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쌩쌩 FA 시장…그 이유는?

입력 2007.12.08 10: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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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6인, 전원 잔류 가능성 생겨

지나친 보상 규정이 자유로운 선수 이동 막아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너무 조용하다.

특히 올해는 1999년 FA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FA 6인의 전원 잔류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제도의 효용성에 대해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

표 = 데일리안 스포츠


FA는 비싸다

FA 제도 도입의 근본적인 취지는 선수들의 자유롭고 활발한 이동을 도모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FA 제도는 일부 특정 선수들만이 거액의 돈을 만질 수 있는 ´한탕주의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지난 3년간 FA를 선언했던 선수는 모두 37명. 이 가운데 FA를 통한 이적이 이뤄진 선수는 9명(약 24.3%)이었다.

더구나 이 9명 속에는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원 소속구단과 계약을 하고 이적을 추진하는 경우)을 취했던 선수도 3명이나 된다. 결국 원 소속구단과 별개로 다른 구단에서 FA 계약을 성사시킨 경우는 단 6건(약 16.2%)에 불과한 셈. 분명 선수들의 이동을 장려하자는 FA 제도 본연의 취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결과다.

위와 같이 FA의 자유로운 이적을 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보상금과 보상선수. 원 소속구단이 아닌 구단은 FA를 영입하는데 막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 선수 연봉의 3배 이상을 보상해 주는 규정도 문제지만 보상선수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FA 자격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FA 신청을 하지 않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올해 20명의 FA 자격선수 가운데 정식으로 FA 선언을 거친 선수는 6명밖에 되지 않는다. 6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보상금과 보상선수를 주고 자신을 데려갈 구단이 있는지 확신을 하지 못해 권리행사를 포기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에 따르면 FA 영입 구단은 18명의 보호선수 명단을 제출해야 하고 원 소속구단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 1명(보상선수)을 자유롭게 데려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원 소속구단은 FA를 내보낸 대가로 보상선수와 FA 당해 연봉의 300%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챙길 수 있다. 또한 보상선수를 받지 않을 경우 무려 FA 당해 연봉의 450%라는 막대한 보상금을 받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구단들이 FA 영입에 소극적인 것은 당연하다.



두산을 제외한 나머지 7개 구단은 올해 FA 최대어인 김동주(31·전 두산 베어스)를 영입하기 위해서 무려 최대 83억 9000만원을 준비해야 한다. 김동주가 요구하고 있는 몸값은 65억원이며 최대 보상금으로 올해 연봉인 4억 2000만원의 450%인 18억 9000만원이 필요하기 때문. 김동주가 일본으로 해외진출을 하지 않는 한 이적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FA 효용성도 글쎄…

이렇게 FA 영입으로 막대한 보상이 따르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FA 영입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LG 트윈스는 2000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FA가 된 내야수 홍현우(35·은퇴)와 2003년 KIA에서 FA가 된 투수 진필중(35)에게 순수한 선수 몸값으로만 52억원(각각 22억원, 30억원)을 투자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홍현우는 이적 전 4년간 469경기에 출장, 85홈런 302타점 76도루 309사사구를 기록한 호타준족의 뛰어난 선수였지만 LG에서의 4년은 221경기 14홈런 63타점 2도루 83사사구에 그쳤다.

진필중도 이적 전 4년간 289이닝을 던져 22승 20패 115세이브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이적 후 4년 동안 127이닝 3승 14패 15세이브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누가 봐도 명백한 투자 실패였음에도 불구하고, LG는 몸값 이외에도 더 많은 것을 내줘야 했다. 홍현우의 영입에는 4억2000만원의 보상금과 외야수 최익성(은퇴)을 해태에 보상했고 진필중의 경우 8억4000만원과 내야수 손지환을 KIA로 보냈다. LG가 겪은 두 번의 FA 계약 실패는 64억6000만원과 두 명의 선수를 잃는 혹독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LG는 지난해 12월 이병규(주니치 드래곤스)를 끝내 잡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박명환(30)과 4년 40억원에 계약해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등 최근 지독한 FA 악연의 사슬을 끊었다. "매년 15승을 올리고 싶다"던 박명환은 올해 자신의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10승 6패 평균자책점 3.19를 기록, 팀의 하위권 추락을 막은 공로를 인정받았다.

LG만 FA 후유증을 겪은 것은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도 FA 영입 실패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롯데는 2003년 11월 매년 하위권을 맴도는 성적을 개선하기 위해 FA 외야수 정수근(30), 투수 이상목(36)과 계약했다. 이 계약에 의해 정수근은 6년 40억6000만원, 이상목은 4년 22억원의 몸값이 책정됐다.

