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대책 1년, 공급은③] 1년째 사업 구상도 못하고 '잡음만'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1.08.04 07:02  수정 2021.08.03 18:07

졸속대책에 주민소환, 과천청사 공급계획 무산

태릉CC, 서울시·노원구도 반대 목소리

"입주물량 갈수록 감소, 시장 신뢰만 잃어"

정부가 8·4대책을 통해 계획한 사업 대부분이 1년째 구체적인 구상안도 마련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정부과천청사부지 전경.ⓒ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정부는 차질 없는 주택공급을 추진 중이라고 줄곧 강조하고 있지만, ‘공염불’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시장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8·4대책을 통해 계획한 사업 대부분이 1년째 구체적인 구상안도 마련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4일)로부터 딱 1년 전, 정부는 8·4대책을 통해 정부가 소유한 알짜부지를 개발, 서울 도심 내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집값 상승의 원인은 투기수요에 있다며 전방위적 규제만 강화하던 현 정부 들어 처음 발표한 공급대책이었다.


당시 정부는 노원구 태릉골프장 1만가구, 정부과천청사 4000가구, 용산캠프킴 3100가구 등을 포함해 총 3만3000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잇달아 발표되는 수요억제책에도 집값이 급등하자 공급이 충분하다던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대규모 물량 공세에 나선 것이다. 대책이 발표될 당시만 해도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면 서울권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내 집 마련에 나설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정부가 '속도감 있는 주택공급'에만 치우쳐 사전협의 없이 덜컥 대책을 발표한 것이 화근이 됐다. 해당 부지에 지역주민들을 위한 자족시설이 아닌 대규모 임대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곳곳에서 '전면철회' 요구가 빗발쳤다.


'준강남' 입지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과천에서는 결국 청사부지 4000가구 공급계획이 무산됐다. 태릉골프장 부지 전경.ⓒ뉴시스

8·4대책 핵심 입지로 꼽히는 정부과천청사와 태릉골프장이 대표적이다. '준강남' 입지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과천에서는 결국 청사부지 4000가구 공급계획이 무산됐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까지 진행돼서다. 투표율 미달로 주민소환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거센 반발에 부담을 느낀 정부는 청사부지 대신 과천과천지구와 시가화 예정지 등 대체지를 통해 기존보다 많은 4300가구를 공급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태릉골프장 역시 그린벨트 훼손과 극심한 교통난 등을 우려하는 지역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사업이 제자리걸음이다. 노원구는 국토교통부에 절반가량으로 공급물량을 줄여달라고 요구했고 서울시도 정부 계획에 반대 의견을 낸 상태다.


국토부는 과천 사례와 마찬가지로 태릉골프장 공급물량을 줄이는 대신 대체지를 확보해 일대 1만가구 공급은 차질 없이 추진하겠단 방침이다. 다만 서울 도심에서 주택공급이 가능한 대체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


8·4대책을 둘러싼 잡음이 불거지자 정부는 당초 올 상반기까지 신규택지 지구지정을 완료하겠단 계획을 연말께로 한 차례 미뤘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지난 6월에는 2022년까지 지구지정을 마치겠다고 또다시 계획을 수정했다.


이처럼 대규모 공급대책이 1년째 지지부진한 탓에 현장에선 정부가 무주택 서민을 상대로 희망고문을 한단 비판이 제기된다. 공공에만 치우친 공급대책으로 당장 서울·수도권 일대 입주물량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하반기 입주 예정인 서울아파트는 1만7569가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7%, 최근 5년 평균 대비 27.4% 각각 줄어든 수준이다. 수도권 입주물량은 같은 기준 2.9% 줄어든 9만6332가구로 조사됐다. 5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5.4% 감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미 공급이 부족하단 얘기는 정권 초기부터 나왔는데 말년에 와서야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부동산대책 자체가 촘촘하지 못했다"며 "계속되는 주민 반대로 정책 전반을 대폭 수정하거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물량이 부족해 허덕이는데 앞으로 5~6년 뒤 새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니 참고 견디라는 정책이 어떻게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2017년부터 공급은 충분하다던 정부가 지난해부터 돌연 공급을 늘리겠다고 한 것 자체가 모순이어서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는 힘들다"며 "정부 말대로 공급이 충분하다면 지금처럼 그린벨트를 훼손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3기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은 불과 몇 년 뒤 '물량폭탄'으로 돌아와 시장을 더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8·4대책 1년, 공급은④] 꺼져가는 공급 불씨, 늦게라도 되살리려면>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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