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 겪는 오프라인 서점, 셔터 내리는 책방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6.18 16:53  수정 2021.06.18 16:53

업계 3위 '반디앤루니스' 운영 서울문고 부도

오프라인 서점 , 10년새 1000개 가까이 줄어

ⓒ반디앤루니스

“지금 같아선 그 어떤 서점이라도 언제든 문을 닫을 수 있다.”


서울 종로에서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 대표 유희경 시인의 말이다. 최근 전국의 작은 중소서점들에 이어 대형 서점까지 존폐 위기에 놓였다. 독서인구의 감소, 온라인 서점의 활성화로 이미 경영난에 시달리던 서점들은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치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 ‘멸종 위기의 서점’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반디앤루니스’를 운영하는 서울문고가 16일 부도를 냈다. 전날까지 출판사 등에 지급해야 할 약 1억 6000만 원의 어음을 막지 못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는 서울문고 측과 만나 대금을 받지 못한 출판사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1988년 4월 설립된 서울문고는 오프라인 서점 매출 순위에서 교보문고·영풍문고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대표적 대형 서점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2018년에는 영풍문고와 합병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때 13곳에 달했던 점포는 현재 본사와 물류센터를 제외하고 신세계강남점, 여의도신영증권점, 롯데스타시티점, 목동점, 문래동점 등 8곳이 운영 중이다. 출판계에선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비중이 높았던 반디앤루니스가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 더 취약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책과밤낮 SNS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지난 4월 발표한 ‘2020년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교보문고의 경우 지난해 오프라인 부문 매출액은 2556억원으로 전년 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온라인 부문 매출액은 3395억원으로 전년 대비 30.3%나 증가했다. 그나마 온라인 서점을 병행하고, 이 부문에 집중한 대형 서점은 코로나19의 막대한 피해를 메울 수 있었다.


때문에 중소형 서점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5월에도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한강문고가 폐업했다. 지난 13년간 손님들을 맞이했던 한강문고는 망원동 일대에서 존재감이 컸던 중형 서점이다. 또 배우 박정민이 마포구 합정동에서 운영하던 서점 ‘책과 밤낮’도 이달 11일 운영 2년 만에 폐업을 결정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10년새 전국 서점 수는 1000개 가까이 줄었다. 2009년 조사에서 2846개였던 국내 서점은 2019년 12월 기준으로 1976개를 기록해 2000개 미만까지 내려앉은 상황이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서점이 한 곳도 없는 곳은 5곳, 서점이 단 한 곳만 남은 곳은 42곳으로 집계됐다.


위트 앤 시티컬 유희경 대표는 “매출이 반토막났다.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됐다. 확진자들의 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행사·워크숍 등을 유치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라며 “정부나 기관 등에서 도움을 주고 있어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지만 더 해나갈 수 있을까 싶다. 나아질 거라는 기대마저 막연하다.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코로나 유행을 기점으로 바뀌어버렸다는 것을 여실하게 체감 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트앤시니컬 유튜브

서점 경영의 자생력을 키우고, 단순히 책을 파는 것이 아닌 지역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지원도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문체부 등과 손을 잡고 출판사통합전산망 사업 진행 중이다. 서점의 취약한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재고관리를 위해 지역서점에 포스 기계를 보급해 전산화를 지원한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심야책방 사업도 동네 책방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오프라인 서점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책방지기들도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등의 생존 방안을 직접 모색하고 있다. 유 대표 역시 지난 5월 ‘위트 앤 시니컬’에서 작약을 건네주면 시집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고, 현재는 유튜브 채널도 개설하고 온라인으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유 대표는 “시쳇말로 ‘존버’가 답인 듯하다. 운영비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오프라인의 장점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이곳에 방문해야지만 체험 가능한 일들, 이를 테면 낭독회라든가, 강연·강의 등 다양한 이벤트 들을 늘리는 중”이라며 “또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는데 출판사나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는 할 수 없는 유니크함을 가지려 하고 있다.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다 보면, 서점의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없는 자본 끌어 모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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