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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단지로 사전청약 확대…건설사 "마지못해 하겠지만, 굳이?"


입력 2021.08.26 06:02 수정 2021.08.25 16:48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공공택지 민간 시행사업 사전청약 물량 8.7만가구 공급 목표

업계 '시큰둥'…혜택 적고 시장 불확실성도 걸림돌

전문가 "수요자 니즈 충족할 만한 민간아파트 공급 힘들어"

정부가 사전청약을 민간으로 확대 시행해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건설사 브랜드단지를 공급하겠단 청사진을 내놨지만, 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국토부 정부가 사전청약을 민간으로 확대 시행해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건설사 브랜드단지를 공급하겠단 청사진을 내놨지만, 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국토부

정부가 사전청약을 민간으로 확대 시행해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건설사 브랜드단지를 공급하겠단 청사진을 내놨지만, 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 정도로는 건설업체의 참여를 유도하기 힘들단 평가다.


국토교통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6차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을 열고 민간분양과 2·4대책으로 계획된 물량에도 사전청약을 확대 적용, 올 하반기부터 총 10만1000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물량 가운데 공공택지 내 민간 시행사업은 8만7000가구 규모에 이른다. 올 하반기 6000가구 사전청약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계획된 물량을 모두 공급한단 방침이다.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도 내놨다. 오는 2023년까지 민간에 매각하는 모든 택지는 택지공급계약 체결 후 6개월 내 사전청약을 조건으로 한다. 또 기존 매입한 택지로 사전청약에 나설 경우, 다른 공공택지 공급시 우선공급·가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향후 본청약 시점에서 당첨자 이탈, 미분양 등이 발생하면 공공이 최대 70%가량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 건설업체 리스크도 줄여주겠단 계획이다.


국토부는 민간시행 분양이 공공분양 대비 브랜드가 다채롭고, 중대형을 포함한 다양한 주택형으로 구성되는 만큼 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한 만큼 건설사들의 참여도 적극적일 것으로 내다보는 듯하다.


하지만 사업주체인 건설사들은 사전청약 유인책으로 평가할 만한 수준의 혜택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한다면 내키지 않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정부가 제안한 인센티브를 보고 나서서 분양하겠다는 건설사는 없을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메리트라고 생각할 만한 혜택은 결국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인허가 단축, 용적률 완화, 분양가상한제 제외 등인데 그런 부분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민간시행 분양이 공공분양 대비 브랜드가 다채롭고, 중대형을 포함한 다양한 주택형으로 구성되는 만큼 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자평했다.ⓒ게티이미지뱅크 국토부는 민간시행 분양이 공공분양 대비 브랜드가 다채롭고, 중대형을 포함한 다양한 주택형으로 구성되는 만큼 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자평했다.ⓒ게티이미지뱅크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시점을 늦추면 그만큼 시가가 올라 높은 가격에 분양할 수 있을 텐데 이를 앞당긴다면 시행사 입장에선 금융비용을 상쇄할 만한 수준인지 고려할 것"이라며 "분양가가 어느 정도로 책정될지 파악할 수 없고 향후 미분양시 정부가 분양가로 매입하겠단 건지, 건축비로 매입하겠단 건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간아파트 퀄리티로 조기 공급하겠단 목적인데, 건설사들이 아무래도 시행 초기에는 불확실성이 커 저렴한 자재를 쓰는 등 공사비를 최대한 줄이는 식의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며 "자칫 고급브랜드를 적용하거나 특화설계를 도입했다가 미분양이 나면 싸게 팔 수밖에 없는데 그 리스크를 어떻게 감당하겠냐"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의 니즈를 충족할 만한 수준의 민간아파트 공급은 힘들거란 견해다. 향후 부동산시장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실수요자만 피해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경기가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는데 입주시기 가늠도 안 되는 사전청약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미지수"라며 "건설사들이 보유한 택지 중 알짜를 내놓기보다 사업이 불안정하거나 사업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택지, 여타 이유로 분양을 미루고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사전청약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건설사 미분양물량을 사주겠다는 건 실수요자 주거 안정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사전청약을 한 수요자들의 입주까지 정부가 보장해야 하는데 정작 그에 대한 고민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전청약은 결국 공급 총량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에서 민간으로 공급하든 공공으로 공급하는 수요자에게는 희망고문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후분양을 통해 건축물 품질 확보와 건설사 부당 이익을 줄이겠다고 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라며 "사전청약 확대가 급조된 정책인지, 애초에 선분양이 잘못된 것이니 후분양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것이 아마추어적인 발상이었는지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전청약을 유도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인센티브나 페널티 등이 필요한데, 추가로 혜택을 준다면 그간 정부가 부당이익으로 간주하던 건설사 이익을 늘려주는 것이고, 페널티를 부여한다면 공공이 민간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어서 어느 쪽이든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전청약이 실시되면 매매수요는 일부 줄어드는 등 흥행하겠지만 임대차시장에 가해지는 부담은 경감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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