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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임단협 잠정합의, 기아·한국GM은 '파업 수순'


입력 2021.07.21 11:22 수정 2021.07.21 11:2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아 노조, 20일 교섭 결렬 선언 후 쟁의 절차 돌입

한국GM 노조, 21일 부분파업…현대차와 임금 격차 커 난항

5월 26일 하언태 사장, 이상수 노조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 등 노사 대표를 포함한 교섭위원 60여명이 울산공장 본관에 모여 2021년 임단협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5월 26일 하언태 사장, 이상수 노조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 등 노사 대표를 포함한 교섭위원 60여명이 울산공장 본관에 모여 2021년 임단협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20일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내면서 완성차 업계 첫 여름휴가 전 타결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기아와 한국GM은 노사 갈등이 심화되며 파업 리스크에 휩싸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전날 도출한 잠정합의안을 놓고 이날 대의원 및 조합원 설명회를 진행한 뒤 27일 오전 6시부터 11시30분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월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200%+350만원 ▲품질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원 ▲미래경쟁력 확보 특별합의 주식 5주 ▲주간연속2교대 포인트 20만 포인트 ▲코로나 상황 장기화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상품권 10만원 등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임금 동결의 반대급부로 올해 큰 폭의 임금인상을 결정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노조 집행부는 특히 “신산업에 투자되는 61조 재원 울산, 전주, 남양, 아산 등 국내공장에 우선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 ‘고용안정 미래협약’을 이끌어 낸 부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성과”라며 조합원들에게 “휴가 전 타결을 이뤄내고 노조가 한걸음 더 전진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장 분위기는 찬반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임금인상과 일시금 등 임금성 부문에서 사측의 최초 제시안 대비 높은 금액을 이끌어낸 데다 노조가 중점적으로 요구해 왔던 고용안정 미래협약이 받아들여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가동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거부하고 파업을 벌여 봐야 조합원들만 손해라는 여론도 있다.


반면 장기근속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정년 연장을 이끌어내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제기된다. 또 사무·연구직 저연차 사원들은 여전히 다른 대기업에 임금수준이 낮은 데다, 그동안 요구해 온 성과에 따른 성과급 분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 불만이다.


27일 찬반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가결될 경우 현대차는 3년 연속 무분규 교섭 타결이라는 성과를 올리게 된다. 반면 부결되면 여름휴가 전 타결은 무산되고 재교섭 과정에서 노조 파업 돌입 등 내홍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노조는 이미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했고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은 상태라 언제든 합법적 파업이 가능하다.


경기도 광명시 기아 소하리 공장 전경.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경기도 광명시 기아 소하리 공장 전경.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타결 여부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완성차 업계는 현대차 노사의 합의안을 기준점으로 삼아 교섭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현대차와 같은 현대차그룹에 속한 기아는 통상 현대차와 유사한 내용으로 교섭을 타결해왔던 전례가 있어 현대차 임단협이 타결될 경우 교섭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이번에는 현대차 노사가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시점에 금속노조 기아차지부(기아 노조)가 교섭 결렬 및 쟁의 절차 돌입을 선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아 노조는 20일 8차 본교섭에서 사측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는 “사측에 임금 및 별도요구안에 대한 일괄제시를 요구했으나 사측이 동종사 눈치보기로 일관하며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교섭 결렬 선언 이유를 밝혔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저녁 늦게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기아 노조가 그에 앞서 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사측이 제시안을 내놓을 타이밍이 어긋난 것으로 보인다.


기아 교섭은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등 임금성 측면에서는 현대차의 합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기아 노조가 별도 요구안으로 내놓은 노동시간 주 35시간으로 단축, 퇴직인원 충원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 노조가 찬반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킬 경우 현대차와 기아 노조가 연대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기아 노조는 23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 발생을 결의한 뒤 28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인다. 노조 집행부는 현대차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되자 연대 투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통상 2주 가량 소요되는 중노위의 쟁의행위 조정 기간을 감안하면 8월 첫 주 여름휴가 이후에는 현대차와 기아 노조 모두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다.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머리에 띠를 두른 노동조합원이 걸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머리에 띠를 두른 노동조합원이 걸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국GM에게는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잠정합의가 오히려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가 수용한 기본급 인상 및 성과급 지급 수준이 한국GM의 제시안과 차이가 너무 큰 탓이다.


금속노조 한국GM지부(한국GM 노조)는 21일부터 전반조와 후반조 각 2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잔업과 특근도 거부하기로 했다. 노조는 향후 사측의 태도 변화에 따라 추가 파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국GM 사측이 노조에 제시한 조건은 월 기본급 2만6000원 인상과 일시·격려금 400만원이다. 기본급 인상만 7만5000에 달하고, 성과급으로 인당 1000만원 이상이 지급되는 현대차의 잠정합의안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한국GM 노조 집행부로서는 조합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줄일 만한 교섭 결과를 이끌어내야 할 상황이다.


한국GM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를 낸 데다 올해도 생산차질 등으로 적자가 불가피해 보여 큰 폭의 임금 인상은 어려운 형편이다.


한편, 완성차 5사 중 르노삼성자동차는 아직 지난해 교섭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로, 올해 교섭은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 쌍용자동차는 법정관리 상황에서 자구책의 일환으로 2019년 임금·복지 조건을 유지키로 해 교섭 없이 올해를 넘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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