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대세론…‘높이냐, 스피드냐!’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12.12 08: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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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KCC의 고공농구 vs KT&G-삼성의 스피드

올 시즌 프로농구의 판도는 ‘높이와 스피드의 대결’로 정의내릴 수 있다.

원주 동부와 전주 KCC처럼 제공권과 수비력으로 무장한 팀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강력한 속공과 조직력으로 무장한 안양 KT&G, 서울 SK, 서울 삼성 같은 팀들이 도전장을 던지는 형세다.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높이다. 올 시즌 리그 판도가 지난해에 비하여 뚜렷하게 달라진 점은 바로 ‘외국인 선수들의 영향력 약화’에 있다. 외국인 선발제도가 자유계약에서 드래프트로 회귀하며, 각 팀마다 전력의 핵심을 이루던 양질의 외국인 빅맨을 구하기가 이제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되어버렸다.

이로 인하여 국내 선수들이 비중이 늘어나며 특히 김주성-서장훈같이 확실한 토종빅맨을 보유한 팀들의 주가가 높아졌다. 이번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몇 안 되는 정통 빅맨으로 꼽혔던 레지 오코사와 브랜든 크럼프를 각각 잡은 것도 경쟁팀들보다 골밑의 우위를 확보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다른 팀들의 높이가 예년에 비해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높이를 유지하고 있는 두 팀이 그만큼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 성적에서 드러난 셈. 10개 구단 중에서 현재 동부와 KCC를 제외하고 확실한 높이와 수비력을 갖춘 정통센터를 보유한 팀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한편으로 다른 팀들은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생긴 득점력 저하와 높이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국내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빠른 속공으로 승부를 거는 경우가 늘어났다. 대표적인 팀이 바로 안양 KT&G다.

KT&G는 마퀸 챈들러와 TJ 커멍스라는 득점력이 좋고 기동력을 겸비한 외국인 선수 2명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파 역시 김일두, 윤영필, 이현호 등 식스맨들도 골밑에서 활약하지만 엄밀히 말해 포워드에 가까운 선수들. KT&G의 팀 리바운드는 688개(경기당 34.4개)로 전체 6위, 양희승(KTF)의 이적 이후 올 시즌에는 확실한 외곽슈터가 없는 3점슛 성공률(35.25%)은 전체 8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KT&G의 현재 순위는 13승 7패로 KCC와 같은 공동 2위다. 팀 득점은 85.05점으로 전체 2위. 실점은 79.5점으로 전체 4위다. 확실한 정통센터와 외곽슈터가 없다는 핸디캡을 갖춘 팀이 이 정도로 선전할 수 있는 데는, 무엇보다 팀 속공이 118회(경기당 5.9회)로 전체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빠른 농구의 힘이 크다.

반면 KT&G의 약점은 역시 동부와 KCC, 높이가 강한 두 팀과의 대결(1승4패)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2라운드까지 두 팀에서 전패를 당했던 KT&G는 지난 8일 홈에서 동부에게 첫 승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12일에는 현재 공동 2위를 기록하고 있는 KCC와 3라운드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다. KT&G가 스피드 농구를 대표하는 대항마로서 ‘높이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선두권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경기다.

이상민-강혁-이원수 등 외곽슛과 리딩을 두루 갖춘 걸출한 가드들이 많은 서울 삼성이나, 방성윤-김태술의 콤비 플레이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서울 SK도 올 시즌 빠른 농구로 꾸준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팀들이다. 반면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 하락과 유능한 가드의 부재로 이도저도 아닌 농구를 펼치고 있는 KTF나 오리온스-모비스 등 지난해 강세를 보였던 팀들은 올 시즌 나란히 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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