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번의 찬스에서 상대에게 데미지 입힐 공격패턴 시급
역시 한 시대를 풍미한 베테랑에게는 저력이 있었다.
국내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K-1 월드그랑프리 2007 파이널´ 8강 토너먼트 ´테크노 빅맨´ 최홍만(27)-´하이퍼 배틀 사이보그´ 제롬 르 밴너(35)는 노련미와 전략에서 앞선 밴너의 심판전원일치(29-30/28-30/29-30) 판정승으로 끝났다.
경기 전부터 철저한 준비를 하고 나올 것으로 알려진 밴너의 승리가 예상되긴 했지만, 접전을 펼쳤던 지난해 9월 첫 맞대결에 비하면 최홍만의 완패에 가까운 내용으로 경기가 끝나 상당수 팬들이 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지난 경기에서 높은 타점을 앞세운 최홍만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던 벤너는 이번 대결에서만큼은 철저한 아웃복싱으로 최홍만의 약을 올렸다.
펄쩍 뛰어 최홍만의 안면을 노릴 만큼 높이의 열세를 드러냈던 과거와 달리 밴너는 자신 있게 로우킥과 미들킥 그리고 펀치를 섞어가며 안정감 있게 경기를 풀어갔다. 이미 알려진 대로 장신의 스파링 파트너와의 훈련을 통해 준비가 잘 되어 있었던 듯, 공격을 가하는 궤도와 타이밍이 무척 안정적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밴너가 들고 나온 최상의 전략은 이른바 ´치고 빠지기´였다. 1차전에서는 특유의 인파이팅으로 일관해 난타전이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위빙 대신 스탭을 살려 철저하게 일정한 거리를 두고 최홍만을 상대했다.
밴너의 이런 패턴에 최홍만은 다급해졌다. 계속해서 정타를 허용하면서도 주먹을 내며 반격을 시도했지만, 밴너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듯 조금만 타이밍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 노련하게 빠져 버렸다.
간혹 최홍만의 펀치가 밴너의 안면에 꽂히기도 했지만, 견제성으로 내는 가벼운 공격이었을 뿐, 큰 데미지를 입히지는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자 최홍만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나마 믿을만한 공격은 클린치에 이은 니킥 정도였지만, 워낙 준비동작이 길어 밴너는 어렵지 않게 뿌리쳐 버렸다.
최홍만은 나름대로 몸을 만들고 대비한 듯 보였다. 하지만 밴너는 그보다 더 철저하게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는 것이 경기 내용에서 묻어났다.
원매치가 아닌 다음 라운드를 준비해야 하는 그랑프리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밴너가 무조건적으로 인파이팅을 구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결국 밴너가 뜻밖의 파이팅스타일을 보이자 경기 내내 쫓아만 다니다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무너져 버린 것.
전문가들과 상당수 팬들은 앞으로의 경기를 위해서라도 최홍만에게 좀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파이널에 진출한 대부분의 파이터들 모두 밴너 못지않은 좋은 스텝과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렸을 때, 앞으로의 상대들이 이런 식으로 ‘치고 빠지기’를 거듭한다면 최홍만에게는 답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타고난 체형의 한계 때문에 스탭 대 스탭으로는 방법이 없을 수도 있지만, 경기 중 찾아올 많지 않은 기회에서 확실하게 포인트를 획득하거나 데미지를 줄 패턴의 발굴이 시급하다.
펀치나 발차기 등이 미숙한 상태에서 그나마 최고의 무기로 꼽혔던 니킥이 대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번 경기에서 드러났듯 뺨클린치에서 니킥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너무 길다는 점은 아쉽다.
과거 시도했던 뺨클린치를 생략한 채 벼락같이 니킥을 넣거나 좀 더 확실하게 상대를 묶어버릴 수 있는 기술적인 뺨클린치의 보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큰 경기는 큰 선수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번 밴너전 패배를 약으로 삼아 좀 더 발전하는 최홍만이 되기를 많은 팬들은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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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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