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갓심] 대안 없이 '빚만 줄이라'는 당국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1.07.16 07:00  수정 2021.07.1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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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兆 가계부채…규제 상한↑

일시적 아닌 영속적 정책 필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펼치면서 내놓은 '40년 만기 주담대'와 '금리상한형 주담대'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픽사베이

진부한 표현일 수 있지만 지금은 '빚의 시대'다. 빚을 지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학교를 가려면 학자금 대출이 필요하고,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받는 사람도 수도 없이 많다. 집을 사려면 된 주택담보대출이 필수다.


문제는 주담대를 받아도 집을 사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주담대를 받기가 어렵다는 말이 더 맞다. 단순 노동 소득만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한다는 건 이미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다. 지금은 주담대를 받아야 집을 살 수 있고, 주담대를 받기 위해 신용등급, 정책을 매일 눈여겨보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다.


빚을 내고 싶어도 주담대를 받기 어려운 이유는 '정부 정책' 때문이다. 이미 낸 빚 자체가 너무 많아 조금이라도 줄이자는 차원에서다. 금융당국은 이번 달부터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40%로 묶었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 전체 규제지역에서 6억원이 넘는 집을 사려거나, 연소득과 상관없이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받은 경우 주담대를 40% 밖에 빌려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서울 기준 집값의 40%만 되는 돈을 갖고 내 집을 마련하라는 건 불가능하다. 금융당국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시종일관 불안정한 금리 상황에 대비책도 갖고 있다. 그래서 실수요자를 위해, 이자부담 완화를 위해 금융당국은 국민에게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바로 '40년 만기 주담대'와 '금리상한형 주담대'가 그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대안이라고 제시한 두 가지 방법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지금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은 제한된 월급을 받으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일반인들이다. 당국은 이들을 위해 40년 동안 천천히 갚을 수 있는 대출 상품을 출시하면서 '6억원 이하 아파트에만 적용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는 14.44%에 불과하다. 10채 가운데 2채도 안 되는 셈이다.


기준금리가 올라도 주담대 이자가 늘어나지 않는 금리상한형 주담대의 문제는 DSR에 있다. 신규대출자가 DSR 40%로 금리상한형 주담대를 받는다면, 한도가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기존 상품보다 더 높은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변동금리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차주가 향후 금리 인상을 대비해 고정금리나 혼합형 상품으로 갈아타기도 쉽지 않다. 갈아타기 위해 중도상환수수료라는 돈을 또 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당국이 의도했던 금리부담 줄이기는 자신들이 설계한 '한도 규제'라는 벽에 막히게 된 셈이다.


16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경제 부실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핵심을 파악하고 필요한 부분을 개편하는 것이 급선무다. 여기서 핵심은 '집값'이다. 집값만 안정화된다면 자연스럽게 대출수요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 집 마련의 꿈이 어려워졌다는 얘기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영구적인 효과가 없는 일시적인 대안만으로 돈줄을 옥죄는 금융당국이 서민의 꿈을 압박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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