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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공수처장은 언론 공포증?…기자들 앞에 서면 '후다닥'


입력 2021.06.19 06:20 수정 2021.06.19 08:27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언론과 거리두기 모드…110일 동안 출근길 문답하다 4월 중순 이후 '침묵 모드'

잇단 악재, 실언 논란에 대응 부담 느낀 듯…공수처 인사위 "대언론 훈련 안 돼 있어"

"기자들과의 문답은 기관의 존재나 의미에서 마이너스, 진작에 그만뒀어야"

김진욱 공수처장이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진욱 공수처장이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언론과 소통을 피하려는 듯한 태도를 드러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처장은 '수사 체제 착수'를 이유로 내세워 언론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공수처를 둘러싼 잇단 악재와 실언 논란으로 언론 대응에 부담을 느낀 탓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처장은 지난 17일 과천 공수처 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애초 취임 100일에 맞춰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47일이나 지나 일정이 잡혔고 이마저도 기자단의 강력한 요구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간담회가 개최되자 자리에 참석한 기자들은 "질문 기회를 달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간담회 시간은 고작 30분에 불과했고, 그나마 15분 가량은 김 처장의 인사말과 모두발언 낭독에 허비했기 때문이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김 처장이 5가지 질문에 답하자 공수처 대변인은 다음 일정이 급하다는 이유로 간담회 종료를 재촉했다. 기자들은 윤석열 전 총장 수사 관련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질문을 잇따라 던졌지만, 김 처장은 일부 질문에만 짤막하게 대답하고 잰걸음으로 브리핑실을 빠져나갔다.


이보다 앞서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김 처장은 지난 14일 오전 공수처 기자실 개방 기념차 기자실에 방문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공수처 언론 사찰' 의혹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김 처장은 당혹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고, 뒷걸음질 치며 황급히 현장을 빠져 나갔다.


이에 기자들은 "5초도 머물지 않고 갔다" "소통하려는 태도가 전혀 없다" "타 기관장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기자들을 보고 도망간 것이냐" 등등의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 처장이 처음부터 언론과 거리를 두었던 것은 아니다. 김 처장은 지난해 12월 공수처장 후보자로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110일 동안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을 가졌다. 그러다 지난 4월 중순께 공수처를 수사체제로 전환한 이후 취재진이 접근하지 못하는 경로로 출근하면서 '침묵 모드'에 돌입했다.


법조계는 이성윤 황제조사, 허위 보도자료 배포, 수사력 미흡, 정치적 편향 문제 등 공수처를 둘러싼 굵직한 논란이 잇따르고, 설상가상으로 김 처장의 연이은 실언으로 부담이 가중되면서 의도적으로 언론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실제 김 처장은 지난 4월 비서관 특혜 채용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특혜로 살아온 인생에는 모든 게 특혜로 보이는 모양"이라고 불쾌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또 공수처 검사들의 수사 역량 논란과 관련해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에 나오는 13명의 사람이 세상을 바꿨다"면서 검사들을 예수와 12 사도에 비유해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공수처 인사위원회의 한 위원은 "김 처장은 대 언론 훈련이 돼 있지 않은 사람으로, (기자들과의) 문답은 기관의 존재나 의미에서 마이너스였기에 진작에 그만둬야 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또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김태훈 한변 회장은 "공수처는 검찰 못지않은 능력이 있어야 존재 의의가 있는 데, 김 처장은 출범 초부터 온갖 서투른 모습으로 구설에 올라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줬다"며 "앞으로 공수처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국민적 불신과 우려를 떨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편 공수처는 최근 일간지 논설위원 출신 대변인 최종합격자 1명을 선발했으며 신체검사와 신원조회, 과장역량평가를 거쳐 이달 말 공식 임명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김 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정례브리핑을 시행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검토하겠다"고 답하며 소통창구 마련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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