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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사직썰⑮] 국산 자율주행 기술로 인공지능 농업 성큼


입력 2021.11.11 07:01 수정 2021.11.10 10:44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자율트랙터 상용화 임박

세계시장서 경쟁력 통해

경제효과는 덤…산업화 잰걸음


김국환 연구사가 스마트 로봇 방제기에 대한 내부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김국환 연구사가 스마트 로봇 방제기에 대한 내부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혁신이라고 하면 단연 자율주행이지. 자율주행은 스스로 거리와 속도를 조절하는 수준까지 넘어섰어. 농업에도 이런 자율주행이 도입되면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농민들 부담이 줄어들텐데….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자율주행 트랙터와 방제기술을 개발했다는 희소식이 전해졌어. 본격적인 인공지능 농업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느낌이야. 앞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많은 농가에 도움이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의미지.”


인공지능은 디지털보다 업그레이드 된 시스템이다. 디지털은 ‘제어’에 기반을 둔다면 인공지능은 ‘수행’이 가능하다는 차별점이 있다. 혹자는 인공지능이 디지털 범주의 하나라는 견해와, 디지털이 인공지능의 하위 시스템이라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농업에서는 디지털과 인공지능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생산성과 효율성이 극대화 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자율주행 기술은 우리나라 농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미 세계시장에서 농업 자율주행은 일정 수준까지 올라왔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기술 수준은 이들과 격차가 큰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내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수입보다 저렴한 가격과 지속적인 유지관리, 꾸준한 기술 업그레이드 등 잠재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농업의 첫 발…자율주행 기술 어디까지 왔나


자율주행 트랙터는 작업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지형 환경을 인식해 스스로 주행하며 농작업이 가능한 첨단 농기계 기술을 트랙터에 적용한 것이다. 자율주행을 위해 기존 트랙터에 고정밀 측위시스템인 GPS 모듈, 핸들이나 유압 실린더를 조작하기 위한 조향제어 모듈, 주행 제어기 등을 장착해 자율주행 기능을 갖췄다.


김국환 농촌진흥청 스마트팜개발과 연구사는 “자율주행 트랙터는 설정된 경로 또는 환경 인식을 통해 농작업 환경을 스스로 주행하면서 경운‧정지‧시비‧운반 등 무인 농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라며 “무인 농작업을 위해 자율주행 기술은 필수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술로 제작된 자율트랙터. 국내 농업시장에 새로운 혁신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배군득 기자 국내 기술로 제작된 자율트랙터. 국내 농업시장에 새로운 혁신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배군득 기자

자율주행 트랙터는 세계시장에서 급성장하는 분야다. 전세계 자율주행트랙터는 지난해 1만1300대로 추정된다. 연평균 23.5%로 성장해 2026년까지 약 3만8900대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미국이 올해 4500대로 추정되며 세계 자율주행 트랙터 시장에서 3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골드만삭스는 자율주행 트랙터 세계시장 규모가 2015년 6억 달러 수준에서 2023년 12억 달러, 2050년 450억 달러 규모로 급성할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선진국과 국내 자율주행 트랙터 기술수준은 여전히 격차가 크다. 선진국은 자율작업이 가능한 레벨 3∼4단계인 반면, 국내는 레벨 1∼2단계 수준이다. 기술격차는 최소 5년 이상 추정된다,


자율주행 트랙터는 레벨을 0단계에서 4단계까지 구분한다. 0단계는 원격제어다. 드론처럼 사람이 무인조종을 하는 수준이다. 1단계는 자동조향이다. 이탈리아 ASI, 미국 Ag-leader, 국내에서는 LS엠트론, 동양물산, 대동공업이 이 수준에 도달했다.


2단계는 자율주행이다. 일본 TOPCON이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3단계는 자율작업이 가능하다. 미국 Johndeere, 일본 Kubota 등이 있다. 마지막 4단계는 무인자율이다. 미국 Johndeere와 독일 AGCD가 4단계 수준에 와 있다. 우리 기업들은 모두 3단계까지 진입했다.


김 연구사는 “미국‧유럽 중심 add-on 방식 자동조향시스템 실용화를 진행 중이다. ASI의 경우 기존 트랙터에 추가 장착이 가능한 장비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위치 기반 경로 생성, 추종을 위한 자동 조향제어 기술 등 개발, 기존 농기계에 적용 및 제품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핵심은 데이터와 센서…국내 기술력 충분


농업에 투입되는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데이터와 센서다. 물론 GPS 역할도 중요하지만 이 기술은 이미 보편화 돼 있다. 인공지능 기반 영상 인식 기술은 땅을 경운하면서 트랙터에 장착된 영상카메라로 실시간 촬영해 흙의 색깔과 질감, 두둑 여부 등을 파악해 경운된 곳과 경운되지 않은 곳의 경계를 검출한다.