롯데는 계약에 따른 62억6000만원 외에도 야구 규약에 따라 투수 문동환과 외야수 신종길을 보상선수로 각각 두산과 한화 이글스에 내주고 보상금으로 7억3500만원(각각 5억4000만원, 1억9500만원)을 썼다.

하지만 정수근과 이상목은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LG의 홍현우, 진필중과 같은 완벽한 실패는 아니지만 정수근은 이적 후 연평균 97경기 출장에 그치며 주전 외야수 몫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상목도 2006년 138.2이닝을 던지고 12승을 거둔 것을 제외하면 매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해 롯데는 그에게 올해 연말 재계약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반면 FA 영입으로 성공한 사례도 있다. 바로 2004년 삼성 라이온즈의 초대형 계약이 그것.

삼성은 2004년 11월, 라이벌 구단인 현대 유니콘스에서 FA가 된 외야수 심정수(32, 4년 60억원)와 내야수 박진만(31, 4년 39억원)을 동시에 데려오면서 무려 99억원의 투자를 감행했다. 보상선수로는 투수 이정호를, 보상금으로는 무려 35억4000만원(각각 27억원, 8억4000만원)을 치렀다.

이후 삼성은 2005년과 2006년 내리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FA 영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특히 한국 최고의 내야수라는 박진만이 유격수 자리에서 수비진의 안정감을 가져온 것이 컸다.

비록 심정수는 2006년 부상의 여파로 26경기를 출장하는데 그쳤지만 2005년은 25홈런 87타점, 2007년은 31홈런 101타점으로 최고 몸값에 걸맞은 수준급 공격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FA 영입 성공이나 실패 모두 그 대가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은 같다. 특히 FA 영입이 실패로 이어질 경우 해당 구단의 후속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선수단 전체 연봉에 악영향을 주는 등 부작용이 크다.


선수들도 할 말 있다

물론 무턱대고 "FA 몸값이 비싸다"고 지적한다면 선수들도 할 말은 있다.

나진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은 일전에 "운동만 해왔던 선수들이 연봉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구단이 일방적으로 산정한 고과를 놓고 이의를 제기하거나 자신들의 권리를 찾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나 총장의 말은 FA 제도 자체도 문제지만 에이전트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선수들이 매년 연봉협상에서 다소 불리한 입장이었음을 강조한 것.

실제로 개인의 성적과는 별개로 구단의 자금 사정과 팀 성적 등의 외부요인도 연봉협상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외야수 박용택(LG)은 리그의 지독한 투고타저 속에서도 3할에 가까운 0.294의 타율과 14홈런 66타점을 기록, 준수한 성적을 올렸지만 창단 최초로 최하위에 머문 팀 성적 때문에 연봉 인상이 고작 1000만원(1억5000만원→1억6000만원)에 그쳤다. 또한 올해 KIA는 모기업의 자금 사정이 나빠져 선수들의 새로운 연봉협상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렇게 연봉협상 과정에서는 선수 개인의 성적과 전혀 상관없는 외부 요인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그에 따라 선의의 피해자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으며 이것을 어느 누구에게도 보상받을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선수들에게 보다 합리적인 연봉협상 기준과 권리를 보장한 이후 FA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FA제도 개정,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때

1999년 최초의 FA 시행 때 최고 계약조건은 이강철(현 KIA 코치)과 김동수(현대)에게 제시된 3년간 8억원이었다. 그러나 9년이 지난 현재는 최소 계약금액이 류택현(LG)이 기록한 3년간 6억4000만원이 될 수도 있을 정도로 FA의 몸값이 크게 치솟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각 구단의 수익이 그만큼 늘어나거나 기업들의 야구단 운영 열기가 높아진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프로야구의 구조가 튼튼해지지는 않았으나 선수들의 몸값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오른 셈이다.

실제로 프로야구에서 연봉 1억원의 벽이 깨진 지 오래다. 올해는 무려 72명의 선수가 1억원 이상의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올랐으며 신인 자격을 벗은 류현진(20·한화)은 프로야구 최초로 2년 만에 1억원의 연봉을 받는 등 선수들의 몸값은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이는 과거에 비해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많은 연봉을 보장받고 있다는 의미로 FA가 본연의 의미를 잃고 특정 선수들만의 돈 잔치로 변질되는 것을 막는데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매년 말이 많은 FA 제도. 현재 한국 프로야구의 FA 제도는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끼치고 있다. 만약 올해 단 1명의 FA도 이적을 하지 못한다면 이 문제는 다시 원점에서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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