이 총 집약된 문화 콘텐츠이다. 콘텐츠를 기업인과 비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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