그리고 검출된 경계 정보를 심층학습(딥러닝) 기술로 분석해 트랙터 주행방향을 제어하며 직진 주행과 선회를 하게 된다.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트랙터 자율주행을 실험한 결과 작업속도 3km/h 시 직진 주행 경로 오차는 ±9.5cm 이내로, 운전자 주행 시 오차 ±21.2cm보다 낮게 나왔다.


라이다 센서를 탑재한 스마트 로봇 방제기. ⓒ배군득 기자 라이다 센서를 탑재한 스마트 로봇 방제기. ⓒ배군득 기자

또 영상 정보를 이용하기 때문에 장애물 인식이나 돌발 상황에서 대처하기도 쉽다. 다만 영상인식기술의 보완할 점은 날씨나 시간에 따라 햇빛에 차이가 발생해 영상정보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분석을 위해 다양한 농작업 환경에서의 영상정보 획득 및 인공지능 학습이 필요하다.


김 연구사는 “이번에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영상인식기술에 대해 산업재산권 출원을 완료했다. 앞으로 기술 완성도를 높여 관련 업체를 통해 실용화할 계획”이라며 “향후에는 고가 GPS를 장착하지 않고 인공지능 기반 영상인식기술만을 이용한 자율주행트랙터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 트랙터 이전에 개발된 스마트 로봇 방제기 역시 센서가 핵심기술이다. 이번에 개발한 방제기는 레이저 형태의 광원으로 물체까지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라이다(LiDAR)를 사용해 3차원 공간상 과수 유무와 형태를 파악할 수 있다.


스피드 스프레이어(SS기)좌우에 전자 밸브를 구비한 분사 노즐을 장착한 후 LiDAR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기적 신호를 보내 농약 살포량을 조절하게 된다. 또 지주 파이프 등 과수원 내 시설물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해 불필요한 부분에서 농약이 살포되는 것을 최소로 줄였다.


이 스마트 로봇 방제기는 GPS와 관성측정장치를 활용한 궤도형 자율주행 로봇에 탑재돼 과수 사이를 스스로 주행하면서 무인 방제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이 방제기를 사용해 방제한 경우 기존 SS기보다 약 20∼30% 농약 살포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또 사과(절감율 30% 기준)의 경우 연간 744억원, 총 과수원 대상 1980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강금춘 농촌진흥청 스마트팜개발과장은 “과수 방제를 스마트 로봇 방제기가 대신한다면 일괄 살포 방식으로 인한 농약 낭비와 인근 농가 피해를 줄이고 농약 노출에 따른 농업인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농업에 필요한 다양한 지능형 농작업기를 개발해 농작업 편의성을 제공하고 농업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농진청, 인공지능 등에 업고 디지털농업 산업화 순항


디지털농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농진청은 인공지능 기술이 반갑기만 하다. 디지털농업 산업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등에 업고 디지털농업 산업화도 순항 중이다.


농진청은 지난해 10월 농업과학원과 농기계업체간 노지 디지털농업 산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했다. 또 같은해 11월에는 첨단 농기계 연구협의체를 구성해 노지 디지털농업, 미래 농업 모델 등 첨단농기계 기반 구축 및 산업화를 모색 중이다. 자율주행 농기계 시험장 공동 활용, 노지 디지털농업 공동연구 방안 등도 한창이다.


스마트 로봇 방제기는 과수 유무와 형상인식으로 방제 분사노즐을 개별 제어 할 수 있다. ⓒ배군득 기자 스마트 로봇 방제기는 과수 유무와 형상인식으로 방제 분사노즐을 개별 제어 할 수 있다. ⓒ배군득 기자

올해 2월에는 첨단 농기계 연구협의체 1차 회의를 열었다. 연구협의체 회원 구성 및 운영 방안 협의에서는 공통 기술 산업화를 위한 정책 제안 및 지원 방안이 논의됐다.


이와 함께첨단 농기계 상용화 및 보급 확산을 위한 산업화 로드맵을 수립했다. 자율주행 농기계 Level 3(유인·자율농작업)이 본격적으로 검토됐다.


농진청은 이런 긍정적 기류에 편승해 향후 첨단 농기계 연구 협의체 활성화 및 지원 체계 구축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분기별로 지속적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해 연구 협의체 정기회의를 추진하고 농식품부(농기자재정책팀), 농협(농기계은행팀) 관계자가 연구협의체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첨단 농기계 조기 상용화를 위한 정책 반영 및 지원 사업을 확보할 계획이다.


▲11월 18일 [新농사직썰⑯]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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