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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배우발견⑤] 나는 이 배우가 그냥 좋다, ‘보이스’ 윤병희


입력 2021.09.09 13:25 수정 2021.09.10 07:07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배우 윤병희 ⓒ소속사 블레스이엔티 제공 배우 윤병희 ⓒ소속사 블레스이엔티 제공

사람 싫어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도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없을 때도 있다. 사실,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하나를 딱 짚어 말하기 어려운 매력, 그 사람의 하나하나가 어우러진 총체적 결과물이 좋을 때 “그냥 좋아”라고 말한다.


배우 윤병희가 그렇다. 그가 출연한 숱한 영화와 드라마 제목을 줄줄이 적는 게 무의미할 만큼 그는 ‘다작왕’이다. 크든 작든 자주 캐스팅이 되고 오디션에 붙는다는 건 이유가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무척 개성 넘치게 생겼는데 신기하게도 작품에 잘 스며들어 마치 ‘보호색’을 쓴 곤충처럼 보이지 않을 때가 있을 만큼 연기가 자연스럽다. 둘째는, 자꾸 보다 보니 눈에 익어 이제는 그가 대사를 말하든 하지 않든 바로 눈에 띄는데 결코 연기 욕심을 내지 않는다. 작품이 먼저, 배우가 나중이 몸에 배어 있다. 감독과 작가가 좋아라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스토브리그'에서 스카우트 팀장 양원섭 역 ⓒ드라마 홈페이지 '스토브리그'에서 스카우트 팀장 양원섭 역 ⓒ드라마 홈페이지

윤병희는 콧수염을 기른다. 이 또한 신기한 게 콧수염이 특별하게 눈에 띄지 않고 얼굴의 일부처럼 보인다. 차별화된 개성이되 무난하다. 콧수염도 주인을 닮았다.


윤병희의 가장 큰 매력은 눈빛과 입술소리 나는 발성이다. 생긴 건 중국에서 온 동포 같아서 영화 ‘범죄도시’의 휘발유 역이 찰떡궁합이었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눈빛에서는 호기심이 반짝이고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그래서 눈에 익을수록 그 얼굴은 이질감 느껴지는 해외 동포가 아니라 사람 좋은 옆집 아저씨 같다. 발음이 또박또박하면서도 리듬감 있게 입술 부딪는 소리, 순음을 곁들여 내는 말투는 친근감 있으면서도 야무진 분위기를 발산한다. 그 눈빛과 발성이 합해지면, 일을 시키면 총명하게 잘하고 정의의 편에 설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사실 ‘양원섭은 콧수염을 기른다’라고 적었다고 윤병희로 고쳐 적었다. 그만큼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스카우트 팀장 양원섭 역이 인상 깊었다. 과한 열정이 비뚤어진 영웅심인지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한 위장술인지 헷갈리게 하는 건 외모가 지닌 첫 번째 인상, 그러나 결국 안을 들여다보면 스카우트 팀장으로서나 사람으로서의 올바른 자질과 인성을 지닌 인물인 게 배우 윤병희의 아우라와 맞아떨어진다.


영화 '보이스'에서 그가 일하는 곳 ⓒCJ ENM 제공 영화 '보이스'에서 그가 일하는 곳 ⓒCJ ENM 제공

오는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보이스’(감독 김선·김곡, 제작 ㈜수필름, 배급 CJ ENM)에도 윤병희가 나온다. 금배지 아들을 잡아들일 만큼 성역 없이 일한 게 문제가 돼 경찰직에서 쫓겨나 건설 현장 작업반장을 하는 한서준(변요한 분) 가족의 소중한 내 집 마련 자금을 앗아간 그들, 사람들의 두려움과 약점을 파고드는 거짓 ‘공감’을 무기로 보이스피싱 계의 전설이 된 곽 프로(김무열 분)가 이끄는 그곳에서 일하는 사내로 나온다.


물론 차지게 일하고 무고한 이들의 돈을 쏙쏙 가로채고,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고 받는 성과급에 환호한다. 연기를 잘하는데 이젠 어색하다. 배우의 역량에 비해 비중이 작아 보이고, 이제는 선한 구석이 없는 인물이면 보는 내가 다 서운하다. 그만큼 지명도가 높아졌다는 것이고, 캐릭터만 보이는 게 아니라 배우 윤병희가 겹쳐 보일 만큼 자신의 입지를 구축했다는 의미다.


영화 '도굴' 스틸컷. 존스 박사를 마중 나왔을 때부터 표정이 심상찮다 ⓒCJ ENM 제공 영화 '도굴' 스틸컷. 존스 박사를 마중 나왔을 때부터 표정이 심상찮다 ⓒCJ ENM 제공

이제는 악역을 맡겨도 그 내막이든 내면이 있고 그것이 관객에게 풀어지는 인물이어야 보는 이가 동의하고, 온전히 선한 역할을 맡겨도 될 만큼 개성적 외모 뒤의 따뜻한 눈빛이 대중의 뇌리에 박혔다. 물론 악역의 주연이라면 순전히 악한이어도 되고, 선한 인물이라면 영화 ‘도굴’에서 동구(이제훈 분)와 존스 박사(조우진 분)의 뒤통수를 치듯 반전이 있으면 더 좋다. 같은 맥락에서, ‘보이스’에서의 역할이 우리 성에 안 차는 것은 일찌감치 캐스팅돼 2020년 3월 촬영을 시작한 영향이다.


영화 개봉보다 빠르게 자신의 존재감을 키운 윤병희가 2021년 9월 ‘보이스’를 보는 기분, 로또 2등 당첨과 맞먹지 않을까. 영화 ‘도둑들’ 잠파노 역의 김수현도 비슷한 기쁨을 맛봤는데 그 뒤 로또 1등의 기적과도 같은 엄청난 성공을 이뤘다. 윤병희의 앞날에도 스포트라이트가 준비돼 있다고 감히 예고한다. 그만한 자질과 매력을 갖췄다.


드라마 '빈센조'에서 법무법인 사무장 남성준 역 ⓒ출처=네이버 블로그 skt9386 드라마 '빈센조'에서 법무법인 사무장 남성준 역 ⓒ출처=네이버 블로그 skt9386

심지어 얼굴의 일부 같은 수염을 깎아도 우리는 이제 윤병희를 알아본다. 달라진 모습에 반가움을 느낀다. 지난 5월 종영한 드라마 ‘빈센조’ 얘기다. 가수라기보다 음악가이자 예술가로 불러 마땅한 김수철이 연상되는 외모에 좀 더 밝고 유쾌한 에너지로 드라마를 휘저었다. 법무법인 지푸라기의 사무장 남성준으로 분해 홍유찬 변호사(유재명 분)를 보필했고, 빈센조(송중기 분)와 홍차영(전여빈 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 혹시 숨겨진 빌런 혹은 바벨그룹 회장(옥택연)이 심어 놓은 하수인인가 의심을 놓지 않게 하는 힘도 있었다.


‘빈센조’ 그 후에 어울리는 배우 윤병희 차기작을 어서 만나고 싶다. 그냥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은 마냥 즐겁지 아니한가.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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